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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환규 Aug 12. 2024

조직은 리더의 개인 소유물이 아니다

더워지는 날씨만큼이나 프로야구의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A팀의 B 감독은 최근 몇 년간 계속 하위권에 머무는 팀 성적이 오르기를 원하는 팬들의 강력한 요청으로 부임하였다. B 감독의 팀 운영 스타일에 대해 오래전부터 팬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분명하다. B 감독이 다른 팀의 감독들과 차이를 보이는 것 중 하나가 투수 운용 방법이다. 선발 투수의 경우 5이닝 이상을 던져야 승리투수 요건을 만족하게 된다. 대부분 감독들은 선발 투수가 이 조건을 만족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고 있다.      


감독들은 투수들의 역할을 선발 투수, 중간 계투 그리고 구원투수로 구분해 정하고 있다. 선발 투수의 경우 되도록 5일 간격으로 등판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A팀의 경우 선발 투수의 개념을 다른 팀들과 달리 ‘첫 번째 등판하는 투수’로 생각하고 있다. 5월 중순 A팀의 선발 투수로 분류된 C 선수는 화요일, 목요일 그리고 일요일 세 차례나 첫 번째로 등판하는 투수가 되었다. 이처럼 A팀의 B 감독은 팀의 승리를 위해 다른 감독들과 다른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A팀의 B 감독의 팀 운용 방법과 다른 방법을 사용하는 감독 중에는 S팀의 T 감독이 있다. T 감독은 ‘시스템 야구’를 추구하고 있다. 팀 운용 원칙을 먼저 정한 다음 그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투수 운용도 A팀과는 다르게 역할을 구분하고, 투수들의 투구 수도 관리하고 있다. S팀에서 C 선수와 같이 등판하는 선발 투수는 찾아볼 수 없다.        


B 감독과 T 감독은 ‘성적 향상’이라는 목적은 같지만, 조직을 이끄는 방법은 분명히 다르다. B 감독과 T 감독의 팀 운용 방법은 선수의 능력이나 상황을 고려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이유로 인해 B 감독과 T 감독 중 누구의 리더십이 더 뛰어난가에 대한 판단은 쉽지 않다. 야구팀과 비슷하게 회사에서도 리더에 따라 조직을 운영하는 방법이 달라지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야구팀에서 트레이드를 통해 전력을 보강하는 것처럼 회사에서는 인사를 통해 조직에 변화를 주고 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처럼 제대로 된 인사는 조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그렇지 못한 인사는 오히려 조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만약 스타일이 다른 A팀의 B감독과 S팀의 T감독이 팀을 바꿔 감독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A팀의 B 감독과 S팀의 T 감독이 새로 부임하면서 팀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감독이 선수들에게 바라는 내용도 달라졌고 선호하는 작전도 달라졌다. A팀의 선수들이 B 감독의 지도에 익숙해져 있고, S팀의 선수들은 T 감독의 팀 운영 방법에 익숙해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T 감독이 A 팀의 감독으로 부임하게 되면 B감독이 선호했던 작전은 더 이상 볼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 마찬가지로 B 감독이 S팀의 감독이 되면 T 감독이 만들어둔 원칙보다는 자신이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대로 팀을 운용할 가능성이 크다.      


조직의 경우도 위의 프로야구팀과 같은 사례가 자주 발생한다. 부서장이 새로운 부서에 부임하는 경우 대체로 두 가지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첫째, 전 부서에서 자신과 함께 일하던 직원을 데려오는 것이다. 프로야구팀에서 감독이 바뀌면 코치들도 바뀌는 경우가 많다. A팀의 B 감독이 부임할 때 코치진 전부가 바뀌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자신이 선호하는 코치들과 함께하는 것이 성과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둘째, 새로 부임하는 부서장은 보이지 않는 장벽을 넘어야 한다. 이런 장벽 중 하나는 전임자의 그림자이다. 특히 전임자의 업적이 뛰어난 경우 후임자는 ‘전임자의 덕을 보고 있다’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전임자와 다른 방법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런 선택은 성공보다는 실패할 가능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조직의 분열을 만들 수 있다.      


조직원은 전임 리더의 조직 운영 방식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방법으로 업무를 요구하게 되면 부서원은 자신들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게 된다. 또 새로운 리더는 자기 방식으로 조직을 만드는 과정에서 전임 리더와 호흡이 맞았던 부서원을 배제할 가능성도 있다. 새로운 리더로부터 배제된 조직원은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특히 다른 부서원의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희생양으로 이런 사람을 선택할 경우 조직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신임 부서장파’와 ‘과거 부서장파’로 편이 갈라지게 되면서 부서에는 보이지 않은 벽이 만들어지고 세력 다툼이 벌어지게 된다. 조직 갈등의 대표적인 사례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없애기 위해 부서장은 자신의 역할을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리더는 회사의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을 활용해 성과를 내는 사람이다. 성과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조직원들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조직원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리더는 사람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부서원의 역량을 탐색해야 한다. 역량을 탐색하고 난 다음에는 그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제공해야 한다. 리더가 자신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면 다른 사람들은 소외감을 느끼면서 리더를 신뢰하지 않게 된다.      


