비 오는 날엔 왜?
비가 내리면 왜 이렇게 나를 부르는 거야?
토닥토닥 떨어지는 빗소리가
창을 두드려 나를 부르는 것 같아
비야, 나 불렀어?
막걸리야, 네가 불렀니?
누가 불렀던 뭐가 중요해!
이미 발길은 너에게 가고 있는데
회색 하늘에서 떨어지는
막걸리 방울방울이
가슴 깊은 곳의 찌그러진 추억을 부른다
지글지글 튀겨지는 파전의 음악에 몸이 반응해
어릴 적 우산을 던져 버리고
흠뻑 젖어 차바퀴에 튕기는 물을 맞으며
마냥 좋던 친구들의 추억이 생각나
오늘 그냥 갈 수 없을 것 같아
퇴근길의 허기에
상상만으로도 목부터 가슴을 태워 내리네
차창의 빗물이 일그러진 세상을 한잔 술로 적시며
왜 비 오면 막걸리가 부르는지 생각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