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에 군에 간 아들이 기본 군사훈련을 마치고 2박 3일간 집으로 외박을 왔다. 아들과의 대화에서 주된 내용은 당연히 훈련소에서 있었던 일들과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면서 군 복무를 마칠까 하는 내용이었다. 대화하면서 ‘쉬운 보직은 없다.’, ‘어디서 근무를 하느냐 보다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구와 함께 하느냐이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훈련소에서 아들이 훈련받는 동안 아들의 예상 보직과 보직에 따른 근무 강도에 대해 주로 검색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아이가 될 수 있으면 편하게 생활했으면 하는 바람도 작용했다. 검색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이 비슷하다는 점을 알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군대에서 편안한 특기가 무엇인가?’ ‘그 특기를 받는 방법은 무엇인가?’와 같은 것이었다. 많은 직장인들이 업무는 편하고 고과는 잘 받을 수 있는 부서를 선호하는 것은 일반 회사에서도 비슷한 현상이라도 생각한다.
경제학에 ‘게임 이론(game theory)’이라는 용어가 있다. 이 단어의 뜻은 ‘경쟁 주체가 상대편의 대처방식을 고려하면서 자기의 이익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수단을 합리적으로 선택하는 행동을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이론’이다. 축구의 승부차기에서 골키퍼와 공격수의 관계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우리라 생각한다. 게임 이론을 설명하는 이유는 군대에서나 기업에서도 게임이론이 성립하기 때문이다.
어떤 조직이든 해야 할 업무는 정해져 있다. 이 중에서 내가 먼저 편하고 수월한 업무를 선택하게 되면 힘들고 어려운 업무는 다른 사람이 하게 된다. 만약 건강한 사람이 쉬운 업무를 맡게 되면 체력이 약한 사람이 어려운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건강한 사람으로서는 의무복무기간을 편하고 수월하게 보낼 수 있어 좋겠지만 군대의 전력 측면에서는 비효율적인 인력배치이다. 기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기업에서 난도가 높은 업무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 맡고 역량이 떨어지는 사람은 쉬운 업무를 맡기는 것이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업무 배치를 하는 회사는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 주된 이유는 직원의 역량을 정확하게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쉬운 업무를 하는 사람이 받는 평가등급과 어려운 업무를 수행한 사람이 받는 평가등급은 같다. 어려운 일을 하는 부서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사람이야 별 불만이 없겠지만 낮은 등급을 받은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불만이 쌓이게 된다. 직간접적으로 이런 경험을 하게 되는 사람은 어려운 업무보다는 더 쉬운 업무를 찾게 된다. 이런 직원들이 많아지면 회사는 어떻게 될까?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다’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이든 항상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회사에서 쉬운 일을 하면서 높은 등급을 받아 승진을 한 사람이 있다고 하자. 승진할수록 업무는 점점 어려워져 자기 능력과 경험을 넘게 되어 업무 수행에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어려운 업무를 해온 사람은 승진하더라도 문제없이 자신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내가 힘들고 어려운 일을 선택하면 다른 사람에게는 상대적으로 수월한 업무가 배정된다. 개인으로서는 쉬운 업무 대신 어렵고 힘을 업무를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이럴 때 ‘어떤 업무가 자신의 인생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는가?’란 질문을 할 필요가 있다. 직장에서 편하게 어영부영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과 조직과 동료를 위하는 마음으로 힘든 일을 묵묵히 견뎌내는 사람 중 인생을 의미 있고 보람 있게 사는 사람은 누구이겠는가? 어렵고 힘든 일을 경험하면서 그 업무를 수행해 나갈 때 자신감이 생기고, 업무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든다.
쉬운 일만을 찾는 것은 일시적으로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신의 성장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사실을 명심하고 지금 경험하는 어려움이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면 생각보다 수월하게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