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허스님과 어느 불교 고수(高手)
할머니

사진 : 덕적도 해안 무명(無名) 돌탑들

by 전영칠


인생은 청춘에게 있어 '하늘의 뭇별들처럼 많은 날들이 있는 것' 일 수 있다. 그러나 살아보면 인생은 짧다.

영겁의 우주 앞에 인생은 '찰나'와도 같다.

이 땅에 온 목적으로 영성개발과 자아완성을 위해 살다가도 자기도 모르게 지뢰밭 많고 유혹 많은 세상에서 잠시 곁눈질하다 보면 시간낭비와 허송세월을 보내기 일쑤다.


오늘은 인생을 잠시라도 헛살아 보이지 않은 두 분을 소개하기로 한다.

한국불교의 선맥 중흥조 경허선사와 인간극장 청춘만물트럭 편에 잠시 나왔던 어느 불교 고수 할머니(이름을 모름).



한국불교의 선맥 중흥조 경허선사의 한 말씀


경허스님1849-1912 _15069_19686_3147.png 경허선사(1849~ 1912)


조선 말기, 꺼져가던 한국 불교의 선(禪) 맥을 되살린 위대한 스승, 경허(鏡虛, 1849~1912) 선사는 파격적인 행보와 깊은 깨달음으로 한국 근대 불교사에 지울 수 없는 족적을 남긴 분이다. 그의 삶은 수행과 교화, 그리고 기행(奇行)이 어우러진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다.


어려서부터 총명하여 불교 경전뿐만 아니라 유학과 노장사상까지 두루 통달했던 그는 동학사에서 학인들을 가르치는 강사로 명성을 떨쳤다. 그러나 1879년, 서울로 옛 은사를 만나러 가던 중 전염병이 창궐한 마을에서 죽음의 공포를 느끼며 '생사(生死)의 문제가 글 속에만 있지 않음'을 처절하게 깨닫는다. 이후 동학사로 돌아와 모든 학인을 돌려보내고 용맹정진에 들어갔다.


정진하던 중, 한 사미승이 전해준 "소가 되더라도 콧구멍 없는 소가 되어야지"라는 말을 듣고 홀연히 깨달음을 얻었다. 이때 그의 나이 31세였다.


경허 선사의 가장 큰 업적은 조선시대 억불정책으로 명맥이 거의 끊겼던 간화선(看話禪) 수행의 전통을 되살린 것이다. 그는 해인사, 범어사, 통도사 등 전국의 주요 사찰에 선원(禪院)을 개설하여 수행자들이 참선에만 몰두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그의 가르침 아래 수월(水月), 혜월(慧月), 만공(滿空), 한암(漢岩)과 같은 걸출한 제자들이 배출되었다. '삼월(三月)'로 불리는 수월, 혜월, 만공 스님을 비롯한 그의 제자들은 스승의 뜻을 이어받아 한국 불교를 이끄는 큰 기둥이 되었다.

경허스님은 선문의 중요한 어록과 논을 엮은 『선문촬요(禪門撮要)』를 저술하여 후학들의 수행 지침서가 되게 했고, 그의 행장과 어록은 제자들에 의해 『경허집(鏡虛集)』으로 편찬되었다.


경허 스님의 '사람에게 있어 가장 큰 일'에 대한 말씀이 있다.


"그대들에게 묻노니, 사람에게 있어 가장 큰일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재물을 쌓는 일인가, 명예를 얻는 일인가?

아니다. 사람에게 있어 가장 큰일은 바로 나고 죽는 일이 생사대사(生死大事)이다.

보라, 세월이 흐르는 물과 같아 덧없이 흘러가니, 수행하는 사람은 이를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오늘은 비록 이 몸을 보전하나 내일은 보전하기 어렵다'라고 하였으니, 죽음이 언제 문을 두드릴지 모르는 일이다.

그러니 단 하루를 살더라도 '나는 왜 사는가'를 가슴에 새기고, 단 한순간도 게으름 피우지 말고 정신을 바짝 차려 살아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당부한다.


"부디 명심하라. 사람으로 태어나 가장 큰일인 생사대사를 해결하지 않고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헛되이 세월을 보내지 말고, 순간순간을 깨어있는 마음으로 정진하도록 하라."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시간을 낭비하다니 - 그대는 단 하루를 살더라도 '나는 왜 사는가'를 가슴에 새기고, 단 한순간도 게으름 피우지 말고 정신을 바짝 차려 살아야 할 것이다!"


어지럽고 시간이 낭비되는 형국을 맞을 때 바로 이 경허선사의 죽비 때림의 말씀을 새겨야 한다.



