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몇 가지 변화가 일어났다. 그중 하나는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일도 집에서 처리하려고 하고, 식당이나 카페에서 사람들과 만나는 횟수도 현저히 줄었다. 외식이 줄면서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 횟수가 많아졌다.
음식 메뉴를 정할 때 레시피가 가장 고민거리이다. 먹고 싶은 메뉴가 있더라도 만들기가 까다로우면 포기할 수밖에 없다 보니 인터넷에서 여러 사람의 레시피를 참고하면서 메뉴를 정하게 된다. 하지만 메뉴를 보면서 양을 그대로 따라 하더라도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는 것이 있다. 그중 하나가 시간과 불 조절이다. 일부 레시피에는 강 중 약으로 구분해 강불, 중불, 약불 혹은 중-약불이라고 표시는 하지만 주방 기구 브랜드마다 화력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음식을 만들더라도 레시피와 조금 다른 결과가 된다.
불과 함께 다른 하나는 매운맛과 짠맛 조절이다. 레시피를 만든 사람은 자신의 입맛에 따라 소금, 간장 그리고 고추장의 양을 정한다. 문제는 이 사람이 사용한 장류와 레시피를 따라 한 사람의 장류가 달라 결과적으로 맛도 달라진다. 또, 가족의 입맛에 따라서도 레시피의 양을 조절해야 하지만, 처음 만드는 사람은 양 조절이 쉽지 않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말하는 사람이 사용한 간장이나 된장 브랜드를 명확하게 알려주면 어느 정도 해결되지만 완벽한 것은 아니다. 이처럼 소통이 명확할수록 자신의 의도가 상대에게 전달될 가능성이 크다.
명확하게 대화하지 않아도 의사소통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다. 어쩌면 이로 인한 관습들이 우리의 의사소통 습관에 나쁜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고기를 파는 식당에서는 1인분의 무게가 대부분 적혀 있지만, 한식당이나 중식당에서는 정확한 무게 표시 없이 그저 대, 중, 소로 적힌 메뉴를 쉽게 볼 수 있다. 정확한 표시가 없어도 별다른 불편 없이 함께 한 사람의 숫자에 따라 음식을 시킨다.
과거에는 지금보다 숫자에 대한 개념이 더욱 희박했다.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서 가끔 등장하는데 그 시절에는 젊은 사람들이 빵집에서 자주 만났다. 이곳에서 손님이 “빵 2인분이요”라고 주문하면 주인은 자기 맘대로 빵을 내오고 손님은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불평 없이 먹었다. 이렇게 숫자에 민감하지 않은 대화 방법이 지금도 우리의 머릿속에 남아서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하지만 비즈니스에서 이런 대화 방법은 분명히 문제가 된다. 상사가 부하에게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말했을 때 부하가 “빨리 제출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문제가 될 수 있는 단어는 ‘빨리’다. 상사는 빨리를 다음 날로 받아들였지만, 부하는 빨리를 한 주 뒤로 생각했을 수도 있다. 상사는 다음 날 부하에게 보고서가 왜 늦냐고 재촉할 것이고, 부하는 자기가 언제 오늘 제출한다고 했냐고 억울해한다. 이런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대화를 제대로 할 필요가 있다.
명확한 대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숫자에 민감해야 한다. 외국 영화에서 특수 부대가 적을 공격하기 전 서로 가지고 있는 시계의 시간을 정확하게 맞추는 것부터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몇 초 차이로 공격에 실패하거나 돌아올 헬기를 타지 못하는 비극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군인과 마찬가지로 직장인도 시간이나 양에 대해 추상적인 단어보다 숫자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 앞에서 사용한 ‘빨리’라는 단어 대신 ‘2일 후 오후 4시’와 같이 말하면 상사나 부하 사이에 오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명확한 대화를 위한 또 한 가지는 서로에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상사는 부하가 빨리 제출하겠다고 말하면 빨리가 언제인지 다시 확인했다면 시간으로 인한 오해를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부하도 상사에게 말할 때 ‘잘’, ‘빨리’ 혹은 ‘많이’와 같이 자신의 의지를 나타내는 단어 대신 현실적으로 가능한 숫자로 말하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해야 회사에서의 업무 일정 혹은 목표 관리가 수월해질 수 있다.
직장에서의 대화는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그리는 그림이 일치해야 한다. 서로가 정확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명확한 의사소통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숫자를 사용한다면 잘못된 소통을 줄일 수 있다. 숫자를 사용한 대화가 처음에는 어색하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편안해진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