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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환규 Aug 26. 2024

갈등 해결을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이 갈등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지만, 해결을 위해 용기를 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갈등 해결을 위해서는 갈등 상대방의 협조가 필요한데, 자신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 대화를 하기가 쉽지는 않다. 이런 이유로 인해 갈등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더라도 ‘회피’를 선택하는 사람이 많다.      


갈등 해결을 미루는 회피 전략은 일시적으로는 자신에게 편안함을 가져다준다. 이것은 도둑질로 돈을 훔친 다음 유흥을 즐기면서 잡히지 않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도둑질을 한 사람이 잡히면 그 죗값을 혹독하게 치러야 하는 것처럼 갈등을 회피하면서 느끼는 편안함은 더 큰 고통을 자신에게 가져다줄 씨앗이 된다.     

 

사람들은 갈등이 발생하면 가능한 한 쉽고 편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다. 다행히 자기 경험 안에서 해결 방법이 있다는 확신이 들면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해결 자체를 포기하는 예도 있다.      

지금 눈앞에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이컵이 있다고 가정하고, 이 종이컵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아마도 20가지를 넘기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종이컵에 대한 활용 방법을 찾을 때 우리의 생각을 제한하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활용 방법을 자기 경험 안에서만 찾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자신의 기억 속에서 ‘종이컵 활용 경험’을 찾게 된다.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종이컵을 다양하게 활용해 본 사람은 활용 방법을 많이 적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활용 범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정답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가능할까? 아니야, 그건 어려워.’라고 자신과 대화하면서 스스로 정답이라는 확신이 드는 아이디어만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게 된다. 정답인가에 대해 엄격하게 판단을 한다고 해도 판단의 기준은 자기 경험 안에서 하게 되기 때문에 활용 방법을 찾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정답에 대한 부담은 업무에도 영향을 미친다. 직장에서 회의할 때 상사로부터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상사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사람이 상사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고 엉뚱한 아이디어라도 말하게 되면 상사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이 “그 아이디어가 현실적이라고 생각해?”, “그런 아이디어는 이미 다 해 본 거야.” 혹은 “그런 생각은 친구끼리 놀러 갈 때나 해.”와 같은 핀잔을 듣게 된다.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해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말했는데, 칭찬은커녕 면박만 들으면 그다음부터는 아이디어를 스스로 검열하게 되면서 정답이라고 생각되는 것만 말하게 된다.      


사람들은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를 말로 표현하기까지 많이 고민하게 된다. ‘이렇게 말하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혹은 ‘바보 같다는 핀잔을 들으면 어쩌지?’와 같은 걱정과 두려움을 떨쳐 버리고 용기를 내 말을 했는데 부정적인 피드백을 상대방으로부터 받게 되면 아이디어를 말할 용기가 없어진다. 이런 경험이 몇 차례 반복되면 ‘그래, 아무리 말해봤자 소용없어. 나만 바보가 될 텐데 조용히 있자.’라는 생각을 한다.     


이런 상황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람들이 선택하는 방법은 ‘기다림’이다. ‘어차피 내가 말해봤자 받아들여지지 않을 거니까 그냥 기다리고 있다 누군가가 결정하면 그대로 하는 게 제일 속 편해’라고 생각하면서 더 이상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않게 된다. 이런 사람의 모습을 보는 상사나 동료는 ‘정말 답답하네. 아무리 기회를 줘 봤자 결과는 똑같으니 다음부턴 내가 그냥 결정해야지.’라고 결심한다. 그 결과 상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부하에게 그 결정을 따르라고 지시하면 부하는 시키는 대로 하는 수동적인 조직이 된다.      


이것은 먹이 찾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는 어미 새와 같다. 새끼에게 먹이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느니 차라리 자신이 찾아다 먹이는 것이 더 속 편하다고 빠르다고 생각하는 어미 새와 같다. 이런 관계는 상사에게도 부하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만약 새끼 새가 스스로 움직여 먹이를 먹지 않고 어미 새가 먹이를 먹여줄 때까지 기다린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새끼의 몸집이 커지면서 어미 새가 물어다 줘야 하는 먹이의 양도 점점 더 많아져 어느 순간 어미 새가 감당하지 못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어미 새도 새끼 새도 모두 불행한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다.      


주도성, 자발성과는 거리가 먼 의존적인 관계는 모두를 위험에 빠뜨린다. 수동적인 부하는 자기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되고, 이런 부하와 함께 일하는 상사는 ‘도대체 언제까지 내가 도와줘야 할까?’라는 생각으로 지치게 되고 어느 순간 모든 것을 포기하는 무기력한 상태에 빠진다.   

     

아이디어의 가능성을 냉철하게 검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지나치면 아무런 아이디어도 낼 수 없게 만든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대하는 태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상대방의 아이디어에서 문제점부터 찾는 태도이다.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듣는 순간 ‘저 아이디어의 문제점은 무엇일까?’에 초점을 맞추는 사람이 있다. 문제점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 우리의 뇌는 실망시키지 않고 문제점을 찾아준다. 이렇게 되면 아이디어의 부정적인 부분이 부각되면서 그 아이디어는 쓸모없는 것으로 전락하게 된다.     


둘째, 긍정적인 면을 찾는 태도이다. 처음부터 완벽한 아이디어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조직원들의 역할은 활용 가능한 부분과 보완이 필요한 부분을 구분하고, 보완이 필요한 내용은 그 방법을 찾아 아이디어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다. 이런 노력이 모여야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런 방법은 익숙하지 않은 길을 가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조직원들의 결심과 용기가 필요하다. 갈등 해결 과정도 익숙하지 않은 길을 가는 것과 같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곳을 찾아갈 때의 경험을 떠올려보자. 아마도 갈 때보다는 돌아오는 길이 훨씬 짧게 느껴졌을 것이다. 이것은 ‘익숙함’의 차이에 있다. 갈등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유사한 경험을 자신의 기억이나 지인으로부터 찾게 된다. 찾은 사례가 자신과 유사할수록 그 해결 방법을 믿고 따르게 된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성공보다는 실패를 안겨다 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찾은 방법이 실패할 가능성이 큰 이유는 사건의 원인과 갈등 당사자가 다르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지만, 많은 사람은 편안하고 빨리 가기 위해 비행기나 KTX를 선택하는 것처럼 갈등을 해결해야 하는 사람들도 KTX를 타는 것처럼 편안하고 빠른 방법으로 갈등이 해결되기를 바란다.       


비행기나 KTX를 타면 목적지에 빠르게 도착할 수 있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주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여유는 없어지는 것처럼 갈등 해결을 재촉하게 되면 갈등 상대방을 배려할 기회가 줄어들게 된다. 이런 태도는 또 다른 갈등을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갈등은 많은 원인이 겹치면서 표면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완전한 갈등 해결이 되기 위해서는 갈등의 원인이 된 모든 사건을 끄집어내고,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남겨진 갈등 찌꺼기가 암세포처럼 다시 갈등을 만들게 된다. 따라서 갈등의 원인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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