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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환규 Jul 15. 2024

대화하는 방법이 갈등의 결과를 결정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싶을 때 대화를 하게 되는데. 대화(對話)의 의미는 글자 그대로 서로 마주 보고 말을 하는 것이다. 대화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말하는 사람, 듣는 사람, 그리고 주제가 있어야 한다. 이를 우리는 대화의 3요소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주제가 없거나 주제에서 벗어난 대화의 모습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길을 가다 보면 교통사고가 난 후 운전자끼리 다투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가만히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고를 해결하기보다는 상대방의 태도 등 주변적인 문제 때문이다. “당신이 뭔데 나한테 반말이냐?” “왜 소리를 지르느냐?”는 등의 이유로 길을 막고 다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런 상황들은 대화의 주제가 없거나 주제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생겼다.     


회의 참가자들이 회의 내용을 충분히 검토하고 참석했을 때와 그렇지 못했을 때의 차이는 분명하다. 회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대화 내용이 중구난방으로 흐르게 되고, 제대로 준비하고 참석한 참가자들은 ‘이런 회의는 정말 불필요하다’는 생각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설사 회의를 계속 진행하더라도 생산적인 결과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설상가상으로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상대방을 공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태도로 인해 회사가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혹은 “당신은 라이벌 회사의 직원이냐?”는 등의 비난을 상대방에게 하게 되는데 이런 말을 들은 상대방 또한 강하게 비난하면서 반격을 하게 되면서 회의 분위기는 엉망이 된다. 이런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하면 조직원들의 사이가 벌어지면서 대화는 단절되고 회사의 생산성과 경쟁력은 떨어지게 된다.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 이유는 자신의 의견을 상대방이 수용하도록 강요하기 때문이다. 조직에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자신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야 한다. 상대방 의견에 대한 비판은 자신이 상대방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인식시킬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다. 자신의 의견이 상대방으로부터 비판받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상대방의 의견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되더라도 마음 한편에는 불편해지는데, 비판을 위한 비판에 대해서는 오죽하겠는가? 자신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은 동료보다는 ‘적’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상대방이 자신에 대한 비판의 강도와 빈도를 높일수록 갈등 발생 가능성도 높아진다.     


갈등은 자신이 추구하는 것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나 방법이 상대방과 다를 때 생긴다. 상대방과 의견이 다를 경우, 상대방에게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말하기보다는 마음속으로 반발하면서도 겉으로는 상대방의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에게 친숙해진 ‘황혼이혼’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자신의 마음 깊숙한 곳에 있는 불편함을 해소하지 못하면 불편한 마음이 사라지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져간다. 눈사람을 만들 때 작은 눈뭉치가 큰 덩어리로 되는 것처럼  상대방이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음속에 들어있던 불편한 감정은 점점 분노로 바뀌게 된다. 어느 순간 이렇게 만들어진 감정의 에너지를 상대방을 향해 쏟아내면, 상대방은 매우 당황하게 된다. 평소 자신의 불만을 전혀 내색하지 않다가 갑자기 이혼하겠다는 말을 하면, 그 말을 들은 배우자는 어떤 심정이겠는가?     

 

갈등은 매생이국과 같다. 매생이국은 뜨거워도 위로 김이 나지 않는다. 촘촘하고 가는 매생이 특유의 조직에 막혀 김이 위로 올라오지 못하기 때문에 먹기 전에는 뜨거운 줄 모를 수 있어 ‘미운 사위에게 매생이국 준다’는 말도 있다. 갈등이 발생해 상대방을 향한 적대적인 감정이 생기면 마치 매생이 밑에 뜨거운 열이 갇혀 있는 것과 같다.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지만, 마음속으로는 갈등으로 인한 부정적 감정의 에너지를 차곡차곡 쌓아 놓고 있다가 에너지를 분출할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위험한 침묵’보다 오히려 ‘가벼운 싸움’이 필요할 수도 있다. 여기서 말하는 싸움이란 몸과 마음에 상처를 남기는 수준의 충돌이 아니라 감정의 앙금 정도를 남기는 가벼운 다툼으로 한정하고자 한다. ‘취중진담’이라는 말처럼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위해서는 계기가 필요하다. 상대방과 말다툼을 하면서 감정이 격앙되면 이성의 통제가 약화되면서 억누르고 있던 속마음을 드러내게 된다. 이렇게 드러난 상대방의 속마음을 들으면서 깜짝 놀라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은데, 그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그렇게 생각했을 줄은 전혀 몰랐다.”이다.      


상대방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대화’가 필요하다.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말하는 대신 참거나, 대화 방법을 몰라 심한 다툼으로 번지는 경우가 있다. 감정의 찌꺼기는 마음을 썩게 만들고, 분노의 에너지를 마음속에 쌓게 만든다. 마음속에 있는 감정의 찌꺼기를 없애기 위해서는 침묵보다 다툼이 나을 수 있다. 다툼을 생산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령이 필요하다.      


첫째, 대화의 주제와 목적을 명확하게 한다.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사소한 사건으로 인해 큰 문제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대화의 목적과 주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만약 대화 주제에 벗어났다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 재빨리 원래의 주제로 되돌릴 필요가 있다.      


둘째, 자신의 말과 행동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지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존 가트먼 박사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의 맥박수가 분당 100회가 넘으면 상대방의 이야기를 이성적으로 들을 수 없다고 한다. 감정이 격앙되면 판단능력이 떨어져 문제해결 능력이 심각하게 제한받기 때문에 ‘화’는 우리를 바보로 만든다. 특히 상대의 인격에 상처 주는 말은 절대로 피해야 한다.    

  

셋째, 대화가 끝났을 때를 생각한다. 싸움의 목적은 이기는 데 있기 때문에 싸울 때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를 이기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감정이 누그러지면 서로에게 남는 것은 후회뿐이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싸우고 싶은 생각이 드는 순간 싸움이 끝났을 때의 모습을 떠올린 다음 싸움을 시작한다.     


넷째, 주변 사람들은 싸움에 끌어들이지 않는다. A와 B가 서로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다투고 있다. 일반적으로 다툼이 생기면 자신의 주장을 옹호해 줄 제삼자를 찾게 된다. 부부는 자식 혹은 자신의 부모를, 조직에서는 내부의 동료 혹은 외부 사람을 끌어들여 자신의 의견을 인정받으려 한다. 만약 A가 C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면, 위기를 느낀 B는 D를 끌어들이게 된다. 두 사람이 시작한 다툼은 네 사람의 다툼으로 커지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다툼에 관여되는 사람의 수는 늘어나게 된다.     


다툼에 관여된 사람의 수가 많을수록 해결이 어려워진다. 채무자가 많을수록 해결이 어려운 것처럼 다툼도 마찬가지이다. 관련된 사람의 수가 많아질수록 이해관계가 달라지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다양한 사건들이 발생하게 되고, 처음 주제와 관련 없는 방향으로 사건이 전개되면서 해결이 어렵게 된다. 따라서 다투는 당사자는 상대방과의 대화에 집중하고, 제삼자는 사건에 관여시키지 말아야 한다.    

    

다툼은 상대방의 본심을 알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상대방과의 다툼이 없을 수는 없다. 상대방과의 의견 충돌이 두려워 피하게 되면, 자신의 의견을 상대방에게 말할 수 있는 기회와 상대방의 의견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문제는 다툼 그 자체가 아니라 다투는 과정에서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문제로 다투고 있을 것이다. 다만 다투더라도 주제를 명확하게 하고 ‘어떻게 하면 발전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노력한다면 서로가 만족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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