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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환규 Jul 22. 2024

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갈등에 영향을 미친다

프로야구에서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은 외국인 투수가 심판에게 강력하게 항의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 결과 그 팀의 감독은 퇴장당하고, 선발이었던 그 투수는 3회를 채우지 못하고 다음 투수에게 물려줘야 했다. 다음 투수는 갑작스럽게 교체가 되면서 제대로 준비를 못 한 채 마운드에 올라가면서 상대 팀을 제대로 막지 못하고 점수를 내주고 말았다. 갑작스러운 투수 교체가 팀의 패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만은 확실하다. 이 사건을 통해 감정이 격앙된 상태에서 행동할 때 만들어지는 부작용과 외국인 투수가 흥분한 원인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첫째, 감정이 격앙된 상태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이다. 우리 몸은 화를 내거나 흥분하게 되면 스트레스 상태가 되는데, 이때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상대방과 싸울 준비를 하는 ‘반사적 반응’을 보이게 된다. 스트레스 상태에서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상대방을 ‘힘’으로 제압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진다. 스트레스 상태에서는 사소한 사건도 평소와 달리 싸움으로 이어지기 쉽고, 심한 경우 상대방의 신체에 해코지하게 되는 것도 갈등 상대방을 힘으로 제압하려고 시도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기감정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면 주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앞에서 설명한 외국인 투수의 흥분은 결과적으로 감독의 퇴장을 가져왔고, 감독의 퇴장은 팀의 패배로 연결되었다. 또한 이 사건과 직접 관련이 있는 것은 한 경기이지만, 그 후유증은 한 경기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다음 경기에도 계속 미치게 된다.      


업무 수행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이 상사나 동료로부터 존중받지 못한다고 생각할 때이다. 업무 수행 과정에서 ‘얼마나 잘났다고 내 의견을 그렇게 무시해?’와 같은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경기 중 선수가 ‘심판 판정이 이상하다’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이런 부정적인 생각은 사람들을 스트레스 상태로 만들어 상대방을 ‘적’으로 인식하게 한다. 상대방을 적으로 인식하는 순간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해 싸우게 된다. 상사가 부하에게 억지로 자신의 의견을 따르라고 강요하는 것도 부하의 스트레스 반응을 만드는 원인이 된다. 부하가 건강하지 못한 스트레스 상태라면 조직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흥분해 업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고객의 불만을 해결하는 담당자가 고객과 면담하는 과정에서 고객에게 화를 내거나 큰소리를 쳐 문제를 확대하는 경우도 있고, 협상 과정에서 상대방의 태도나 제안 내용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 협상 자체를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 상태 인식’이 필요하다. 자신의 상태를 민감하게 살펴 ‘화가 난다’고 느끼는 순간 ‘멈춤’이 필요하다. 화가 난다고 느끼는 순간 몸은 이미 스트레스 상태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런 상태에서 정상적인 상태로 돌리기 위해 필요한 것은 ‘멈춤’이다. 멈추고 난 다음 ‘해결해야 할 문제’를 파악해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외국인 투수가 ‘아, 심판이 이런 코스의 공은 스트라이크 판정을 하지 않는구나’라고 생각하면 그다음에는 심판이 인정하는 코스로 공을 던지는 데 집중하면 된다. 이렇게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행동을 ‘의식적 반응’이라고 한다.     


‘의식적 반응’을 위해서는 ‘상대방의 행동한 원인’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상대방이 화를 내면 ‘저 인간 왜 저래?’라는 생각이 ‘스트레스 반응’이라면 ‘저 사람이 화를 내는 이유가 무엇일까?’라고 생각하는 것이 ‘의식적 반응’이다. 의식적 반응은 상대방이 한 행동의 원인에 관심을 두는 것으로, 상대방의 행동 원인에 대한 호기심은 상대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의식적 반응’은 문제해결 능력뿐만 아니라 대인관계 능력도 향상할 수 있어 대부분의 갈등을 예방할 수 있다.     


둘째, 외국인 투수가 흥분한 이유다. 야구를 포함한 일부 운동 종목에서 심판의 잘못된 판정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고, 선수들은 판정에 대한 불만과 심판에 대한 불신이 늘었다. 외국인 투수는 자신의 예상과 다른 판정을 내린 심판이 ‘잘못 판정해 경기를 어렵게 만들었다’고 생각했고, 이런 생각이 감정을 격앙시켜 항의하는 행동을 만들게 되었다.      


‘스트레스 반응’은 과거의 특정 경험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 투수의 경우에도 ‘심판 판정이 불합리하다’라는 경험이 반복되면서 심판에 대한 불신이 무의식에 자리 잡게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사건이 발생한 날, 자신이 던진 공에 대해 예상과 다른 판정을 하자 ‘역시 심판의 판정에 문제가 있다’라는 생각으로 인해 심판에게 화를 낸 것이다. 이처럼 과거의 사건은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만약 상사가 A에게 특혜를 준 사실을 알았다고 하자. 이 사실을 알고 난 다음부터 부하는 상사의 모든 행동을 A와 연관을 지어 보게 된다. 상사의 불합리한 행동이 반복되면 부하의 머릿속에는 ‘A를 위해 저렇게 한다’라고 생각하게 되고, 부하는 상사를 불신하게 되면서 상사와 A에게 공격적으로 대하는 스트레스 반응을 하게 된다. 스트레스 상태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보다는 공격에 초점을 두기 때문에 스트레스 반응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렇게 한 번 머릿속에 인식된 경험은 바꾸기가 쉽지 않다.      


스트레스 반응을 예방하기 위해 조직의 모든 사람은 자기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인식해야 한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같은 날 지각을 한 경우, 평소 호의를 가졌던 사람에게는 형식적으로 야단을 치지만 애물단지라고 생각하던 사람에게는 지각을 빌미로 다른 사건까지도 한꺼번에 모아 야단을 칠 가능성이 크다. 상사로부터 똑같이 지각했지만 다르게 야단을 맞게 되면, 상사의 행동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공정성은 모든 사람을 공평하게 대한다는 의미로 ‘기회’와 ‘자원’을 특정인에게 치우치지 않고 적절하게 분배한다는 의미이다. 공정성을 잃은 행동은 조직의 분열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조직에서 업무를 수행할 때 중요한 것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의 모습이다. 가끔 과거의 업무 능력과 현재의 업무 능력을 구분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과거에 잘했던 경험이 머릿속에 깊이 박혀 ‘지금도 잘할 것이다’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편견은 공정성을 잃게 만들고, 조직 갈등을 만드는 원인이 된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지금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 자기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만약 행동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인식되면 될 수 있으면 빨리 수정해야 한다. 갈등 예방에 도움이 되는 지금 당장 실행할 수 있는 행동을 하나 정한 다음 실행하자. 이것이 의미 있는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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