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연민

by 대전은하수 고승민

심장을 둘러싼 혈관 같은

날카로운 나뭇가지를 올려다보면

멍든 가슴 같은 색의

잿빛 하늘이 나를 엄습한다

행복한 순간도 고통스러운 짐도

사랑과 행복이었다


메조소프라노의 강력한 소리가

가슴을 심장을 찌르는 듯

매서운 겨울바람이 울고

밤하늘 날리는 눈발이

보석처럼 반짝 거림은

긴 터널의 작은 빛이었다


멀리 보이는 설산과

겨울의 수평선을 가르는 갈매기

파도소리 들리는 겨울산의 바람

바위를 깰 듯 몰아치는 파도

처마밑 고드름과 매캐한 연탄가스

그리운 순백의 시절이었다


동토를 깨우는 눈부신 아침햇살과

아스라이 퍼지는 겨울 운무,

하얀 들판에 외롭게 찍힌 발자국,

언덕 위의 조그만 교회의 종소리는

날카롭고 앙상한 가지에 걸린


인생의 뒤안길이다


이미 겨울 절반

공허한 그리움만 차오르고

추억의 순간도 붙잡지 못한 채

흐르는 세월의 뒷모습만 바라보는

앙상한 가슴엔 서늘한 온기만 남는다


겨울의 연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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