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삼성산 삼막사
대한민국에서 가장 기도발이 센 곳은 어디일까?
대한민국 4대 기도도량은 강화 보문사(江華 普門寺), 남해 보리암 (南海 菩提庵), 양양 낙산사 (襄陽 洛山寺), 여수 향일암 (麗水 向日庵)이 네 곳이며 효험에 대한 이야기가 구전으로 전해져 오늘날까지 대한민국 최고의 기도처로 손꼽히고 있다. 이곳은 모두 바다를 바라보는 절경에 자리한 관음성지(觀音聖地)라는 공통점이 있다. 관음성지란 관세음보살이 상주하며 중생의 소리를 듣고 그 고통을 구원해 준다는 성스러운 장소를 의미한다. 이 때문인지 이 네 곳은 예로부터 수많은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나의 주 기도처는 삼성산이다.
집에서 가까운 산이 삼성산이라서 오랫동안 즐겨 다니던 산인데, 이곳을 다니면서 오래전부터 기도처를 물색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10년 동안을 지나치던 이곳을 발견하게 되었다. 관악역에서 삼성산 진입로에 있는 곳이었는데, 그곳을 수도 없이 지나치다가 숨어 있던 이곳을 발견하고는 그 자리에서 하늘 앞에 감사 인사를 올렸다.
삼성산(三聖山)은 서울특별시 관악구와 금천구, 경기도 안양시에 걸쳐 있는 산으로, 관악산의 서쪽에 바로 이웃하여 뻗어 있다. 최고봉의 높이는 해발 481m로, 관악산(632m)보다는 낮지만 능선이 이어져 있어 많은 등산객이 관악산과 연계하여 등반하곤 한다.
나는 이 기도처에서 기도와 명상을 한다. 좌청룡, 우백호가 겹겹으로 이어지고 뒤로는 깃발봉에서 길게 뻗어 나온 용이 기도처에서 우뚝 멈추었다. 안산은 수리산에서 가장 높은 태을봉(太乙峰)이다.
삼성산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신라 시대의 고승 원효(元曉), 의상(義湘), 윤필(潤筆) 세 분이 이곳에 머물며 수도했다는 설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이처럼 이름 자체에 위대한 성인들의 이야기가 깃들어 있는 성스러운 산이다. 삼성산은 관악산과 마찬가지로 바위가 많고 산세가 험한 편에 속하지만, 그만큼 기암괴석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수려하다. 정상부에 서면 서울 한강 이남 지역과 안양, 과천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삼성산을 끼고 많은 가족들이 찾는 안양예술공원과 1300년 된 삼막사(三幕寺)가 있다. 677년(신라 문무왕 17년) 원효, 의상, 윤필 세 대사가 관악산에 들어와 수도하던 중, 지금의 삼막사 자리에 각각 초막(草幕)을 짓고 정진했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삼막사의 시작이다. 삼성산은 영성 높은 수도(修道)와 수행(修行)의 산이다.
'삼막사(三幕寺)'라는 이름 역시 세 성인이 막(幕)을 치고 수도했던 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곳에서 10여 년 만에 찾고 있던 기도터가 눈앞에 나타났으니 그 기쁨은 컸다. 그것도 수도 없이 지나치던 곳 바로 옆 능선이었다.
나는 7남매의 막내로 자랐다.
사람마다 가치서열은 다양하다. 나의 대학 플래시맨 시절의 가치는 '세상에서 가장 힘센 것을 갖자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술이었다. 술을 마시니 없던 용기도 생겼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유치하고 어리섞은 판단이었지만 그 당시 20대 초의 생각은 그랬다. 1년을 마시고 술은 음식일 뿐 더 이상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두 번째는 문학이었다. 대학 전공을 뒤로하고 시를 쓰고, 찢고, 또 수도 없이 시를 썼다. '문학(시)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구원에 이르지 않을까'라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이것 역시 한계를 느꼈다. 문학은 일부이고 연약한 면이 있다. 그보다 강한 것이 있다. 그리 생각하였다. 세상을 보았다. 현실에서 가장 강한 것은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이었다. 이 쌍두마차가 세계를 지배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강한 만큼 눈에 보이는 현실세계는 이 두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모략과 살인도 불사하였고, 인간 이전에 배신도 늘 따라다녔다. 나는 이 두 가지 권력 이면의 피냄새가 싫었다. 정말, 그 길은 내 길이 아다라는 생각이 본능으로 다가와 몸서리 처졌다.
