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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by 대전은하수 고승민

네가 피우는 파란 불꽃 위로


열기가 아른아른 피어오른다


너의 머리 위 하얀 스텐 주전자를


감 싸돌며 시각을 일그러트린다


겨우내 좋은 친구였는데 이제 깊은 잠을


자러 가야 할 시간이 점점 다가온다



도시락 데워먹던 조개탄 난로도 아닌


매캐한 기억의 연탄난로도 아니지만


천장 높은 사무실을 홀로 감당해 주었어


외출 후 언 몸을 아이스크림 녹이듯 따스함을 주었고


구수한 둥굴레차 녹차 많이도 너에게 의지했는데


머리 위에 노랗게 익어가던 고구마 향기가 아직 진하다



너와는 찰떡궁합이던 스텐 주전자도 뒤쪽으로 물러나야


붙을 때 꺼질 때 느끼던 산고의 아픈 냄새도 뒤로하고


너의 빈자리는 다른 친구로 채우겠지만


기억할게 너는 나의 다정한 친구라는 것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지는 장담 못하지만


너의 고마움 다정함 따스함은 영원히 잊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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