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영 칠
1
사람들의 손에 우산이 들려 있다
아련한 기억들이 모여 흐린 하늘을 만드는 것인가
2
빗방울 1 : 사랑이 길었어 이젠 추스를 거야 해맑은 아침으로
빗방울 2 : 나를 녹였어 그러니 나만큼 너도 녹일 거야
빗방울 3 : 우린 달라 빨강과 파랑처럼
빗방울 4 : 비 오는 과거 비 오는 사랑 비 오는 나 그 게 무슨 의미지
빗방울 5 : 나 때문이야 그러나 너 때문일지도
그 놈들은 잘못된 사랑 같다 그렇게 도란도란거린다
3
우산 사이로 터진 하늘을 보았다
늘 그렇지만
우린 흩어졌다가 다시 모이고 모였다가 다시 흩어지는
비처럼 산다
4
미안해 그러나 나는 당신의 상처가 아니야
나의 상처였어 비를 보며 나는 그렇게 말해야 할 것 같다
5
하늘도 상처가 있을까?
그럴 것 같다
6
하늘도 이별이 있을까?
그럴 것 같다
(청청한 하늘도 있을까?
바보 같으니······)
6
오늘은 비
사랑도 비
오늘의 날씨는 비 옴
우산을 든다
운명처럼 우산은 늘 비를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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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우산을 소품으로 시를 품어본다.
비가 내려 흐르듯이 세월 따라 사랑, 이별, 그것들이 쌓인 인생도 흘러간다.
아는 산사(山寺)에서 있었던 일.
나와 가끔씩 도담을 나누는 스님이 있었다. 그날은 몇 명 일행과 함께 차를 마시고 있었는데 도담을 나누던 스님이 내리는 비를 보며 갑자기 말했다.
- 그녀는 지금쯤 어디서 살고 있을까.
- 아이, 스님도 참.
일행이 웃었다. 물론 일행은 당연히 농담인 줄 알 것이다. 그런데 뭐일까, 묘한 해방감 같은 이 것은.
정색을 하며 사는 것만이 잘 사는 것은 아닐 것이다. 웃음도, 울음도, 죽을 것 같았던 이별도 모두 한 방울 인생들이다. 그것들이 모이면 내가 되고 강이 되고 바다가 된다.
인생사 희로애락은 화엄의 바다에 닿으면 모두에게 좋은 미네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