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음악한곡과 시 한잔
- 면회

by 전영칠

비 또는 눈이 오면 차가운 이성의 세계가 포근한 감성으로 바뀌는 것 같습니다.

현실을 잠시 내려놓고

음악한곡을 들으면서 시 한잔 하시지요.





Blues rock-studio





면회

전 영 칠




1.

오늘도 나쁘지 않았다.

불완전하기에 살아갈 수 있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2.

사람들은 상처 받지 않기 위해 서로를 경계한다.

사람들은 때론 폭탄 같다. 오늘도 조심,

그러나 유머를 잃지 말 것.





비는 창문을 거칠게 두드리기보다, 아주 고운 안개처럼 내려앉아 세상을 흐릿하게 지운다. 음률이 낮게 깔리면, 카페의 조명은 채도를 낮추고 구석진 곳에 긴 그림자를 만든다.


책상 위에는 정갈하게 정리되지 않은 책들이 겹쳐 있고, 마시다 남은 찻잔 주위에는 연한 갈색 얼룩이 남아 있다. 이 무질서함은 '불완전함'을 닮았다. 완벽하게 닦인 유리창보다, 빗물이 불규칙하게 흘러내려 밖이 일그러져 보이는 창가가 더 아늑하게 느껴진다. 그 일그러진 틈으로 보이는 거리의 가로등 불빛은 마치 '폭탄' 같은 세상의 날 선 모서리가 둥글게 깎여 나간 듯 부드럽다.


음악의 선율이 애절하게 상승할 때, 창문에 비친 자신의 실루엣과 눈을 맞춘다. 그것은 타인이 아닌, 고단한 하루를 버텨낸 '자기 자신과의 면회'다. 유리창 너머의 세상은 여전히 경계해야 할 것들로 가득하지만, 음악이 흐르는 이 안쪽만큼은 안전한 감옥이자 해방구다. 볼에 붙인 작은 반창고 하나, 헝클어진 머리카락 같은 사소한 흔적들이 오히려 '살아있음'의 증거가 되어 따뜻하게 다가온다.


쇼팽의 녹턴 20번을 들어보면 곡의 중반부, 단조의 슬픔 사이로 짧게 스쳐 지나가는 장조의 화음은 '유머'의 순간과 같다. 빗줄기를 피해 뛰어가는 사람들의 우스꽝스러운 몸짓이나, 찻잔 속에 떨어진 작은 불빛 조각을 보며 희미한 미소를 짓는 찰나다.


오늘도 나쁘지 않았다.


낮은 읊조림으로 음악의 마지막 페달링이 길게 여운을 남기며 사라질 때면, 내 스스로의 면회는 공기 중으로 흩어지며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2026.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