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담당자: 경영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경쟁력이 높은 새로운 상품이 필요합니다.
상품개발 담당자: 우리 상품의 경쟁력은 충분합니다. 마케팅에서 역할만 제대로 한다면 목표 달성은 확실히 가능합니다.
직장에서 이런 종류의 대화는 수시로 경험한다. 마케팅 담당자와 상품개발 담당자의 주장은 개별 부서로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마케팅 담당자와 상품개발 담당자의 주장을 동시에 놓고 본다면 서로의 주장들이 대립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의 사례처럼 조직원은 각자의 관점에서 다양한 제안을 할 수 있지만, 리더들은 그 제안을 평가한 후 기준에 적합한 제안 중 하나를 선택, 즉 결정하게 된다.
이처럼 리더의 중요한 역할은 조직의 이익에 적합한 결정을 하는 것이다. 리더로서는 자기가 하는 결정이 최종 결정에 가까울수록 더 큰 부담감을 느끼게 된다. 이때 리더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긴장감을 느끼면서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된다. 의사결정자가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결과에 대한 두려움, 과정에 대한 의심 그리고 시간에 대한 압박으로 구분할 수 있다.
결과에 대한 두려움, 과정에 대한 의심, 시간에 대한 압박…
첫째,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다. 리더들은 자신의 결정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위험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시간이 지나 자신의 결정에 문제가 있다고 밝혀지면 엄청난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회사의 존속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만큼 엄청난 손해일 수도 있고, 자기의 능력에 대한 신뢰에도 치명적인 손상을 입혀 조직에서의 입지를 완전히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뭔가를 결정해야 할 때마다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둘째, ‘과정에 대한 의심’이다. 리더는 의사 결정 과정에서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확신을 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채 결정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이런 이유로 실행 결과가 나오기까지 계속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셋째, ‘시간에 대한 압박’이다. 리더가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정보를 충분히 수집하고 신중하게 판단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시간에 쫓겨 급박하게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가 많다. 이런 심리 상태에서는 다른 사람의 말을 차분하게 들을 여유도, 자신의 결정을 냉정하게 판단할 여유가 없게 되고,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을 기회를 놓치게 된다. 빨리 결정해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이 스트레스 수준을 높여 사고의 폭을 좁게 만들어 잘못된 판단을 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의사결정 시 중압감에 대한 리더의 반응은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첫째, ‘회피’이다. 이것은 결정을 지연하거나 방치 혹은 무시하는 반응이다.
둘째, ‘무능’이다. 새로운 문제해결 방법을 만들거나 개선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기존의 방법을 고수하고 집착하려는 전략이다.
셋째, ‘포기’이다. 새로운 대안이 떠오르면 즉시 기존의 것을 버리는 태도이다.
넷째, ‘야단법석’이다. 의사결정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결정이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제자리를 맴돌거나 당황해 눈앞이 깜깜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다섯째, ‘대안 탐색’이다. 의사결정에 따른 이득과 리스크를 고려하고 보다 나은 대안을 끝까지 추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명량대첩을 앞둔 이순신 장군은 일본군과의 전쟁을 앞두고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셨을 것이다. 이순신 장군께서 전쟁에서 승리한 이유는 압박감을 이겨내고 승리할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셨기 때문이다. 이처럼 리더가 냉정함을 유지하면서 대안을 선택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할 때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의사결정을 할 때 리더가 어떤 방법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조직과 조직원에게 미치는 영향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리더는 자신의 의사결정 반응 패턴과 이런 반응이 갈등 해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의사결정 시 심한 압박을 겪는 리더가 갈등 해결 전략으로 선택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이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지금까지 했던 방법을 그대로 유지하는 전략이다. 새로운 정보를 무시하고 기존의 관행적인 방법을 고수하는 것인데, 결정할 때는 수월하겠지만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기업 존속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위험이 따른다.
둘째, 지금까지 사용하던 방법을 무시하고 새로운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때 새로운 정보를 충분히 탐색하고, 탐색한 정보를 자세히 분석하지 않고 사용하게 되면 큰 위험을 가져다줄 수 있을뿐더러 노하우의 축적도 어려워진다.
셋째, 방어적으로 회피하게 된다. 이럴 때 사용하는 방법들은 의사결정을 미루거나 지연시키고,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또 자신이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고 쉽게 판단하는 행동은 문제를 왜곡되게 인식하는 태도이다.
넷째, 신경질적인 반응이다. 망하는 것이 뻔히 눈에 보이는데도 즉각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결정을 미루거나, 수정해야 하는 첫 번째 대안을 충동적으로 선택하기도 하고, 여러 해결책 사이에서 방황하거나 머릿속에서 생각이 빙빙 돌아 미쳐버릴 것 같은 경험을 하면서 불안하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다섯째, 적절한 대안을 집중적으로 찾는 방법이다. 자신이 내려야 하는 결정을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결정하고자 하는 대안에 대해 이익과 손해를 객관적으로 따져보고, 새롭고 더 나은 대안을 끈질기게 찾아본 후 과감하게 결정한다. 그리고 자신이 언제 결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결정 시점을 현명하게 판단해 적절한 시점에서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부담감 크지만 리더의 숙명일 수도
앞의 네 가지 전략들은 갈등을 무시하거나, 피하거나 혹은 갈등에 굴복한 경우이다. 마지막 다섯 번째 전략만이 생산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왜냐하면 이 전략은 결정 갈등을 겪을 때 발생하는 스트레스에 대해 의식적으로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리더가 결정을 잘하기 위해서는 갈등 해결을 위한 지식을 습득해야 할 뿐만 아니라 갈등상태에서 느끼는 심리적인 압박의 원인을 살펴보고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즉, 리더에게 의사결정 능력이 있다는 것은 지식을 적절하게 활용하고, 갈등으로 인한 심리적 압박을 잘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의미한다.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갈등은 리더들의 숙명이다. 주변 사람들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조언을 해주기도 하지만 결정을 대신해 줄 수는 없다. 리더는 조직원들이 모두 수긍할 수 있는 대안을 선택하고, 조직원들이 리더가 선택한 대안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리더는 조직 구성원들이 원하는 것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조직원들과의 협력적인 문제해결 방법을 탐색한다. 이럴 때 비로소 조직원들도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되고, 이것이 곧 리더의 리더십과 연결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