그리고 다다른 생각이 정신세계탐구였다. 그 세계는 정말 깊고도 넓었다. 나는 세 번째로 그 세계로 뛰어들었다.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 후 직장을 구해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하는 길을 포기하고, 기독교 신학을 공부하기 시작하였다. 몇 년 후 전국을 돌며 기도와 수행 생활을 위해 함께했던 부모님께 내 계획을 이야기했으나, 부모님은 나의 선택을 반대했다. '직장과 결혼 준비가 먼저 아닌가' 라며 극심한 반대에 부닥친 것이다.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중, 고, 대학 등록금과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신 부모님이시기에, 실망감도 무척 크셨을 것이다. 나는 어쩔 수 없는 형국에서 말도 없이 야밤에 집을 나와 안면 있었던 전라남도 무안 근처 시골의 한 농가의 농사를 도우며 산기도와 수행에 전념하는 생활을 시작하였다.
몇 년 후 집에서 경찰에 행불 신고를 한 것도 뒤늦게 알았다.
120일 산기도 중에 아버지가 위독하시다는 소식을 들었다. 120일을 마치고 집에 도착한 날 아버지는 나를 보시고 반가운 웃음을 보이고는 바로 돌아가셨다.
그러한 생활이 40년이다. 20년 전에 늦은 결혼과 생활을 위해 직장생활도 함께했으나, 정신생활탐구라는 내 인생의 주제는 한시도 바뀐 적이 없다. 그동안의 갖가지 사연은 필설로 다 하지 못한다. 다만 정신세계 탐구의 경험과 지혜가 있다면, 비슷한 일과 현실을 겪는 이들에게 글로나마 도움을 주고 싶다. 도보명상 연작을 쓰는 것도 그러한 이유이다.
인간은 미완성이다. 육신은 20세가 되면 완성되나 그 속에 있는 영혼(정신)은 완성되지 않았다.
세상을 보면 인간들이 미완성되었다는 것을 안다. 용산 전쟁기념관 입구에는 인류역사 누천년 동안 전쟁으로 31억 명이 제명대로 살지 못하고 죽었다는 글이 쓰여 있다. 2025년 오늘날도 수단, 소말리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시리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 세계 36개국에서 크고 작은 전쟁과 내란이 일어나고 있다. 누천년 인류의 역사를 보자. 인간들이 모인 국가는 생존과 국가 존립을 위해서 합법적 살인인 전쟁을 허용하고 장려하기까지 하였다. 국가는 인간들을 훈련시켜 살인전문가를 양산했다. 그리고 남의 나라를 크게 침략해 대제국을 건설한 자를 '영웅'이라 칭했다. 기가 막힐 일이다.
이 모두가 인간이 하늘이 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라고 나는 단언한다.
인간이 하늘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인간의 유전자와 세포 속에 각인된 수성(獸性) 때문이다. 이 수성은 컴퓨터의 버그(Bug = 벌래)와도 같은 것이다. 버그가 있으면 컴퓨터는 먹통이 된다. 윈도 10이 완성되기까지 110여 개의 버그가 있었다. 이 110여 개의 버그를 제거하여 마침내 윈도 10이 완성된 것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버그란 선입관념과 고정관념, 무시(無視), 카테고리(범주화), 지나친 소유욕, 시기와 질투, 교만, 지배욕, 폭력(갑질), 마약, 도박, 배우자와의 신뢰관계 제로, 건강 방치 등이다.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는 이 12가지 요소는 서로 얽혀있다. 교만과 소유욕은 지배욕과 갑질로 이어지기 쉽고, 삶의 스트레스와 공허함은 마약이나 도박, 바람기라는 행동의 덫에 쉽게 빠지게 만든다.
하늘을 만나려면 이 모든 버그들을 제거해야 한다. 그 기법으로 나는 명상과 기도, 진리생활 등을 택했다. 명상에서는 집중을 위해 자연미 감상을 할 수 있고, 건강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도보명상을 하게 된 것이다.
참고로 나는 특정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신을 믿는 유신론자이다. 유불선, 기독교, 힌두교, 회교 등의 다양한 종교에 경계와 멸시의 선입관념은 없다. 남의 종교를 두고 "사찰을 멸망케 하소서!"라고 저주하지 않는다. 존중한다.
이 버그들을 제거하려면 각자의 기도터가 필요하다. 나의 주 기도터는 삼성산 기도터와 내가 쓰는 안방이다.
내가 살고 있고 숨 쉬는 곳은 다 기도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주 기도터는 필요하다고 본다. 집에서 삼성산 기도터는 구일역에서 안양천을 걷고, 금천구청역과 관악역을 나와 삼성산 기도터까지 도보명상을 하며 걸으면 도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