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눈앞에 종이컵이 있다고 가정하고, 이 종이컵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아마도 활용 방법은 20가지를 넘기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종이컵의 활용 방법을 찾을 때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한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활용 방법을 자기 경험 안에서 찾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자신의 기억 속에서 ‘종이컵을 활용한 경험’을 찾게 된다.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종이컵을 다양하게 활용해 본 사람은 다양한 활용 방법을 적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아이디어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정답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가능할까? 아니야, 그건 어려워.’라고 자신과 대화하면서 스스로 정답이라는 확신이 드는 아이디어만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게 된다. 정답인가에 대해 엄격하게 판단한다고 해도 판단의 기준은 자기 경험 안에서 하게 되기 때문에 활용 방법을 찾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정답에 대한 부담은 업무에도 영향을 미친다. 직장에서 회의할 때 상사로부터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상사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사람이 상사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고 엉뚱한 아이디어라도 말하게 되면 상사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이 “그게 현실적이라고 생각해?”, “그런 생각은 이미 다 해 본 거야.” 혹은 “그런 생각은 친구끼리 놀러 갈 때나 해.”와 같은 핀잔을 듣게 된다.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해 의견을 적극적으로 말했는데, 칭찬은커녕 면박만 듣게 되면 자기 아이디어를 스스로 검열하게 되면서 정답이라고 생각되는 것만 말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를 말로 표현하기까지 많이 고민하게 된다. ‘이 말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바보 같다는 핀잔을 들으면 어쩌지?’와 같은 걱정과 두려움을 떨쳐 버리고 용기를 내 말을 했는데 부정적인 의견을 상대한테서 듣게 되면 아이디어를 말할 용기가 없어진다. 이런 경험이 몇 차례 반복되면 ‘그래, 아무리 말해봤자 소용없어. 나만 바보가 될 텐데 조용히 있자.’라는 생각을 한다.
이런 과정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람들이 선택하는 방법은 ‘기다림’이다. ‘어차피 내가 말해봤자 받아들여지지 않을 거니까 그냥 기다리고 있다 누군가가 결정하면 그대로 따라 하는 게 제일 속 편해’라고 생각하면서 더 이상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않게 된다. 이런 사람의 모습을 보는 상사나 동료는 ‘정말 답답하네. 아무리 기회를 줘 봤자 결과는 똑같으니 다음부턴 내가 그냥 결정해야지.’라고 결심하고는 자신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지시하게 된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의사결정자는 일방적으로 자신의 결정을 지시하게 되고 부하는 무조건 시키는 대로만 하는 수동적인 사람이 된다.
수동적인 사람은 자기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수동적인 사람은 능동적으로 변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키는 대로만 하게 된다. 이런 사람에게는 세세한 내용까지 지시해야 하므로 지시하는 사람은 ‘도대체 어디까지 지시해야 하지?’라는 생각과 함께 지치게 되면서 어느 순간 그 사람과 함께 일하기를 포기할 수도 있다.
이런 상태는 먹이 찾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는 어미 새와 같다. 새끼에게 먹이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느니 자신이 찾아다 먹이는 것이 더 속이 편하다고 생각하는 어미 새와 같다. 이런 관계는 상사에게도 부하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만약 새끼 새가 스스로 움직여 먹이를 먹지 않고 어미 새가 먹여줄 때만을 기다린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새끼의 몸집이 커지면서 어미 새가 물어다 줘야 하는 먹이의 양도 점점 더 커져 어느 순간 어미 새가 감당하지 못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어미 새도 새끼 새도 모두 불행한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주도성, 자발성과는 거리가 먼 의존적인 관계가 고착되는 것이다. 이처럼 아이디어의 가능성이나 현실성을 냉철하게 검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지나치면 아무런 아이디어도 낼 수 없게 만든다.
처음부터 완벽한 아이디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조직원들의 역할은 동료의 아이디어에서 긍정적인 내용은 살리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자기 의견을 당당하게 말하는 용기와 동료의 아이디어를 존중하려는 태도가 함께 할 때 비로소 경쟁력 있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