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인간사회의 갈등구조 및 이웃국가 침략에 대한 가장 극단적인 방어 행위이다. 전부 아니면 전무, 내가 살기위해서는 남을 죽이는 허락받은 살인행위인 것이다.
실제 전쟁 역사 속 인물들은 어떠했을까? 20세기와 21세기를 대표하는 한국과 세계의 전쟁 영웅 10명의 삶을 통해, 그들의 행동이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경쟁의 논리'와 어떻게 다른지 구체적으로 들여다본다.
경쟁이 인간사회에 언제부터 끼어 들어온 것인지, 나라를 잃었을 때, 나라가 전쟁 중일 때, 목숨이 위급할 때 인간 저변에 존재하는 경쟁이라는 욕망은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판단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전쟁 중이고 나라 독립을 위한 극단의 상황에서 물어보자. 생명이 먼저인가, 경쟁이 먼저인가.
인간은 누구나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기적인 존재다. 자신을 위해 경쟁해서 남을 이기고 편히 살면 되는 것이다. 아래 전쟁 형국속에서의 인간의 삶은 어떠할까.
'경쟁은 환상이다'라는 명제는 단순히 남을 이기려 애쓰는 단계가 아니라, 압도적인 기량과 속도로 경쟁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경지도 있다. 현대 한국 전쟁사의 영웅 백인엽 장군은 바로 이 '압도적 몰입'과 '실행력'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백인엽 장군이 이끌던 제17연대는 한국전쟁 당시 '유령 같은 기동력'으로 유명했다. 그는 경쟁자와 보조를 맞추거나 적의 대응을 기다리는 식의 전통적인 군사 작전에 머물지 않았다.
그가 왜 미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 교과서에 등재되었는지, 그리고 그의 삶이 어떻게 '경쟁 이전의 인간'이 되었는지 알아보자.
인천상륙작전 직후, 백인엽의 17연대는 미군조차 놀랄 정도의 속도로 서울로 진격했다. 당시 미군 지휘부는 보급과 전열 정비를 위해 속도 조절을 권고했지만, 백인엽은 이를 무시하고 '가장 먼저 서울에 입성한다'는 목표에만 모든 에너지를 집중했다. 그 목표는 성공해 제일 먼저 서울에 입성하여 깃발을 꼿았다. 누구와도 경쟁 자체가 되지 않는 인물, 경쟁 이전의 독특한 인물, 역사에서 그 내용이 사실로 인정받은 인물이 백인엽이다.
그는 다른 부대와의 공을 다투는 '경쟁'에 매몰된 것이 아니라, '승리'라는 본질적 목표를 향해 주변의 모든 제약 조건을 무시하고 몰입했다. 적군이 방어선을 구축하기 전, 이미 그 자리에 가 있는 그의 속도는 적에게 경쟁의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백인엽 장군이 미 육사 교과서에 사례로 등장한 것은 그의 '공격적 리더십'과 '속도전의 극치' 때문이다.
웨스트포인트에서 그를 주목한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압도적 기동성과 창의적 전술: 옹진반도 전투에서 중화기가 부족한 열세 속에서도 기습과 우회 기동으로 적을 당황하게 만든 사례는,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신적 몰입'과 '전술적 유연성'이 어떻게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는지 보여준다.
지휘관의 솔선수범: 그는 항상 최전방에서 부하들을 독려하며 '나를 따르라'는 정신을 실천했다. 미군은 이를 '현장 중심의 결단력'의 전형으로 보았다.
심리적 우위 점유: 적이 대응 시나리오를 짜기도 전에 공격을 완료하는 그의 방식은 '전쟁에서 속도는 곧 방어력'이라는 군사 원칙을 완벽히 증명했다. 미 육사는 이를 통해 장교 후보생들에게 "전장에서는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판단 속도보다 앞서 나가 상황을 지배해야 함"을 가르친다.
그는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에서 공포나 사회적 체면을 잊고, 오직 '임무 완수'라는 한 점에만 집중했다. 이때 경쟁자는 사라지고 오직 목표와 나만 남는 '무아(無我)'의 상태에 이르게 된다.
그는 속도로 경쟁을 무력화시키는 인물이었다.
"전쟁터에서 가장 무서운 적은 눈앞의 적군이 아니라, 망설이는 자기 자신이다."
— 백인엽 장군의 정신을 관통하는 철학
한국계 미국인으로 이탈리아 전선과 한국전전에 모두 참전한 전설적인 전쟁 영웅이다. 그는 탁월한 지휘관이기도 했지만, 그의 진가는 '사람을 향한 태도'에 있었다. 인종차별을 딛고 부하들의 마음을 얻었으며, 한국전쟁 당시 500여 명의 전쟁 고아를 돌보는 고아원을 설립해 지원했다. 그에게 전쟁은 적을 이기는 게임이 아니라, 그 속에서 고통받는 인간을 구원하는 과정이었다.
