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고객님.” “감사합니다, 고객님.”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인사말들을 하루에도 몇 번씩 들을 것이다. 고객에게 이렇게 친절한 인사를 하는 직원들은 자신의 속마음과 상관없이 고객의 기분을 최대한 맞춰야 한다. 자신이 아무리 육체적으로 힘들어도 정신적으로 슬픈 일이 있어도 업무에서는 최대한 밝게 웃어야 한다. 이처럼 자신의 감정과 마음을 감추거나 고객에게 맞춰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을 ‘감정노동자’라고 한다.
서비스 산업이 급속도로 발달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일이다. 회사마다 제품의 품질 차이가 컸던 예전과는 달리 대부분의 제품은 디자인이나 성능에서는 큰 차이다 없을 정도로 제품의 질이 향상되었다. 이러다 보니 회사의 경쟁력은 보이는 제품의 품질보다는 보이지 않는 서비스의 질이 좌우하게 되면서 서비스의 무한 경쟁 시대에 들어서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서비스를 담당해야 하는 직원들의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부담스럽다. 회사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직원들이 친절하게 하더라도 고객이 만족하지 못하면 회사의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고 경쟁력 약화가 회사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조금도 방심할 수 없게 된다.
서비스 분야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더 힘들게 만드는 원인이 바로 고객의 불만을 처리하는 일이다. 필자도 예전 직장에서 직접 고객을 만나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고 부하의 업무처리를 돕기도 했는데 대부분의 직원들은 이 업무를 힘겨워한다. 필자가 감정노동자를 위한 ‘감정케어’라는 책을 쓰게 된 이유도 고객이 불만을 말할 때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알려주어 직원들이 지치지 않고 편안하게 일하는 것을 도와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그 방법을 설명하기로 한다.
담당자들이 만나는 많은 고객은 자신의 불만을 얘기할 때 ‘화’를 낸다. 화를 내는 고객을 만나면 담당자는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이 상황은 마치 숲 속에서 호랑이를 만난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다. 이때 대처하는 방법은 도망을 가거나 싸우는 것이다. 하지만 담당자의 현실은 고객과 싸우지도 그렇다고 도망가지도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은 주로 ‘내가 왜 이런 회사에 들어와 고생하지,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열심히 할 걸……’ ‘우리 집에 돈만 더 있었으면 확 때려치울 텐데……’와 같은 ‘자신을 비난’하는 행동이다. 이렇게 자신을 비난하기 시작하면 고객과의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고 직장에서 일을 하는 것도 즐겁지 않게 된다. 심지어 건강을 해치는 일까지 발생하게 된다. 심지어 고객과 싸우는 일까지 발생한다. 하지만 이런 모든 방법들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하는 방법이다.
이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고객을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해야 한다. 고객도 처음부터 불만고객은 아니었다. 고객이 불만을 나타내는 이유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이 자신의 기대에 미치기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불만을 차분하게 설명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고객도 있지만 ‘화’를 내는 고객도 있다. 결국 ‘고객의 화’는 고객이 자신의 실망을 표현하는 한 가지 방법인 것이다. 따라서 담당자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화를 내는 고객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불만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객과 적극적으로 대화를 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면 고객은 ‘담당자가 자신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구나’하고 생각하면서 ‘내가 더 이상 화를 내지 않아도 담당자가 내 마음을 알아주는구나’하고 안심하고 더 이상 소리를 지르지 않고 냉정을 찾을 수 있게 된다.
만약 고객이 뭔가 불만이 있는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올 때 내 머릿속에 ‘아! 골치 아픈 일이 생기겠네’와 같은 말과 ‘저 고객은 무슨 일 때문에 저런 표정을 하고 있을까?’와 같은 말이 떠오르는지 생각해 보자. 앞에 있는 말이 떠오르면 나는 ‘고객이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보는 것이 아니라 ‘고객 그 자체’를 보고 있는 것이다. 담당자 고객이 느끼는 불만을 해결하는 것이지 고객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담당자가 좌절을 느끼는 것은 담당자가 절대로 할 수 없는 고객을 바꾸려고 시도하기 때문이다. 제목에서 ‘불만고객’은 고객 그 자체를 표현하는 말이다. 불만고객은 담당자의 입장에서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이제부터라도 이 표현을 ‘고객불만’으로 바꾸자. 이렇게 되면 ‘고객이 불만을 느끼는 문제’가 되어 담당자가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일단 지금부터라도 혹시 불만을 제기하는 고객이 있다면 ‘저 사람이 나한테 또 무슨 말을 하려고 저럴까?’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저 고객은 어떤 문제를 내가 해결해 주기를 원할까?’로 생각을 바꿔보자. 큰 소리로 화를 내는 고객이 있다는 ‘오죽하면 저렇게 화를 낼까?’라고 생각해 보자. 아마도 마음이 편해지면서 고객이 가진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생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