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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집과 ‘쪽박’ 집

by 최환규

몇 년 전 모 방송사에서 대박집과 쪽박집이라는 프로를 방송한 일이 있다. 식당을 운영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의 사연을 받아 일주일에 한 집을 선정해 운영이 어려운 이유를 분석하고 인테리어와 음식 만드는 방법부터 고객을 맞이하는 자세까지 알려 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선정이 되고 나면 인생 역전이 가능할 정도로 많은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방송에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 내용이 있다. 삼겹살을 파는 쪽박집의 사정을 확인하기 위해 방송 진행자가 방문했을 때 냉장고에는 냉동 삼겹살 3인분 정도밖에 없었다. 그것도 며칠 전에 팔고 남은 삼겹살을 버리기 아까워 냉동고에 보관해 둔 것이다. 손님이 찾아오더라도 준비된 고기가 없어 영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반대로 모든 대박집의 경우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시장 조사를 충분히 해 경쟁력이 있는 메뉴를 선정하고 최고의 맛을 내도록 충분한 시간을 들여 준비했다. 쪽박집주인이 대박집에서 음식 만드는 법을 배우면서 너무 힘들어 중간에서 포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결국 대박집의 비결은 특별한 비법보다는 충분한 준비와 피나는 노력의 결과라는 것을 얻을 수 있었다.


가정이나 기업이나 항상 평온하고 순탄한 시간을 보낼 수는 없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 갑자기 어두워지면서 소낙비가 내리는 경우처럼 어느 순간 갑자기 어려움이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대처한다. 우왕좌왕하면서 비는 비대로 다 맞고 제대로 피하지 못하는 사람, 피하기를 포기하고 그냥 비를 맞는 사람도 있고 차분하게 일단 비를 피한 다음 우산을 사거나 비가 그칠 때까지 안전한 곳에서 기다리는 사람으로 나눌 수 있다. 사람들이 비를 피하는 방법은 가정에서나 직장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대처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먼저 우왕좌왕하는 사람의 경우를 보자.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평소와 다른 조그만 변화에도 당황해 적절한 대응보다는 즉흥적인 대응을 하게 된다. 손님이 없으면 무작정 가격을 내린다거나 음식의 질을 떨어뜨려 적자를 줄이는 것이 일반적인 대응방법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장기적으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계속 가격을 떨어뜨리면 손님이 많아도 적자가 될 수 있고, 음식의 질을 떨어뜨리면 더 이상 손님이 찾지 않는 식당이 되기 때문에 망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유형으로 그냥 비를 맞는 사람은 ‘갈 때까지 가보자’라는 무모함과 오기로 뭉쳐있는데 이 사람이 맞이하는 미래는 아주 간단하다. 처음에는 용기가 가상해 보이지만 얼마 되지 않아 운영난에 허덕이다 폐업신고를 하게 될 것이다.


우왕좌왕하거나 무모하게 비를 맞는 것은 미래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이런 생각들은 불안하고 초조한 기분을 만들고, 동료나 가족에게 짜증이나 화를 내는 원인으로 작용하여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게 된다. 이로 인해 주변 사람들과 점점 멀어지게 되고, 신뢰도 잃게 된다. 자신이 믿고 의지해야 하는 사람들을 전부 적으로 돌리게 되기 때문에 점점 더 고립되고 상황은 더욱더 어려워져 위기를 극복할 수 없고 좌절하게 된다.


비를 피하는 또 다른 유형은 일단 소낙비를 피한 다음 차분하게 어떻게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유형의 사람들이다. 일기 예보를 확인해 안전한 곳에서 기다릴지, 우산을 살지를 결정하게 된다. 이처럼 정보를 수집하고 충분히 고민을 한 다음 행동을 결정하는 과정을 거치면 실수할 일도, 우왕좌왕할 필요도 없이 정해진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게 된다.


이렇게 비를 피하는 사람들은 어떤 어려움이 닥치면 당황하거나 흥분하지 않고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부터 살핀다. 문제의 원인이 파악되면 해결 방법을 고심하고 적절한 해결책을 선택한다. 또한 사람들과 문제의 원인을 놓고 서로를 탓하기보다는 서로 협력해 문제 해결에 집중한다. 이런 사람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자신의 역량을 한 단계 발전시키고 이를 토대로 더욱 튼튼한 조직으로 만들어 가는 기회로 삼을 것이다.


1997년 12월 3일! 날짜는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IMF’라는 말은 대부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IMF(국제통화기금)에 돈을 빌리겠다고 요청한 날이다. 이때부터 기업이나 개인이나 모두가 힘든 시간이 되었다.


그러나 모든 개인이나 기업이 어려웠던 것은 아니다. 지금 코스닥에 상장되어 있는 많은 기업들이 이 무렵 만들어진 기업들이고, 일부 기업들은 오히려 성장의 기회가 되었다.


누구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말처럼 어려움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진짜 어려움이 될 수도 있고, 지금보다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희망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 결국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지금의 어려움이 미래를 준비하는 선물이 될 수도 시련이 될 수도 있다.


아무리 심하게 쏟아지던 비도 시간이 지나면 그친다. 비가 오면 비가 그친 후를 준비해야 한다. 어려울 때일수록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의 단결과 협력이 필요하다. 자신을 믿고, 동료를 믿으면서 희망찬 미래를 향해 전진하는 오늘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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