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무상

'시신 기증', 신념의 선택

뿌연 구름에 가린 하늘에 비도 내리지 않는 어정쩡한 날씨지만 아침부터 후덥지근한 게

저 멀리 비가 다가온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장 시간 운전 속에는 음악과 함께, 미래보다는 과거로 데려간다.

오늘 문득 10년 전 돌아가신 장모님이 생각난다.


서울로 향하는 고속도로, 멍하니 운전하며 당시의 아내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걱정해 댔던 일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맴돈다

오늘은 얼마나 흐느낄까, 얼마나 슬퍼하는 모습을 보여줄까

그 모습을 바라봐야 하는 나는 어떤 처신을 해야 할까 내 마음은 또 얼마나 안타까울까


갑자기 세상을 달리 하시기 2년 전만 해도 남산을 거침없이 오르내리시던 장모님이

그렇게 가셨다

양가 부모님 중에 가장 젊으시고 건강하시고 활달하셨던 분이 안타까운 슬픔만 남겨놓은 채.


그때 슬픔에 흐느끼던 아내의 모습이 너무나 불쌍하고 애처로워 가슴이 메어지고 사무쳤다.

딸이 하나밖에 없으니 얼마나 귀하고 사랑 듬뿍을 주셨을까, 그 귀한 딸을 데려온 내가

제대로 효도도 못 해 드린 것이 늘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다.


매년 두 번은 꼭 대전에 오시던 장모님,

이제 한여름이라 더위를 피해 오실 때가 되었건만,

효도 한 번 해야지 하며 흘러간 세월이 얼마인가, 결국 마음속의 약속은 더 이상 지킬 수가 없게 되었다.

늘 받기만 하고 감사하다는 진정 어린 말씀 한마디 못 해 드렸는데..


가족들을 사랑하며 가족들과 식사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시는 것을 더없이 행복으로 여기시며

빼어난 외모와 건강한 육신의 소유자 이셨다.

왜 그런 사랑스러운 분이 말도 안 되는 갑작스러운 병으로 세상을 먼저 떠나셨는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분의 마음씀이 얼마나 위대하고 건강한지,

그분은 오래전에 의학 발전에 도움을 주시려고 시신을 기증하신 결단력과 신념,

장기기증도 아니고 시신기증이라니 이런 일은 보통사람으로선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러나 자랑스러운 장모님은 눈 감으실 때까지 강력하게 시신 기증을 고집하셨다.


의과대학에 실려간 시신은 의학발전을 위해 연구하고 실험하는 대상이다.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에 기증되어, 돌아가신 지 1년 8개월여 만에

시신이 수습되었다는 연락이 와, 착잡한 마음으로 시신을 맞으러 달려갔다.

한 화장터에 활활 타오르는 영혼의 불꽃 속으로 들어섰다.


아니다 다를까 피가 거꾸로 솟는 듯 슬픔에 흐느끼는 아내의 모습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하루 걸러 전화가 와 이런저런 얘기로 아내와 통화하셨는데,

기쁜 일, 슬픈 일, 크고 작은 일을 아내에게 의논하셨고 너무나 사랑했던

하나밖에 없는 딸이어서 의지하셨으니 아내의 슬픔은 더욱 깊었을 것이다.


한 시간이 넘게 대기하니 화장이 종료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창 너머 보이는 건 한 줌의 재만,

장모님의 영혼은 이제 하늘나라에 계실 것이다.


한 사람의 인간이 태어나 세상에 부대끼며 살아가다 결국은 땅속에 묻히거나 한 줌의 재로

모든 것이 정리되어 버린다.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이 길 위에서 허무함과 두려움마저 느낀다.


내 삶은 어디까지인가 나는 죽음 앞에 서면 어떤 마음일까, 그 순간에 어떤 생각이 들까?

나의 지나간 삶, 부모형제, 아내와 자식들.. 아무 생각이 없을 것이다.


그냥 눈물만이 흐르겠지. 메마른 눈물이 공허한 가슴속으로 흐르겠지.

아 인생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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