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의 음악 ]
제3의 언어, 음악
전쟁터에서 적과 아군은
서로의 언어로 말할 수 없거나,
말해서는 안 되는 관계다.
그러나 음악은 다르다.
그것은 전쟁의 이해관계를 건너뛰어
곧장 감각으로 다가온다.
영화 피아니스트에서
스필만의 연주(쇼팽 녹턴)는
“나는 유대인이다”라는 말 대신,
고통과 고독이라는 인간의 보편성을
독일군 장교의 심장에 직접 새겨 넣는다.
또 다른 영화 스윗 프랑세즈에서는
여주인공 루실에게 들려온 독일군 장교의
조용한 피아노 소리는
침략자의 명령이 아니라
한 인간의 고뇌 어린 고백이었다.
이념은 사람을 갈라놓지만,
음악은 그 사이를 넘나 든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음악을 듣는 순간,
두 사람의 고막과 심장은
같은 주파수로 진동한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정복자와 피정복자라는 이름은 사라지고,
오직 ‘지금’이라는 하나의 시간이 남을 뿐이다.
이 울림은
고립된 개인을 서로에게 연결시키고,
문득 이런 감각을 일깨운다.
“나와 저 사람은 다르지 않다.”
전쟁은 인간을 도구로 만들고,
감정을 메마르게 한다.
그때 음악은
깊이 눌려 있던 인간성을 흔들어 깨운다.
선율은 우리가 가장 평화로웠던 순간,
혹은 가장 인간다웠던 기억을 불러낸다.
비극 속에서 마주한 아름다움과
그 숭고함은
잔혹한 현실을 견디게 하는 힘이 되고
인간으로서의 자부심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
그래서인지
음악은 종종 이렇게 불린다.
“영혼의 먼지를 씻어내는 것.”
어쩌면 두 영화 속 음악은
전쟁이라는 오물을 씻어내고,
그 자리에 다시
‘인간’을 세워놓는
가장 조용한 힘이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