1966년 베트남에서 작전 수행 중 적이 던진 수류탄을 발견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자신의 몸으로 수류탄을 덮쳐 산화했다. 덕분에 주변에 있던 부하들은 목숨을 건졌다. 개인의 생존 본능을 완전히 거스른 이 행동은, 경쟁자가 아닌 '보호자'로서의 숭고한 희생이었다.
월드컵의 함성이 가득하던 때,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지키다 북한 경비정의 기습 공격을 받았다. 윤영하 소령을 비롯한 6명의 용사들은 배가 침몰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를 의지하며 대응 사격을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압도적인 불리함 속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우리'의 바다와 전우를 지켜냈다.
이국종 교수는 2026년 현재 국군대전병원장으로 재직하며 군 의료 체계의 현대화와 혁신을 이끌고 있다. 아주대학교병원을 떠나 군으로 복귀한 그는 현장에서 여전히 '골든아워'를 지키기 위한 고군분투를 이어가고 있다. 그에게는 경쟁이나 이기 보다 '현장의 골든아워'가 중요하다.
그는 총을 들지는 않았지만, 매일 삶과 죽음의 경계라는 '전장'에서 싸운다. 아덴만 여명 작전의 석해균 선장, 귀순 북한 병사 등 수많은 생명을 살려냈다. 적자가 날 것을 알면서도 헬기를 띄우고 고가의 장비를 투입하는 그의 행동은, 효율성과 이윤을 따지는 자본주의 경쟁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생명 존중의 실천이다.
종교적 신념으로 집총을 거부한 채 의무병으로 참전했다. 오키나와 전투의 지옥 같은 '핵소 고지'에서 아군이 후퇴한 뒤에도 홀로 남아, 무기 하나 없이 75명의 부상병을 밧줄로 묶어 절벽 아래로 실어 날랐다. "한 명만 더 구하게 하소서"라는 그의 기도는 이기에서 나온 경쟁이 아닌 순수한 사랑의 발로였다.
나치 당원이자 기회주의적 사업가였던 그는 전쟁이라는 거대한 비극 앞에서 변화했다. 그는 자신의 전 재산을 뇌물로 써가며 유대인들을 자신의 공장에 취직시키는 방식으로 1,200여 명의 목숨을 구했다. 그는 전쟁이라는 '죽음의 경쟁' 시장에서 자신의 이윤(승리)을 포기하고 생명을 매수했다.
폴란드의 기병 장교로,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참상을 외부에 알리기 위해 스스로 수감자가 되었다. 그는 지옥 한복판에서 저항 조직을 만들고 정보를 빼냈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경쟁하는 대신, 진실을 위해 자신을 가장 낮은 곳으로 던진 숭고한 용기였다.
미 해군 네이비 씰 대원으로, 2006년 라마디에서 작전 중 동료들 사이에 떨어진 수류탄을 보고 몸을 던져 막아냈다. 이인호 소령과 마찬가지로, 그는 순간적인 판단으로 다수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경쟁 사회가 가르치는 '각자도생'의 정반대 지점에 있는 행동이다.
탈레반의 매복 공격으로 부대가 와해될 위기에서, 빗발치는 총탄을 뚫고 달려 나가 부상당한 전우를 적의 손아귀에서 구출해왔다. 그는 생존한 미국인 최초로 명예훈장을 받았지만, "나는 영웅이 아니다. 나는 내 형제들을 사랑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동력은 경쟁심이 아닌 전우애였다.
위에서 살펴본 10명의 영웅들은 시대와 장소는 달랐지만, 그들의 삶을 관통하는 하나의 공통된 원리가 있다. 그것은 바로 그들의 행동이 철저하게 '반(反) 이기'와 '반(反)경쟁적'이었다는 점이다.
첫째, 그들의 동기는 '타인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살리는 것'이었다. 경쟁의 논리는 내가 살기 위해 남을 짓밟거나, 남보다 더 많은 것을 가져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이 영웅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김영옥은 고아를 돌봤고, 쉰들러는 재산을 탕진하며 생명을 구했다. 도스는 적조차 치료했다. 이들의 행동 동기는 승리에 대한 욕망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깊은 연민과 사랑, 그리고 책임감이었다.
둘째, 그들은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대신 '공동체의 가치'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수류탄에 몸을 던진 이인호와 몬수어, 아우슈비츠로 걸어 들어간 필레츠키의 행동을 경제학적 관점의 경쟁 논리로 분석하면 '가장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인 자살행위'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을 영웅이라 부른다. 왜냐하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호모 에코노미쿠스'를 넘어서는,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내던질 수 있는 숭고한 도덕성을 지닌 존재임을 그들이 증명했기 때문이다.
셋째, 진정한 승리는 '상대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성을 지키는 것'에 있었다. 전쟁이라는 극한의 경쟁 상황은 인간을 괴물로 만들기 쉽다. 하지만 이 영웅들은 그 속에서도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았다. 이국종 교수가 시스템의 비효율을 감수하며 생명을 살리고, 오스카 쉰들러가 야만의 시대전쟁이라는 '죽음의 경쟁' 시장에서 자신의 이윤(승리)을 포기하고 생명을 매수한 것은 인간성을 지키려는 처절한 투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