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란 속담이 있다. 값이 같거나 같은 노력을 한다면 품질이 좋은 것을 택한다는 뜻을 가진 속담이다. 이 속담처럼 직장인은 하루에 8시간을 근무하면서 월급이 많고, 사무실을 비롯한 근무 환경도 쾌적하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직장을 선호한다.
누구나 선호하는 직장은 입사 경쟁률이 치열하다. 대기업 고시란 말은 대기업에 취업을 바라는 희망자가 많아 경쟁률이 높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높은 경쟁률을 이겨내고 대기업에 취업하면 꽃길이 기다릴 줄 알았지만, 출근을 시작하면 합격 통지 문자를 받았을 때의 기쁨은 사라지고 다시 치열한 경쟁이 기다린다.
치열한 경쟁은 승자와 패자를 만든다. 계속된 경쟁에서 이겨내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런 사람은 아주 극소수이다. 상사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이야 별다른 걱정 없이 자기 업무에만 전념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내가 몇 년이나 더 다닐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머릿속에 자리 잡게 된다.
이런 불안하고 부정적인 분위기는 개인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퍼져나간다. 사람은 생존을 위해 긍정적인 메시지보다 부정적인 메시지에 더 민감하다. 주변의 선배가 승진에서 탈락하거나 팀장에서 팀원으로 강등되는 모습, 회사의 구조조정 등으로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회사를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선배의 모습이 바로 자신의 미래라고 인식하면서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런 불안감은 강한 스트레스를 느끼게 한다.
스트레스를 느끼는 사람은 주변 상황을 종합해 판단하기보다는 좁은 시각에서 단편적인 정보로만 판단하기 때문에 판단 능력이 떨어지면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기 어려워진다. 이런 이유로 스트레스 수준이 높을 때 하는 판단은 두고두고 후회하는 결정을 할 수도 있다.
1) 회사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먼저 챙긴다
회사와 개인이 추구하는 목적은 다를 수 있다. 회사는 조직원이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업무에 쏟아부어 가능한 많은 성과를 내주기를 원한다. 반면, 조직원은 개인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기 위해 회사의 자원을 최대한 이용하려고 한다.
조직원이 개인의 이익을 위해 회사의 자원을 사용하는 예는 다양하다.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 회사의 네트워크를 이용하거나 회사의 비품을 집으로 가져가기도 한다. 이런 정도의 일탈은 어느 정도 용납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일도 있다. 회사의 자금을 횡령해 명품 가방을 사거나 주식 투자를 하는 범죄 행위도 개인의 이익을 위한 조직에 손해를 끼치는 행동이다. 이런 행위는 개인의 일탈로 그치기 때문에 빠른 수습도 가능하고 회사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수도 있다.
보이는 행동보다 보이지 않는 행동의 영향이 더 클 수 있다. 회사에서 퇴근하면 개인의 자유시간이 된다. 개인이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회사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만약 반도체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이 요식업 창업을 위해 밤늦게까지 메뉴 개발을 위해 요리학원에서 음식을 만들었다고 하자. 금요일 저녁이라면 별다른 영향이 없겠지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저녁 메뉴 개발에 시간과 노력을 쏟는다면 업무에 지장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지만, 이런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회사 업무 대신 자신의 이익을 선택한 것이다.
만약 이 사람이 창업 대신 관련 회사로 이직을 계획했다면 태도는 달라졌을 것이다. 새로운 회사에 도움이 되는 최신 정보를 얻기 위해 관련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거나 지식을 쌓기 위해 독서를 하는 등 건설적인 노력을 할 것이다. 이런 태도의 차이는 자신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개인은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2) 개인은 어려운 길 대신 쉽고 빠른 길을 선택한다
우리나라는 유난히 학연·지연·혈연을 따진다. 같은 지역이나 같은 학교에 다녔다는 공통점이 개인적인 관계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업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속담이 강조하는 것처럼 비슷한 조건이라면 자신과 공유할 수 있는 공통점이 많은 사람을 선택하게 된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과 비공식적인 모임을 만들기도 한다.
직장인 대부분은 편하게 일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업무나 부서를 선호한다. 승진이나 업적 평가에서 조직원의 업무 성과에 따라 공정하게 평가한다면 그 조직은 갈등이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조직원이 자기 업무에서 양호한 결과를 내기 위해 열심히 일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현실은 공정과는 거리가 멀다. 조직원 중에는 일은 편하게, 평가는 높게 받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부류의 사람은 열심히 일하는 대신 상사의 우산 아래로 들어가는 선택을 한다. 이런 선택이 가능한 이유는 상사가 자신의 세를 과시하거나 자신이 하기 귀찮은 일을 떠넘길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조직 내에서 특정 그룹이 만들어지면 상사는 자기 그룹에 속한 부하에게 상대적으로 쉽고 결과를 내기 쉬운 업무를 배정하고 그렇지 않은 조직원에게는 힘들고 어려운 업무를 주게 된다. 이렇게 되면 상사와 같은 그룹의 조직원은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일은 쉽게, 평가는 높게 받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이런 그룹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그룹에 속한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평가를 높게 받는 또 다른 방법은 동료에 대한 뒷담화이다. 직장에서의 평가는 상대 평가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열심히 노력해 상대를 따돌리는 방법이 가장 유익한 방법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을 선택하면 끝없는 노력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이 방법을 선호하는 조직원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이런 어려운 방법 대신 쉽고 빠른 방법을 선택하는데 그것은 상대의 평판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동료에 대한 험담으로 상대의 평판이 을 떨어지면 자신이 상대보다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상사나 동료에 대한 뒷담화가 늘어나는 것이다.
3) 현재의 선택이 미래에도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조직원은 불이익을 당하면 어떤 식으로든 대응을 한다. 부당한 업무 배분이나 공정하지 못한 평가 결과에 대해 회사에 정식으로 항의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신이 직면한 현실을 겉으로는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지만 마음속으로는 대응할 적절한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부당한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업무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상위 평가는 다른 놈 차지가 될 게 뻔하다’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의욕이 떨어지면서 상사나 동료에 대한 분노를 느끼게 되면서 업무에 열의를 보이지 않게 된다. 그저 상사가 시키는 대로 하면서 상사로부터 욕만 먹지 말자는 태도를 보이게 된다.
이런 태도에는 보이지 않는 함정이 숨어있다. 현실을 수용하면서 수동적인 업무 태도가 유효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경영진이나 상사가 교체되지 않고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야 한다. 만약 회사의 운영 주체가 바뀌거나 경영진이나 상사가 교체되면서 조직문화에 변화가 일어난다면 그동안 어쩔 수 없이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소극적으로 일했던 자신의 과거가 자신의 발목을 잡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사람은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되면 자신에게 유리한 선택을 하게 된다. 하지만 지금의 선택이 미래에도 반드시 도움이 된다는 보장이 없다. 그러므로 직장인은 선택의 순간마다 이 선택이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경계심을 갖고 의사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