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장기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들으면 누구나 머리나 심장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반대로 눈, 코, 입 그리고 팔다리 중에서 필요하지 않은 순서대로 고르라고 한다면 불필요한 순서를 나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대답하기 어려운 이유는 몸의 기관마다 고유한 역할이 있어 기관들이 역할을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 불편을 겪기 때문이다.
우리 몸과 마찬가지로 사람에게는 언제 어디서나 그 상황에 적합한 역할이 부여된다. 역할을 받은 사람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한다. 회사 업무로 인해 집안일을 소홀히 하면 가족은 불편을 느끼면서 불평을 늘어놓을 수 있다. 반대로 직장인이 퇴근 후의 삶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으면 그 후유증으로 인해 다음 날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게 되면서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회사의 조직은 고유의 업무를 수행하는 여러 부서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예로부터 전해오는 직업 선택 기준인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영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조직원이 선호하는 부서와 꺼리는 부서는 분명히 존재한다. 필자가 몇 년 전 대학에서 대학생 진로 컨설팅할 때였다. 이때 만난 학생들의 전공과 능력으로는 원하는 대기업에 취업하기가 어려웠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영업직군을 추천하면 학생들은 ‘영업’ 소리만 들어도 거부감을 드러낼 정도로 영업직군에 대한 기피 현상은 상당했다.
기피 부서가 있으면 선호하는 부서도 있게 마련이다. 대학생들은 기획, 인사, 경리나 회계와 같은 부서를 선호했다. 이런 부서의 공통점은 영업과 달리 고객을 만날 필요도 없고, 외부의 거친 환경에 노출되지 않을뿐더러 영업처럼 실적이 바로 드러나지 않아 능력에 대한 비교가 상대적으로 적다. 또한, 이런 부서에 근무하는 일부는 다른 부서를 목표나 자금으로 통제할 수도 있어 상위부서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이런 부서의 실제 역할은 현장 부서를 돕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직간접으로 경험한 여러 회사에서는 매출에 대한 기여도가 전혀 없는 이런 부서가 오히려 생산이나 판매부서를 통제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되면 지원 부서가 현장 부서를 통제하게 되는데, 이것을 ‘사내 갑질’이라고 한다.
영업이나 생산과 같이 고객과 관련이 있는 부서는 회사의 근간이 되는 조직이다. 이런 부서를 대상으로 지원 부서의 사내 갑질이 심할수록 갑질을 당하는 부서원의 사기가 떨어지면서 회사의 경쟁력도 떨어진다. 사기가 충만한 상태로 적을 맞이해도 승리하기가 쉽지 않은 것처럼 영업담당자가 사내 갑질을 겪으면서 ‘적보다 아군이 더하네’라고 생각하는 순간 사기는 바닥으로 떨어진다. 이렇게 되면 경쟁사와 경쟁하기도 전에 이미 경쟁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 상태가 된다. 이처럼 부서 사이에 수직 관계가 존재하면 그 조직은 소통이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조직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쳐 심하면 조직의 생존에도 영향을 미친다.
회사의 생존은 고객이 결정한다. 회사에 기획력과 인사 지식을 갖춘 출중한 인재가 있더라도 고객이 회사를 멀리해 매출이 발생하지 않으면 뛰어난 인재가 능력을 발휘할 기회는 사라지고, 경리나 회계 담당자는 할 일이 없어지면서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 따라서 모든 조직원은 고객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어야 하고, 그런 역할을 하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부서와 부서원은 고유의 역할을 고객 지원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처럼 회사에 있는 부서와 부서원 어느 하나라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조직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모든 조직원은 자기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경영진은 조직원이 하는 일에서 의미를 인식할 수 있도록 조직원의 역할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알려주고, 조직원이 자기 역할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지지와 격려를 보낼 필요가 있다. 특히 영업처럼 고객을 직접 대면하는 부서원일수록 더 많은 지지와 관심을 보일 필요가 있다. 이럴 때 고객은 비로소 ‘이 회사는 나에게 진심이구나’라고 느끼면서 진정한 단골로 거듭나게 된다. 이렇게 될 때 회사의 경쟁력은 높아질 수 있다.
회사의 업무에는 고유의 역할과 의미가 있다. 그러므로 다른 조직원도 자기만큼 조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여기고 다른 조직원을 존중할 때 조직의 경쟁력은 높아지므로 지금부터라도 다른 조직원을 도울 방법을 찾는다면 지금과 다른 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