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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는 제 몸 크기대로 굴을 판다

by 최환규


직장이나 사회에서 리더들을 만나면 “부하는 많은데 제대로 일을 시킬 사람이 없다"라는 고민을 털어놓는다. 아마도 믿고 맡길 사람이 없어 답답한 마음에 하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부하 직원과 대화를 나눌 때 부하직원은 “정말 내 마음을 이해해 주는 상사가 있으면 신나게 일할 텐데 그렇지 못해 정말 답답합니다”라는 소리를 늘어놓는다.


상사와 부하는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지만 아마 속으로는 서로를 향해 무척이나 못마땅해하며, 서로를 답답해할 것이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런 지경에까지 이른 이유는 서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상사가 부하를 완전히 신뢰하지 못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처음에는 부하의 능력을 믿고 업무를 맡겼지만 어떤 이유로 인해 자신을 실망시킨 사건이 일어났고, 그 일을 계기로 부하의 업무능력을 의심하게 되었을 것이다.


상사가 부하의 업무능력을 믿지 못하게 되면 “내가 이번 프로젝트를 김 대리에게 맡기면 김 대리가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들면 “지난번 프로젝트도 김 대리 때문에 일정이 늦어져 곤란했었지”와 같은 부정적인 사건을 찾게 되고, 신기하게도 그 생각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나오게 된다. 상사의 이런 생각 때문에 김 대리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가 점점 줄어들게 되고, 결과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없어지면서 상사의 신뢰를 영원히 잃게 된다.


많은 부서장들은 인사철이 되면 자신의 부서에 있는 무능한 직원은 다른 부서로 보내고, 다른 부서에 있는 유능한 직원을 자신의 부서로 데려오고 싶어 한다. 힘들게 부하를 육성하기보다는 유능한 사람을 스카우트하는 방법이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회사의 인적 자원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모든 리더가 부하의 능력 향상에 소홀히 하게 되면 그 회사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리더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부하 육성이다. 부하를 육성하기 위해서 리더의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바쁜 리더에게는 분명히 부담이 된다. 하지만 이런 노력을 기울여 양성한 부하가 제 몫을 다해줄 때 맛보는 뿌듯함은 리더의 진정한 보람이 된다.


이순신 장군께서 울돌목에서 대승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부하를 믿고, 부하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웠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싸울 배도 없고, 사람도 없는데 어떻게 싸워? 불가능해.”라고 생각하셨다면 명량대첩이란 말 자체가 없었을 것이다.


이순신 장군께서 하신 것처럼 리더의 가장 큰 역할은 한정된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해 성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하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것이 부하에 대한 인정과 신뢰다.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을 받을 때 가장 힘이 난다. “자네가 열심히 해 준 덕분에 프로젝트가 잘 마무리되었네.”와 같은 말을 들으면 온몸에서 힘이 솟는 느낌이 들 것이다. 이런 말을 자주 듣게 되면 자신감과 함께 자발적으로 업무에 몰입하게 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에너지를 업무에 쏟게 되면 성과는 저절로 따라오게 된다. 부하가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업무에 쏟을 수 있느냐는 상사의 태도에 달려있다.


게가 집을 지을 때 몸집이 크면 자신의 몸에 맞추어 굴을 크게 팔 것이고, 몸집이 작으면 굴을 작게 판다. 마찬가지로 상사가 자신이 있고, 부하를 육성할 의지가 있으면 부하가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많이 주게 되고, 이런 기회를 자주 접하는 부하 또한 상사의 기대에 부응하게 되고, 성과를 내게 된다. 결국 상사와 부하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선순환이 된다.


“용장 밑에 약졸 없다"라는 말처럼 부하의 능력은 상사의 능력이다. 따라서 믿음직하지 못한 부하를 볼 때 부하를 탓하기보다는 나를 먼저 되돌아보기 바란다. 이때 리더는 자신의 역량을 향상하는 성장의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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