인간극장에 나왔던 불교 고수(高手) 할머니


6521.jpg 불교 고수(高手) 할머니


2008년경 인간극장 청춘만물트럭 편에 잠시 나왔던 전국을 돌아다니는 청춘만물트럭 사장과, 그 가게 옆에 앉아 있던 어느 할머니와의 대화를 소개한다.

(2025년 현재 청춘만물트럭 사장은 돌아가시고 아들이 하고 있다.)


가: 청춘만물트럭 사장(역시 노인이다)

나: 불교 고수 할매(이름 모름)



가: 할매 오래 사시라고 목탁 한번 쳐주고 갈게.

(반야심경을 외움)

나: 외기만 하면 뭘 해, 뜻을 알아야지.

가: 뜻 가르쳐드릴까요?

나: 뜻이 뭔데?

가: 마하반야바라밀다 - 크고 넓게 슬기롭게 건너가라.

나: 그 정체가 뭐 나고?

가: 그러면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것도 건너가는 것이고, 몰랐던 것 아는 것도 건너가는 것이라.

나: 참선에 화두를 잡아야지 그렇게 하면 돼?

(참선은 무작정 외우는 것이 아니라는 할머니)

가: 할머니 화두는 뭔데?

나: 없을 무(無) 자가 왜 있데?

가: 부처님께서는 지성으로 자기가 염을 하면 곧 들어준다고 했거든. 자기 자체가 진짜 부처라. 그럼 할머니는 지금 있는 거라, 없는 거라?

나: 있다고 하면 없는 게 되고, 없다고 하면 다 있는 거야. 세상천지에 나 아닌 게 없어, 없는 자체가 있는 거라.

가: 할매, 완전 도 터진 할매네?

나: 지도 모르는 게 뭘 어디 가서 아미타불을 봐?



아미타불(阿彌陀佛)은 무한한 빛과 생명의 부처이다. 대승불교, 특히 정토 신앙의 중심이 되는 부처로, 서방 극락정토(西方 極樂淨土)의 교주이다. 헤아릴 수 없는 광명(無量光)과 무한한 생명(無量壽)을 지닌 존재로서, 모든 중생을 구원하여 자신이 세운 이상적인 불국토인 극락세계로 이끌고자 하는 원대한 서원을 세운 부처님이다.

아미타불이 다스리는 서방극락정토(西方極樂淨土)는 고통과 괴로움이 전혀 없고 오직 즐거움만이 가득한(極樂) 청정한(淨土) 세상이다. 경전에 묘사된 극락은 황금으로 된 땅과 보배로 장식된 나무, 아름다운 새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노래하는 평화롭고 안락한 세계이다.

이곳에 태어난 중생들은 더 이상 윤회의 고통을 겪지 않고, 아미타불과 여러 보살들의 가르침 속에서 수행하여 마침내 깨달음을 얻게 된다.


아미타불은 보통 좌우에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과 대세지보살(大勢至菩薩) 두 보살을 거느린 삼존(三尊)의 모습으로 많이 표현된다.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은 아미타불의 '자비(慈悲)'를 상징하며, 중생의 고통 소리를 듣고 그들을 구원하는 역할을 하며, 대세지보살(大勢至菩薩)은 아미타불의 '지혜(智慧)'를 상징하며, 지혜의 빛으로 어리석은 중생을 깨우치는 역할을 한다.

이 세 분을 합쳐 '서방삼성(西方三聖)'이라 부르며, 극락정토로 중생을 맞이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아미타래영도(阿彌陀來迎圖)' 등에 함께 등장한다.


청춘만물트럭 사장도 대화하는 솜씨가 구수하지만, 그것보다 이동식 만물트럭 앞에 앉아 있던 이름 모를 할매의 경지가 상상 초월이다.

할머니의 경지는 이미 생사를 넘은 듯싶다. 인생을 하나도 헛살지 않은 듯, 저 정도라면 지상에서 더 이상 시간 보낼 필요 없어도 될 것 같다. 아침에 도를 깨달으면 저녁에 죽어도 가하다는 공자의 말씀이 연상된다. 사실 아침에 도를 깨달으면 아침에 죽어도 가하다. 영원한 생명을 앞둔 사람은 바람의 삶을 살고,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은 어둠을 마주하며 산다고 했다.


"있다고 하면 없는 게 되고, 없다고 하면 다 있는 거야. 세상천지(世上天地)에 나 아닌 게 없어. 없는 자체가 있는 것이라!"


내 생각에 할머니에게 아미타불이 와서 세상사람들에게 '어서 깨우치라'고 한 말씀 던지고 가신 것 같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