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쓰는지도 잊은 채

우리는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선택받기 위해 쓰고 있는 건 아닐까

by NeumaOne


글을 쓴다.
거의 매일처럼, 때로는 정기적으로.
누군가는 새벽에 글을 쓰고,
누군가는 출근 전 30분을 쪼개고,
또 누군가는 카페에서 조용히 타자를 친다.

처음에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였다.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글로 풀어내고 싶어서,
혹은 내가 겪은 감정을 어딘가에 남기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글을 쓰는 이유가 조금씩 흐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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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공감받을 수 있을까?”
“이 문장은 더 자극적으로 고쳐야 하지 않을까?”
“이 주제는 큐레이션에 걸리지 않을지도 몰라.”
“이건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문득,
"이건 나를 위한 글인가, 플랫폼을 위한 글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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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글을 쓰고 있지만,
사실은 ‘선택받기 위한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브런치북, 좋아요 수, 저장 횟수, 발행, 큐레이션, 작가 공모. 이 모든 구조 속에서,
‘선택받는 글’이 곧 잘 쓴 글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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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질문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대신,
**“무엇을 말해야 반응이 올까?”**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이것은 창작이라기보다는,
순한 형태의 자기 검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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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전히 글을 쓴다.
하지만 가끔은
왜 쓰는지조차 잊어버린 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목적도 흐려지고,
의심마저 사라지고,
그저 글을 쓰고 있다는 행위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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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여전히 나의 것일까?
아니면 이미 반응을 겨냥한 무언가가 되어버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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