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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환규 Sep 09. 2024

리더의 태도가 조직의 경쟁력을 결정한다

직장인들에게 점심시간은 점심 먹는 시간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오전 업무를 위해 사용한 에너지를 보충해 오후 시간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간이다. 점심시간에 에너지를 제대로 보충하지 못하면 남은 근무시간에 제대로 집중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직장인들은 길지 않은 점심시간을 될 수 있으면 맛있는 식사와 편안한 휴식을 위한 시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므로 은근히 신경 쓰이는 상사보다 편안한 사람과 점심을 먹고 싶어 한다. 그러나 상사가 같이 먹자고 하면 싫다고 거절하지 못하고 함께 먹지만 식사 시간 내내 긴장을 하게 되면서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일도 있다.      


식당으로 향하는 직장인들의 모습을 보면 그 사람들이 어떤 관계인지 대략 추측이 가능하다. 행진하는 것처럼 세로로 줄이 형성되어 있으면 앞에 가는 사람의 서열이 가장 높고 뒤로 갈수록 낮은 경우가 많다. 이런 모임의 경우 식당에 도착해서도 말을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역할이 거의 정해져 있다. 

     

이런 경우 상사는 말을 하고 부하는 말을 듣는 일방적인 관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서열이 높은 사람이 함께하는 모든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의 사람과만 대화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들의 대화를 듣게 된다. 식당으로 가는 동안 상사와 가까이 있었던 사람은 상사와 대화하지만 상사와 많이 떨어져 있었던 사람일수록 대화를 듣는 사람이 되기 쉽다.      


이런 모임에서는 식사 시간 동안 사람들의 표정은 심각하고 서열이 높은 사람 일부만 표정이 밝다. 상사가 농담하면 일부만 웃고 나머지 사람들은 한결같은 표정을 유지하게 된다. 설사 상사가 농담하는 것을 알았다 하더라도 웃어도 되는지 언제 웃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된다. 이렇게 긴장을 하면서 점심을 먹고 나면 점심시간이 휴식 시간이 아니라 높은 강도로 업무를 한 것과 같은 피곤함을 느끼게 된다.   

  

반면 세로로 긴 줄이 형성되기보다는 원 모양이 되거나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갈 때에는 서열이 비슷하거나 친밀한 관계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사람들은 식사하는 동안 모든 사람이 대화에 참여한다. 농담을 하면 편하게 웃고 심각한 얘기를 들으면 함께 심각해지는 등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는 시간이 된다. 식사를 마치면 마음은 편하고 머리는 개운하고 몸에서는 힘이 솟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상사와의 관계가 불편하면 상사의 말이나 행동에 신경 쓰느라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것처럼 업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상사와의 관계가 불편하거나 상사가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면 업무에 집중하기보다는 상사의 눈치를 먼저 보게 된다. 조직원의 이런 행동은 상사와의 관계 맺기를 회피하기 위함인데 상사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런 행동을 하게 된다.      


조직원들의 회피 반응으로 야기되는 첫 번째 문제는 에너지 소진이다. 상사와의 관계가 불편하면 자신도 모르게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된다. 이렇게 불필요하게 사용되는 에너지의 양이 많아질수록 회사의 경쟁력은 떨어지게 된다. 회사의 경쟁력은 조직원들이 자신의 업무에 쏟는 에너지의 양에 비례한다. 상사의 말이나 행동으로 인해 부하가 회피 반응을 하게 되면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업무에 사용할 수 없게 되고 회사의 경쟁력은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     


회피 반응의 두 번째 문제는 대화의 단절이다. 상대방과 대화하는 양은 관계의 질에 비례한다. 자신이 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하고는 다양한 주제의 대화를 나누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과는 업무에 필요한 말만 하게 된다. 상사와 부하의 관계가 불편할수록 상사와 부하가 자신들의 생각을 주고받는 쌍방향 대화가 아니라 상사가 일방적으로 자기 생각을 부하에게 전달하는 일방적인 대화가 되기 쉽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관계의 질을 높일 필요가 있다. 직장에서 하는 대화의 질은 상대방과의 관계의 질에 비례하게 된다. 자신이 신뢰하거나 관계가 좋은 사람과는 다양한 정보를 공유한다. 다양한 정보를 듣기 위해 담배를 피우지 않은 사람이 흡연 구역으로 일러 찾아가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과 만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직장에서 동료와의 관계의 수준은 업무 처리에 필요한 정보의 양과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상사가 자신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보가 필요하다. 정확한 정보는 의사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런 정보를 의사결정자 자신의 노력만으로도 수집할 수 있겠지만 부하로부터의 정보를 더한다면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부하는 자신의 정보가 의사결정에 도움이 된다고 인식되면 더욱 열심히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부하 자신의 의견이 반영된 경우와 상사의 일방적인 지시를 받으면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부하가 업무를 대하는 태도는 다르다. 그러므로 부하를 대하는 상사의 태도가 부하의 업무 동기를 자극해 업무 수행 능력을 높이는 결과를 만들게 되고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원동력이 된다.    

