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도시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전영칠
도시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는 길을 가다가 버걱거리는 담장가에 앉아 있는
풀 한 포기를 보았다
블록담장 사이로 비를 맞고 살아 있는 것이
여간 아찔한 것이 아니었다
대기업이 죽으면 공사대금이 녹는다며
임 사장은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도시의 아스팔트 위 태양빛으로
언제 말라죽을지 모르는 저
쉼표
그것은 세상이라는 소용돌이 혜성 속에서도
하나의 미소를 잃지 말라고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버스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택시를 잡고
임 사장은 서둘러 차도로 빨려 들고
나는 잠시 빗길 사이에
서 있었다
도시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미래를 알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우리는 내일을 모르고 삽니다.
위 시는 스쳐 지나가는 위기를 잠시 보여주는 어느 중소기업 사장의 우울한 빗속 장면입니다. 구체적으로는 IMF는 환율 안정을 위해 금리를 20~30%대까지 올릴 것을 강요했고, 은행 대출로 운영되던 중소기업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흑자 도산했을 때, 가까운 이를 바라본 것이 이 시의 소재가 되었습니다(97, 98 당시 중소기업 40,000곳 부도). 시란 소설과 달라 압축과 비유, 서정 등이 '시적 논리'로 정리되어 탄생합니다.
누구나에게 닥칠 인생의 희로애락에서도 비는 오고, 얼핏 얼핏 정서도 비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힘들 때에도 언젠가는 내게 올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내게도 얼마든지 희망이 미소가 되는 날이 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