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시선
시선의 머무는 곳
젖은 바람 한 줄기
내 몸을 감싸 안으면
끈적거리는 그 자리에 머문다
바람과 나부끼는 나뭇잎과
키 작은 이름 모를 꽃에.
여왕의 계절이라는 5월에
아름다움도 축축함에 젖어든다
담장을 둘러 핀 장미의 웃음도
십자가 위의 까치 한쌍도
젖은 바람에 힘이 들까?
움직이지 않는 것들은
하고픈 말이 많기에
삭막한 도심의 소음 속에서도
지나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지긋이 바라본다
문득, 내 마음도
어떤 시선이 나를 주시한다는 생각
이마를 타고 콧등으로 미끄러지는 땀방울이
나의 시선을 갈라놓을 때
그 틈 사이로
내가 잊고 있던 시간이 스며든다
눈길 닿은 곳마다
세상은 말을 멈추고 나를 바라본다
그 짧은 정적 속에
나는 살아 숨 쉬고 있다
나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