 

조직의 경쟁력은 리더의 경쟁력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회사나 부서의 경쟁력은 조직원들의 역량의 합이다. 새로운 업무를 시작하는 리더는 조직원의 능력을 믿어야 한다. 새로운 부서의 리더로 임명되면 주변에서 ‘누구를 조심해야 한다’ 혹은 ‘처음부터 조직을 장악해야 한다’와 같은 의견들을 많이 준다. 새로운 부서장에서 이런 조언들은 약보다는 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전임자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A라는 부하가 조직 분위기를 망치는 주범이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하자. A에 대한 부정적인 정보가 가득한 상태에서 업무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A를 살피는 일이 될 것이다. 문제는 리더가 A를 보는 순간 A로부터 많은 양의 부정적인 정보를 찾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리더는 A를 감시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고, A의 행동을 통제하게 된다. 상사로부터 감시와 통제를 받는다고 알게 되면 A 또한 리더에게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게 된다. 이렇게 되면 리더는 ‘A를 조심해야 한다는 소리가 맞는구나’라고 확신하고 A를 더욱더 강하게 질책하게 된다.     


A를 부정적으로 대할 때 리더는 세 가지 문제를 안게 된다. 첫 번째 조직 분위기가 부정적으로 변하게 된다. 리더가 A를 야단치거나 하면 그 소리를 다른 부서원들도 듣게 된다. 리더의 꾸중이 자신에게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리더의 부정적인 소리를 듣는 조직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위축된다. 두 번째는 A를 제대로 알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A로부터 부정적인 면을 본 사람은 전임자 혹은 제삼자이지 새로운 리더가 아니다. 리더가 부서원을 부정적으로 보기 시작하면 누구나 약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함께 일할 수 없게 된다. 결과적으로 부하의 부정적인 면에 집중하는 리더는 부하의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스스로 부서의 성과를 떨어뜨리게 된다. 세 번째는 A의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리더는 조직원이 가지고 있는 모든 역량을 활용해 성과를 내는 것이다. 자신이 마음에 드는 사람하고만 일을 한다면 그 조직의 경쟁력은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게 되고 리더의 경쟁력도 떨어지게 된다.         


조직은 혼자서가 아니라 항상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업무를 진행한다. 자신과 일하는 파트너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업무의 질이 달라진다. 리더는 부서원의 업무 수행 능력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가장 먼저 ‘자신으로부터’ 문제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 리더가 어려울 때 도움을 주는 사람은 리더로부터 쓴소리를 듣고 있는 사람들이다. 부서원 A에 대해 부정적인 정보를 주는 사람도 리더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면 도움을 주기는커녕 더욱 어려운 상황 속으로 몰아넣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작년에 ‘개도 낯선 상대보다 친한 상대를 돕는다’라는 연구 결과가 신문에 실린 적이 있다. 인간뿐 아니라 개들도 낯선 상대보다 친한 상대를 더 돕는다는 사실이 과학적 실험을 통해 입증됐다. 친사회적 행동은 자신에게 직접적인 이해관계없이도 다른 사람을 돕는 행위를 말한다. 개도 도움이 필요한 개에게 이타적인 마음을 가지고 도움을 주고 있는데 하물며 자신과 회사의 발전을 함께 도모하는 동료가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도움을 주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되지만, 막상 그 상황이 오면 이타적인 행동은 쉽지 않다.  

   

같은 회사나 부서에서 근무하는 사람은 동료이지 적이 아니다. 상사와 부하는 역할이 다르지 서로 다투는 관계가 절대로 아니다. 상사와 부하는 상대방의 도움을 제대로 받아야 성과를 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다툼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이런 다툼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 위함이 아니라 회사의 발전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상대방의 의견에 대해 비난이 아니라 상대방의 아이디어를 더욱 빛나게 만드는 것이 조직원의 역할이다.   

  

생산적인 관계를 맺을 때 그 혜택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은 자신이다. ‘괴로움을 당하면 어쩌지?’와 같은 걱정은 조직의 분위기를 암울하게 만들고 조직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자신을 파괴하는 첫걸음이 된다. 반면 ‘오늘은 동료를 어떻게 도와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출근을 하게 되면 출근길이 즐거워진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듬어주면서 관계의 질을 높여 연말에는 모두가 승리의 기쁨을 맛보는 한 해를 만들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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