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종교를 넘어 마음으로 남다

2025년 12월 22일 일기

by 대전은하수 고승민

크리스마스, 종교를 넘어 마음으로 남다

‘크리스마스(Christmas)’라는 단어는 기독교의 ‘그리스도(Christ)’와 ‘미사(Mass)’가 결합된 말이다. 본래는 종교적 의미가 분명한 날이지만, 오늘날 크리스마스는 그 경계를 넘어 사랑, 나눔, 휴식이라는 보편적인 가치를 상징하는 이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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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의 미학과 포용의 언어>

종교가 없거나 다른 종교를 가진 이들에게 크리스마스는 다소 복합적인 감정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종교와 무관하게 공감할 수 있는 요소들이 분명 존재한다.

추운 겨울의 한복판에서 맞는 이 날은 바쁜 일상에 잠시 쉼표를 찍게 해 준다. 가족과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따뜻한 휴식이 된다. 거리의 조명과 익숙한 캐럴은 연말 특유의 설렘을 더하고, 평소보다 한 박자 느린 걸음으로 하루를 살아가게 만든다.

또한 크리스마스는 자연스럽게 배려와 나눔을 떠올리게 한다. 종교적 신념과 관계없이, 이웃을 돌아보고 작은 온기를 나누려는 마음이 이 날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든다.

“딸랑, 딸랑.”

구세군의 종소리가 거리에 울리면, 망설이던 마음들까지도 하나둘 빨간 모금통 속으로 스며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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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굳이 특정한 종교의 축제로 한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모두가 조금 더 행복해지는 날”로 받아들인다면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서로에게 건네는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 역시, 결국은 당신의 하루가 따뜻하길 바란다는 안부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누군가는 예배당으로 향하고, 누군가는 식탁 앞에 앉는다. 각자의 방식으로 이 날을 보내는 모습 속에서 크리스마스가 가진 포용성은 더욱 분명해진다.

결국 크리스마스의 진짜 가치는 종교가 아니라 함께하는 기쁨에 있다. 12월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서로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데워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크리스마스다운 하루가 아닐까.


<소리의 기억, 마음속의 울림>

안타까운 점도 있다. 한동안 저작권이라는 현실적인 제약 속에서, 거리에서 캐럴을 듣기 어려워졌었다. 예전에는 이 계절이 되면 도시 곳곳에 캐럴이 흘러나왔고, 그 음악만으로도 괜히 마음이 들뜨곤 했다. 바쁘게 걷던 발걸음도 잠시 느려지고, 겨울 공기마저 조금은 부드럽게 느껴지던 순간들이다.

‘징글벨(Jingle Bells)’, ‘고요한 밤 거룩한 밤(Silent Night)’, ‘기쁘다 구주 오셨네(Joy to the World)’, ‘노엘(The First Noel)’, ‘우리 구주 나셨네(Deck the Halls)’.
다행히 이 오래된 노래들은 저작권의 보호 기간을 지나, 지금도 다시 들을 수 있는 캐럴들이다. 어쩌면 그래서일까. 이 곡들을 들을 때면 음악보다 먼저, 그 시절의 거리와 공기, 사람들의 표정이 함께 떠오른다.

지금은 조명이 남아 그 자리를 대신하지만, 음악이 빠진 풍경은 어딘가 허전하다. 크리스마스의 온기가 꼭 종교에 있지 않듯, 캐럴 역시 단순한 노래를 넘어 계절의 감정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래서인지 이맘때가 되면, 들리지 않는 노래가 오히려 더 크게 마음속에서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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