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음악한곡과 시 한잔
- 퇴근길

by 전영칠

비 또는 눈이 오면 차가운 이성의 세계가 포근한 감성으로 바뀌는 것 같습니다.

현실을 잠시 내려놓고

음악한곡을 들으면서 시 한잔 하시지요.




Classic Soul & Blues Playlist | Timeless Love Songs from Music’s Greatest Legends(Timeless Blues Harmony)






퇴근길

전 영 칠




어디 죽이는 트럼펫 라이브카페 없을까?

ㄱ의 전화. 그도 비를 탈까, 나는 유턴을 해서 <무인도>로 향한다.

카페의 문을 들어서면 친구들이 하나 둘 보인다.

명줄 긴 라스코리니코프도 구석에 앉아 종업원 계집에게 무엇인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세종로의 이순신 장군이 저벅대며 도요토미에게 한잔하자고 전화를 한다.

ㄴ이 오늘 분 자본주의를 으드득 뜯으며 러시아산 보드카를 마시고 있다.

마르크스와 레닌이 가을 담긴 눈으로 소주를 들이켠다.

지저스 크라이스트가 그들에게 음식을 권한다.

뭉크가 그들을 보고 가늘게 가늘게 그림 한 폭을 완성 해나가고 있다.

붓다는 더 이상 할 일이 없다는 듯 한쪽에서 졸고 있다.

모두 사는 산소, OK!

그러나 그곳에는 트럼펫 라이브가 휴식 중이다.



무인도를 나와 ㄱ이 있는 곳으로 다시 유턴.

그곳에서는 죽이는 트럼펫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그곳에서도 죽이는트럼펫 소리를 듣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혹시

당신은 죽이는 트럼펫 소리가 있는 곳을 알고 있는가?

나는 ㄱ을 죽인다. 그리고 무차별로 전화한다.

혹시 당신은 죽이는 트럼펫 소리가 있는 곳을 알고 있나요?



퇴근 길이 별처럼 멀다.





새 술은 새 푸대라는 말이 있다.

역사가 낡았다. 시대도 낡았다. 새로운 것이 없다.

그러면서 세계적 베스트셀러 성경은 새하늘, 새땅을 말한다.

성령으로 성경 66권을 인간과 함께 써내려간 신도 세상이 낡았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


뫼르소가 태양 때문에 아랍인을 쏴 죽인 것처럼 부조리로 세상을 보면 세상은

또 그렇게 부조리한 세상으로 보인다. 인간은 환경과 시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관성의 법칙대로 늘 다니던 출근길과 퇴근길이 갑자기 '철학적'으로 보일 때가 있다.

그럴 때는 관성의 틈새가 살짝 열려 보인다.

그런 오늘 출근과 퇴근길이 참 길게 느껴진다.

그럴 때는 천지를 뚫는듯한 트럼펫 소리가 듣고 싶다.

혹시 모르지, 천지개벽이라도 되면 새로운 무엇이 있는 것인지.

세상은 오늘도 관성대로 살아간다.



위 시에는 사연하나가 있다.

원래 이 시에 등장하는 트럼펫은 색소폰이었다.


시인들이 시품평회에 이 시에 대해 품을 해주었다.

몇몇 시인은 '퇴근길의 신선함'에 대해 얘기했고, 몇몇 시인들은

'내 그렇 줄 알았어. 결국은 섹스로 간다니까.'

'다른 것들은 지루하고 결국 섹스를 찾아 가는 시'라는 거였다.

색소폰을 섹스폰으로 해석해서 그렇게 받아드린 것이다.

나는 상상도하지 못한 해석을 하는 몇몇의 시인들을 바라보며

말을 해대었다, 속으로.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개 눈에는 개만 보인다더니…… "

나는 이 시에서 색소폰이라는 단어를 트럼펫으로 모두 바꿨다.

(2026.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