조직원 또한 리더를 이해하고 리더의 요구사항을 충족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A팀의 B 감독은 선수들을 혹독하게 다루는 것으로 유명하다. 혹독하게 훈련을 시키는 목적은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통해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위함이지 자신의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기 위함은 결코 아니다. 만약 ‘전임 감독 때는 훈련이 편했는데….’라고 생각하는 선수가 있다면 이 선수는 A팀에 있을 자격이 없다. 일반 조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리더와 마찬가지로 조직원 또한 리더가 자신들에게 익숙한 방법으로 조직을 운영해 주기를 원한다.  

     

리더나 조직원 모두 회사의 구성원으로 ‘회사의 발전’이라고 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리더 중에는 새로운 부서에서 전임 리더의 흉을 보는 경우가 있다. 자신이 전임 리더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조직원에게 알리기 위한 행동일 수 있지만, 조직원으로서는 전임 리더나 지금의 리더가 상사이기는 마찬가지이다. 리더의 이런 행동은 회사에 대한 불신만 키울 뿐이다. 조직원 앞에서 전임 리더를 비난한다고 새로운 리더의 인격이 높아지고 조직의 생산성이 높이지는 일은 절대로 없다. 리더가 다른 사람을 비난하게 되면 조직원의 신뢰를 잃게 되어 자신의 회사 수명만 단축할 뿐이다.     

 

리더가 이런 위험을 줄이고 성과를 높이는 방법의 하나는 먼저 전임 리더에 대한 공로를 조직원들에게 공개적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전임 리더의 성과에 대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면서 업무를 계속 추진하고 개선할 부분에 대해서는 조직원들에게 필요성을 설명하고 해결할 방법을 함께 찾으면 된다. 부서원들은 리더가 말하기 전에 이미 이런 내용들을 알고 있다. 리더가 조직원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하게 되면 조직원들도 리더에게 협조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리더는 힘들이지 않고 성과를 낼 수 있는 기반을 다질 수 있게 된다.     


인사로 조직원의 구성에 변화가 발생하면 조직원들은 필연적으로 갈등을 경험하게 된다. 전임 리더의 업무 방식에 익숙한 후배는 새로운 리더가 불편하고 부담스럽다. 새로 부임한 리더는 조직을 자신의 방식대로 운영하기 위해 자신의 의도를 잘 이해하는 후배를 선호한다. 이런 과정에서 새로운 리더 옆에 있는 조직원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과거의 리더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던 사람도 새로운 리더로부터 인정을 받으면서 자기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는 사람이 나타난다. 이와 반대로 전임 리더로부터 인정받던 사람이 새로운 리더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런 경우 이 사람은 새로운 리더와 갈등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직원이 많을수록 그 조직은 분열되기 쉽다.


이처럼 인사가 갈등을 유발할 수도 있지만, 갈등을 유발하기 위해 인사를 해야 하는 일도 있다. 같은 사람들 혹은 같은 업무를 계속하게 되면 타성에 젖게 된다. 오랫동안 같은 업무를 하고 있다면 업무에 대한 개선 사항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는 방법의 하나가 담당자를 바꾸는 ‘인사’이다. 새로 부임한 리더는 새로운 시각에서 업무를 보면서 개선 사항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조직의 리더는 부서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후배에게 ‘익숙한 것과 결별’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프로야구에서는 부진한 선수 대신 다른 선수를 경기에 출전시키거나 2군으로 내려보낸 방법을 통해 선수의 분발을 자극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조직에서도 다음과 같은 경우 조직의 발전을 위해 인사로 갈등을 유발할 필요가 있다.      

• 리더가 예스맨으로 둘러싸여 있다

• 후배가 자신의 실수나 무지에 대한 인정을 두려워하고 있다

• 리더가 후배를 지나치게 배려해 업무에 지장을 주고 있다

• 리더의 평가가 지나치게 주관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후배의 불만이 높다

• 후배가 자신의 업무 개선에 대해 과도하게 저항하고 있다

• 후배의 업무 추진에 대한 지속성이 부족하다     


자극을 위한 강도가 너무 강하면 조직원들이 감당하기 어렵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리더가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발생해 조직에 큰 문제를 만들 수도 있다.    

  

리더가 자신에게 적합한 조직을 만들면 그 조직은 회사의 조직이 아니라 리더를 위한 조직이 된다. 리더가 자신의 색깔을 뚜렷이 드러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리더의 색깔이 뚜렷할수록 그 색깔을 지우기도 어렵다. 이런 조직은 리더가 바뀔 때마다 조직원은 혼란을 겪게 된다.       

 

리더와 조직원은 조직의 구성원으로 조직의 발전을 위해 일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리더는 회사를 위해 일을 하는 사람이지 조직을 자신의 색깔로 물들이는 사람이 아니다. 훌륭한 리더는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조직원들이 자기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게 하면서 누가 그 조직의 지도자가 되더라도 조직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사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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