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리더십 프로그램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단어가 있는데 바로 ‘소통’이다. 정치지도자부터 종교, 회사 CEO와 대학교수 등 사회의 모든 리더들이 강조하는 말이다. 이렇게 소통을 강조하지만 ‘우리 조직은 실제로 소통이 잘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소통이 될 때와 되지 않을 때 조직에 미치는 영향은 설명하지 않더라도 다 알고 있다. 최근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대부분의 사건들을 들여다보면 소통의 부재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처럼 소통을 강조하고 교육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소통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원인은 ‘힘의 사용’에 있다. 여기서 말하는 힘이란 폭력과 같은 ‘물리적 힘’뿐만 아니라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사용하는 ‘심리적 힘’도 포함된다.
부하 직원이 흔히 뒷담화할 때의 대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정말 우리 부장 때문에 미칠 것 같아.”
“저러고도 어떻게 부장이 됐는지 몰라. 누구 라인이라는 게 정말인 모양이야.”
상사 또한 자신의 부하나 상사에 대해 동료들에게 뒷담화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노 대리는 도대체 대학 졸업은 어떻게 했는지 몰라.”
“김 상무는 하는 짓이 왜 대리보다도 못하지?”
이런 대화가 일어나는 원인 중 하나는 상대방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부장 때문에 미칠 것 같다’는 노 대리의 하소연 속에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부장이 행동하지 않아 화가 난다’는 마음이 담겨 있다.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상대방을 움직이도록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가 ‘강요’나 ‘협박’과 같은 심리적인 ‘힘’이다.
“내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고 왜 자네 마음대로 해?”
“노 대리, 계속 이런 식으로 일을 망치면 자네 연봉은 대폭 삭감될 거야.”
“이런 식으로 일하면 함께 일하기 어렵네.”
직장에서 상사로부터 흔히 듣는 말이다. 상사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부하는 어떻게 행동할까? ‘아, 부장님이 나를 위해 이렇게 애를 쓰고 계시는구나.’라는 생각보다는 ‘또 시작이네. 꼴에 지가 상사라고…….’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부하의 부정적인 생각이 만들어지는 원인은 상사가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 힘의 대결이 시작된다. 이런 설명을 하면 부하가 어떻게 상사와 힘겨루기를 할 수 있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부하도 상사와 다양한 방법으로 힘겨루기를 하는데,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는 상사의 지시를 순순히 따르지 않고 저항하는 것이다. 부하가 저항하는 방법은 크게 ‘적극적인 저항’과 ‘소극적인 저항’으로 나눌 수 있다.
소극적인 저항의 대표적인 행동은 상사의 커피나 차에 침을 뱉는 것이다. 아마도 이런 경험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다. 이것뿐만 아니라 상사가 시키는 대로만 하는 것과 상사가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의사결정을 하더라도 알려주지 않는 행동도 일종의 저항이다. 적극적 저항은 몇 년 전 여의도 지하철역 근처에서 발생한 ‘묻지 마 살인’처럼 직접적으로 상대방에게 해코지를 하는 것이다. 신체적 위협 말고도 상사의 비리를 외부 기관에 고발한다거나 상사의 명성에 흠집을 내기 위한 목적으로 사실이 아닌 일을 거짓으로 꾸며 관련 기관에 고발하기도 한다. 이처럼 부하는 상사의 힘에 맞서기 위해 외부의 힘을 빌리기도 하는데, 이런 모든 것은 조직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행동들이다.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키기 위해 상대방에게 힘을 쓸 경우 두 사람 모두 ‘패자’가 될 뿐이다. 간단한 예로 친구와 가볍게 팔씨름을 하는 경우를 보자.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하지만 상대방의 손을 잡는 순간 ‘지면 안 된다.’ 혹은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자신의 모든 힘을 잡손에 집중하게 된다. 하지만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상대방은 친구가 아니라 ‘적’이 되면서 이기기 위한 방법을 찾게 된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 친구를 이겼다고 하더라도 아주 잠깐 느낀 성취감 이외에는 일상에서의 변화는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팔씨름에서 진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할까? 마음이 불편해지면서 ‘언젠가는 이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재미로 시작한 팔씨름이 이긴 사람에게는 특별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어도 진 사람에게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서로의 관계에 금이 갈 수도 있다.
상사와 부하 사이의 관계에서도 팔씨름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상사와 부하가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나름대로 논리를 가지고 상대방을 설득하기 시작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가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상대방을 설득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이때 상대방이 거절할수록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게 되는데, 팔씨름에서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 힘을 더 많이 주는 것과 같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상대방은 설득의 대상이 아니라 ‘물리쳐야 할 적’으로 간주된다.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반드시 물리쳐야 하는, 결코 함께 할 수 없는 사이가 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두 사람 모두에게 스트레스 상황이 된다.
상사와 부하의 대결에서는 상사가 이길 가능성이 높다. 상사는 회사에서 부여한 ‘권한’이라는 막강한 힘이 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사가 자신의 권한을 권력으로 생각해 부하에게 휘두르기 시작하면 부하의 마음에는 상처가 생기게 된다. 회사가 상사에게 권한을 부여한 이유는 부하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는 것이 아니라 부하의 능력을 온전히 활용해 회사 경쟁력을 높이라는 것이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상사와 부하가 건강하지 못한 힘겨루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고 협력해야만 한다.
상사와 부하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힘’으로 상대방을 움직이도록 만들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조직의 리더 중에서 조직원들을 자신의 의도대로 행동하도록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다양한 방법 중 ‘압박’도 들어있다. 압박은 심리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상대방의 마음속에 ‘저 사람은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다’라는 인식을 심어주면서 심리적인 거리감을 느끼게 만든다. 심리적 거리가 멀어질수록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 또한 줄어든다. 상사와 부하 사이에 심리적 거리가 멀수록 소통이 단절되는 불통상태가 된다. 결국 업무 성과를 위해 사용한 힘이 상대방과의 관계를 단절시켜 성과를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 된다. 소통을 원한다면 상대방을 향한 ‘힘’을 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상대방과 경쟁하면 관계의 질이 나빠진다.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사람은 상대방을 공격하는데 집중하기 때문에 함께 하기가 어려운 사이가 된다. 하지만 상대방에게 가하는 압박을 줄이게 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상대방에 대한 경계심을 내려놓게 되면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진다. 이런 상태가 되면 서로가 자신의 속에 있는 생각들을 솔직하게 털어놓게 되고, ‘그때 왜 그런 주장을 했는지 알겠네.’와 같이 상대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