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찍어 남기신 사진 한 장.
나는 그 장면을 들여다보며
떠오르지 않는 기억을 더듬는다.
어디에 살았다는 것만 기억할 뿐
사진 속의 나의 표정도, 감정도, 바람과 공기도
더 이상 나에겐 선명하지 않다.
내가 사진을 바라보는 것인지,
사진이 나를 바라보는 것인지,
사진은 나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침묵하고
60년 세월이 흐른 지금,
사진 외에 세상은 나를 기억하지 않는다
나는 이 사진 한 장으로 충분하다.
그 속엔 아버지의 시선이 있고,
내가 살아 있었던 시간이 있고,
말없이 나를 증언해 주는 한 조각의 빛이 있으니까.
이름이 아니라,
한 장의 시간이 나를 대신해 남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