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마녀사냥, 그리고 대한민국

"진실보다 빠른 감정, 이성이 침묵하는 사회 "

"마녀사냥"이란 말은 본래 중세와 근세 유럽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마녀 박해에서 유래한 표현이다.

당시 많은 여성(가끔 남성도)이 마귀에 씌었다거나 악마와 내통했다며 이유로 지목되어,

허위 혐의로 고문을 당하고, 재판 없이 처형되곤 했다.

그중 다수는 단 하나의 이유 '누군가가 마녀라고 외쳤기 때문'으로 불태워졌다.


그 당시 마녀사냥의 핵심은 '선동'이었다.

그 누군가가 횃불을 들고 광장에서 외치면 그것이 진실이 되었고,

그 외침에 이성적 판단은 흔들렸다.


21세기의 마녀사냥은 횃불 대신 스마트폰을 들고 나타났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 짧은 영상 하나, 감정을 자극하는 자막 몇 줄이면
순식간에 ‘마녀’는 만들어지고, 이성과 진실은 뒤로 밀린다.
그런데 더 무서운 건, 이 사냥이 더는 광장 한복판이 아니라
우리 주머니 속, SNS 타임라인 속에서 조용히 진행된다는 것이다.


한때 마녀사냥은 광기였다.
그러나 이제는 전략이다.


선동가들은 더는 대중 앞에 선창을 외치지 않는다.
대신 스마트폰을 열고, 짧고 자극적인 막말을 거리낌 없이 던진다.

상대가 대통령이든, 여성이든, 특정 집단이든 가리지 않는다.

클릭 수와 반응을 위해서라면 누구든 표적이 된다.


“이게 나라냐?”
“적폐를 청산하자!”
“기득권을 무너뜨리자!”


이런 구호에 진실이 담겨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진실을 고의로 왜곡하고, 감정의 불쏘시개로 쓰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우리는 안다.
그중 몇몇은 직업적 선동가다.
겉으로는 정의와 약자를 말하고 약자를 대변하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클릭 수와 후원금, 그리고 정치적 입지를 계산하며

움직이는 사람들.
그중 대표적인 인물들이 있다.

그들은 결국 사람들을 광장으로 불러들여 세를 과시한다.


말은 공정과 정의를 이야기하지만, 본인은 정작 법과 윤리를 비웃으며 군중을 휘젓는다.
그들은 과거 대중 앞에서 마이크를 잡았지만, 지금은 더 교묘하게 SNS 속에 숨어 있다.


자신이 직접 피를 묻히지 않고도, 수만 명의 감정을 자극하고 움직이게 만든다.
그는 불을 붙이고 사라지고, 사람들은 분노의 불길 속에서 서로를 태운다.

그리고 그 불길 속에서 가장 많이 다치는 사람은,
바로 진실을 말하려는 사람이다.


“그건 좀 다르게 볼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말하는 순간
‘적폐’가 되고, ‘수꼴’이 되고, ‘사람이 아닌 것’처럼 취급된다.
어디서 많이 본 방식이다.


중세에도 마녀는 그렇게 만들어졌고,
20세기 많은 독재 국가에서도 반대자를 그렇게 제거했다.


무서운 건, 많은 국민이 그 선동이 선동인 줄도 모르고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치에 관심 없다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그 사람은 나빠”
“적폐들은 다 없어져야 해”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
이성보다 감정이 앞선 결과다.
팩트보다 프레임이 먼저 들어간 결과로 나타난다.


진영논리의 문제도 아니다, 여야의 문제도 아니다.

상대방을 무너뜨리기 위한 선동은 없어져야 할 악성 바이러스다.

이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앓고 있는 구조적 질병이다.



나는 한때 중도의 시선을 유지하려 애썼다.
좌우 모두의 논리를 듣고, 각각의 말속에서 진실을 추려내려 했다.
하지만 점점 한쪽의 길거리 정치, 감정 선동, 국정 마비 시도를 보며
내 감정이 기울어지는 것을 느낀다.


그들이 주장하는 '정의'는 점점 권력욕의 포장지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포장지를 뜯어내려는 사람들은 모두 마녀가 되어 불태워진다.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자연스레 겁을 먹는다.

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면 왕따 당하는 기분을 느끼면서..

공공장소에서, 식당에서, 카페에서 누가 내가 하는 말 우리가 하는 얘기를 들을까 봐

두리번거리며 눈치를 본다.

이게 건강한 사회인가?


나는 묻고 싶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진실을 말하는 사람은 안전한가?


내가 보는 것이 다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이 나라에는 선동이 이성을 앞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선동은 교묘하고, 정교하며, 사람들의 감정을 악용한다.


마녀사냥은 더 이상 중세의 미신이 아니다.

지금도 우리 안에 살아 있다.


그리고 오늘도, 누군가의 SNS에 달린 말 한 줄로
또 다른 마녀가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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