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8. 10 일요일 오후의 일기
도시를 점령한 울음
어느덧 8월 하고도 15일 광복절이다.
여름 한낮, 도시의 공기는 뜨겁게 부풀어 오른다.
콘크리트 벽은 햇빛을 삼켜 달아오르고,
아스팔트에 피어나는 아지랑이 위로,
가로수에 숨어 있는 그들이 울고 있다.
참매미, 청매미, 말매미, 이름 모를 매미들..
대전 도심 속에서 매미들이 일제히 울음을 터뜨린다.
그 울음소리에 겁을 먹은 태풍과 비는 자취를 감추고
가로수와 아파트 단지, 학교 운동장과 골목길, 숲과 나무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울음이 겹겹이 포개져 도시 전체를 덮는다.
햇빛보다 뜨겁고, 바람보다 빠른 울음이 여름을 점령한다.
매미는 종마다 일생이 다르다.
짧게는 몇 년, 길게는 10여 년 동안 땅속에서 유충으로 숨어 지낸다.
그 어둡고 지루한 기다림을 버틴 뒤, 마침내 세상 위로 솟구쳐 오른다.
참매미는 내 어린 시절의 배경음이었던 “맴맴맴 맴맴맴~~”을 일정하게 풀어내며,
여름 오후의 뜨겁게 달아오는 공기 속에 낭만의 소리를 퍼트리지만,
말매미는 기차 화통을 삶아 먹은 듯, “찌이이이이 잉 찌르르르르르~”
세상이 떠나가라 울어댄다.
햇볕은 시멘트 벽을 달궈 숨이 막히고,
나무 그늘 밑에는 매미 울음이 소용돌이처럼 퍼진다.
사람의 마음과 처한 상황에 따라 그 소리는
한여름의 합창이 되기도, 지친 하루의 귀를 찌르는 소음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매미의 울음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다.
그건 수년간의 기다림 끝에 찾아온, 단 한 번뿐인 무대에서의 절규다.
짧게는 2~3주, 그 시간 동안 매미는 먹고 마시는 것보다 울음을 우선한다.
울어야 짝을 찾고, 울어야 삶의 목적을 이룰 수 있으니,
그 울음은 곧 존재의 이유다.
여름이 저물 무렵, 나무 밑에 떨어진 매미의 몸을 본다.
가벼운 바람에도 굴러가는 그 잔해는 서글픔을 남긴다.
언젠가 나도 저렇게 사라질 것이다.
90년 남짓의 인생과 2~3주의 매미 삶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르다.
그러나 세상에 나와 한껏 울부짖다 사라진다는 점에서,
그와 나는 닮아 있다.
"내 울음도 언젠가, 누군가의 여름 속에 기억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