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해결을 위한 현명한 태도

by 최환규


학창 시절에 가끔 단체 얼차려를 받을 때가 있었다. 선생님으로부터 “앞으로 나와!”라는 말씀을 듣는 순간부터 매를 맞을 때까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자리에서 일어나 벌을 받기 위해 앞으로 나가는 그 짧은 순간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되는 데 가장 핵심은 ‘어떤 위치에 서야 덜 아프게 맞을까?’이다. 신중한 판단 끝에 자기 나름대로 유리하다고 생각되는 위치를 선택하게 된다. 줄 앞에 서서 먼저 맞겠다고 하는 친구는 뒤에 섰을 때 느껴야 하는 부담감을 줄이기 위함이고, 뒤에 서는 친구는 선생님의 힘이 빠지면 약하게 맞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해결 방법을 선택한다. 하지만 동료들과 ‘함께’ 일을 해야 하는 직장에서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내린 결론이 반드시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 일도 있다. 선생님이 학생들을 때리다 보면 힘이 빠지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뒤에 맞는 학생은 약하게 맞을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예상을 빗나갈 수 있다. 선생님 스스로 “파이팅!”을 외치면서 뒤에 있는 학생들에게 더 강하게 때릴 때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은 기계와는 달리 예측이 어렵다. 이런 이유로 수시로 동료들에게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오늘 점심을 같이 먹은 동료가 설렁탕을 맛있게 먹었다고 내일 다시 그 설렁탕을 사주면 오늘만큼 맛있게 먹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마찬가지로 과거에 내가 그 사람과 관계를 맺거나 문제를 해결했던 방식이 항상 효과적이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직장이나 가정에서 의사결정할 때 사용하는 근거는 ‘과거’에 있었던 경험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지금 사용하려고 하는 방식이 어떤 근거를 바탕으로 하는지 수시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주관적인 판단으로 의사결정을 할 때 문제가 일어나기 쉽다. 또한 자기 혼자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함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혼자서 할 때를 보면 ‘자신의 실수를 감추기’ 위함이다. 문제가 발생한 사실을 상사가 알게 되면 자신이 혼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일단 상사 모르게 처리하고 싶은 것이 본심이다. 하지만 이렇게 혼자서 해결하려는 시도는 결코 현명한 방법은 아니다.


치료를 미룰수록 질병이 악화하는 것처럼 ‘업무에서의 실수’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 해결이 더 어려워지는 이유는 그 대상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실 ‘사건’ 그 자체의 해결은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자료를 언제까지 받기로 했는데 약속된 날까지 넘겨주지 않아 제때 보고서를 작성하지 못해 상사로부터 야단을 맞았다고 하자. 상사로부터 야단을 맞을 때 어떤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는가? 아마도 억울한 생각이 들면서 기회가 되면 나를 이렇게 만든 사람에게 자신이 당한 만큼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다. 이런 마음을 갖게 되면 두 사람 사이는 나빠지고, 주변 동료들과의 관계도 나빠지면서 갈등으로 이어지게 된다.


직장에서 일하기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사람들과의 관계’이다. 상사와의 관계, 동료와의 관계와 부하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으면 직장 생활이 지옥이 된다. 이렇게 직장 생활이 어려워지는 이유는 ‘자신의 감정’으로 인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에게 자료를 넘겨주기로 한 동료가 제때 자료를 넘겨주지 않을 때 내가 선택할 방법은 두 가지이다. 자료를 넘겨줄 때까지 기다리면서 동료를 비난하거나 동료를 적극적으로 도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자료를 받을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선택하면 자료가 자기 손에 들어올 때까지 ‘도대체 왜 이렇게 안 와?’ ‘여태 안 주고 뭐 하는 거야?’와 같은 불만을 품게 되는데 이런 불만은 화가 나게 만든다. 이런 생각들은 동료와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동료를 비난하는 행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동료와의 갈등만 키워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비난과 같은 소모적인 방법이 아니라 생산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방법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자료를 제시간에 넘기지 않고 있는 동료가 있으면 비난 대신 동료에게 무슨 사정이 있는지 먼저 확인하고 자신이 그 자료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자. 이렇게 하면 동료와 함께하는 시간이 늘면서 그 동료를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서로에 대한 신뢰와 친밀감이 더 쌓이게 된다. 또한 함께 문제를 해결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같은 팀’이라는 소속감을 얻을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진다. 결국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생산적인 결과를 얻을 수도 있고 서로의 관계를 파괴하는 결과를 만들기도 한다.


지금 주변을 둘러보라. 누가 보이는가? 지금 눈에 보이는 그 사람이 바로 내 일을 도와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동료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실행한다면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소통이 조직을 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