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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배려

by 최환규

며칠 전 복잡한 골목길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를 목격하였다. 좁은 골목길에다 차를 무질서하게 주차해 놓은 탓에 2차선 도로에 차 한 대가 겨우 지날 정도로 무질서 그 자체였다. 두 대의 차가 동시에 다른 방향에서 오다 보니 빠져나갈 공간이 없어 두 대 모두 멈추게 되었다. 그때 차 한 대가 후진을 하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뿌지직”하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 보니 다른 차가 통행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하려고 후진을 하던 차가 뒤에 주차된 차와 부딪히면서 난 소리였다. 사고를 낸 자동차 운전자가 당황해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 양보를 받은 차는 그냥 사고현장을 지나가고 있었다.


이런 경우 마음 약한 사람들은 ‘내가 양보하지’라고 생각하며 상대방을 배려해 후진을 하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아무 일도 생기지 않지만 가끔 다른 차와 부딪히는 등의 사고가 나기도 한다. 필자나 만난 사람들 중에는 이런 사고가 나면 자신의 행동을 탓하고 상대방을 원망하는 사람도 있다. 타인을 배려한 자신의 행동이 결과적으로는 배려가 아닌 ‘후회스러운 행동’이 되어버린 대표적인 경우이다.


이와 비슷한 일들은 직장에서도 일어난다. 예를 들어 가족 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정시에 퇴근을 해야 하는데 오후 내내 오늘이 마감인 업무를 하느라 쩔쩔매고 있는 동료가 마음에 걸려 ‘내가 좀 도와줄까?’라고 말한 것이 원인이 되어 동료와 함께 일을 처리하느라 퇴근이 늦어졌고 이로 인해 가족 모임에 늦게 참석하게 되어 가족들의 눈총을 받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동료에게 한 배려와 도움이 오히려 자신과 가족에게 불편함을 선사하게 되었다.


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배려는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씀’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배려한다고 해서 두 사람 모두가 만족스럽다고 말할 수는 없다. 앞의 두 사례와 같이 한쪽은 만족하지만 한쪽은 만족하지 못하는 일방적인 배려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여기에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자신과 상대방 모두가 만족하는 배려가 ‘진정한 배려’라는 것이다.


앞의 사례를 가지고 진정한 배려를 생각해 보자. 상대방을 위해 자신의 차를 후진하려고 한다면 먼저 후진이 가능한지 상황파악을 한 후 상황이 가능하다면 후진하고, 상황이 가능하지 않다면 상대방에게 후진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한 후 안전하게 후진한다. 이 경우 나와 상대방 모두가 만족스러운 상황이 될 수 있다. 아마도 요청을 받은 운전자는 기꺼이 도와주었을 것이고 서로 한마음으로 공동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기쁨을 느꼈을 것이다.


가족모임을 앞두고 동료의 업무를 도와주겠다고 약속한 경우를 진정한 배려의 상황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 어떤 방법이 가능할까? 아마도 현재의 상황을 솔직히 말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오늘 저녁 가족모임이 있어서 정시에 퇴근해야 하기에, 그전까지 업무를 도울 수 있어. 그래도 내가 도와주는 것이 가능할까?”라고 말한 후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가족 모임을 참여한 후 저녁에 집에서 일을 처리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고, 업무 종료일을 다음 날로 하루 연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도 어렵다면 그 동료는 자신을 도와줄 다른 사람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다양한 방법으로 서로를 만족시키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솔직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대화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하면 저 사람은 기분 나빠할 거야’ 혹은 ‘나 혼자서도 할 수 있는데 굳이 말을 해 귀찮아질 필요가 있겠어?’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일방적으로 자신의 생각대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훌륭한 리더가 되기 위해 리더십 공부를 하거나 교육을 받고 있다. 사람들은 교육을 받는 동안 ‘좋은 리더가 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지만 막상 업무에 복귀한 다음 자신이 교육을 통해 얻은 지식을 현장에 적용해 보는 순간 좌절하게 된다. 자신이 생각한 대로 다른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냥 예전처럼 하세요”라는 말을 듣는 경우도 있다고 필자에게 하소연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 또한 ‘내가 이렇게 하면 다른 사람이 좋아할 거야’, ‘이렇게 하는 방법이 저 사람에게 도움이 될 거야’와 같은 일방적인 생각 때문이다. 결국 내가 추측하는 대로 혹은 의도하는 대로 상대방이 움직이지도 않고 내 마음을 알아주지도 않기 때문이다.


순수한 마음으로 상대방을 도와줄 때 진정한 배려가 된다. 하지만 상대방의 기분이나 자신의 기분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베푸는 배려는 결코 진정한 배려가 될 수 없고, 오래 지속되지도 못한다.


진정한 배려를 위해서는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면서 상대방도 만족하고 나도 만족하는 방법을 찾을 때 비로소 ‘진정하고 진실한 배려’가 가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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