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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환규 Sep 18. 2024

조상이 바라는 가장 큰 선물은 가족의 화목이 아닐까?

첫 직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부서에서 결혼한 사람은 부서원을 신혼집에 초대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어느 해 봄부터 겨울까지 부서원 4명이 결혼을 했다. 처음에 결혼한 부서원은 평소대로 간소하게 집들이 음식을 준비했고, 집들이에 참석한 사람들도 별다른 부담이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집들이 음식이 점점 화려하게 변해갔다. 마지막에 결혼한 사람은 그전에 집들이한 동료보다 더 많은 종류의 음식을 준비하려고 대출을 받아 출장 뷔페를 준비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되니 준비하는 사람이나 집들이에 초대받은 사람 모두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집들이는 새로 이사한 집에 친구나 가족을 초대하여 집을 소개하고 함께 축하하는 행사이다. 집들이는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의미가 있으며, 사람들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집들이하는 사람은 보통 간단한 다과나 음료를 제공하며, 초대받은 사람으로부터 선물을 받기도 한다. 이런 순수한 목적의 집들이가 과도한 음식 준비로 인해 준비하는 사람이나 초대받은 사람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자리로 변한 것이다.     


이렇게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모두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 ‘명절’이라고 생각한다. 명절의 본래 뜻은 특정한 날에 기념하거나 기념일을 축하하는 것으로, 주로 농업 사회에서 수확이나 계절의 변화를 기념하는 데서 유래했다. 전통적으로 가족과 함께 모여 음식을 나누고 조상을 기리는 의식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매년 추석이나 설날과 같은 명절을 지나고 나면 ‘가족 불화’ 혹은 ‘이혼’과 같은 불편한 단어들이 언론에 단골로 등장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이 일어나는 이유는 ‘특정인의 희생’이 따르기 때문이다. 명절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서 있었던 불화가 남편과 아내에게로 옮겨가 가족이 해체되는 일까지 벌어지는 것이다. 명절에 주로 부림을 당하는 측에 속하는 사람이 며느리인 것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조상의 처지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이 명절에 조상들에게 감사를 드리기 위해 제사를 지낸다. 제사 준비의 대부분은 제사 음식을 조리하는 것인데, 음식 대부분이 평소 먹는 음식이 아니고, 손도 많이 간다.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으로서는 참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한다. 특히 먼 거리를 이동한 사람으로서는 이중삼중의 피곤한 일인 것이다.     


일이 힘들면 본능적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조상님에게 감사를 드리기 위해 제사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은 제사 음식 준비가 힘들면 속으로 조상님부터 시작해 일을 시키는 시어머니는 물론 자신이 힘들게 일하게 한 남편까지 싸잡아 욕을 한다. 이렇게 욕하면서 준비한 음식을 먹어야 하는 조상님들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명절 혹은 제사에 대한 본래의 목적을 잊지 말아야 한다.   

  

명절 제사의 본래 목적은 조상에 대한 감사와 존경을 표하고, 가족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 것이다. 제사는 조상과의 유대를 강화하고, 그들의 은혜를 기억하며, 후손들이 조상을 잊지 않고 이어가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목적의 제사가 음식 준비로 인해 가정불화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조상이라면 ‘불평불만을 갖고 준비한 화려한 음식’과 ‘즐겁게 준비한 소박한 음식’ 중 어떤 음식을 선택할 것인가? 아마도 대답은 뻔할 것이다.     


조상님들이 바라는 가장 큰 추석 선물은 화목한 모습의 후손들일 것이다. 따라서 명절 본래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며느리와 같은 특정인의 희생이 따르는 화려한 명절보다는 모든 사람이 즐겁게 보내는 명절이 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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