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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환규 Dec 19. 2024

퇴직 준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력일까?

퇴직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삶에서 여러 변화를 유발한다. 정체성의 변화, 경제적인 변화, 생활 패턴의 변화와 사회적 관계나 가족 간의 변화 등이 대표적인 변화이다. 이 중에서 경제적인 변화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상대적으로 돈과 관련이 적거나 관련이 없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퇴직자는 여전히 퇴직 준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돈’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된 이유 중에는 은행이나 보험회사의 상품 판매 전략과 관련이 있다. 금융 회사에서는 퇴직자의 노후 자금과 관련한 정보 외에 정체성 변화나 정신 건강 혹은 심리 건강에 관한 대비책을 제공하기가 쉽지 않다. 퇴직 후 삶에 대한 정보는 대부분 금융 회사에서 돈과 관련된 연구 결과이기 때문에 퇴직을 준비하는 사람으로서는 돈에 관한 정보가 가장 많고, 노후 자금 준비는 상대적으로 장기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당연히 퇴직 후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은 많을수록 도움이 된다. 하지만 퇴직 후 늘어나는 여유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게 되면 그 시간을 지루하게 보낼 수밖에 없고, 가족이나 지인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면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외로움이나 지루함은 돈으로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이처럼 자금은 퇴직 후 걱정해야 할 걱정거리 중 하나이지 퇴직 후 생활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여유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지루함을 느끼게 될 수 있다. 이럴 때 흔히 하는 실수로 과도한 소비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거나 지루함을 잊기 위해 알코올이나 약물에 의존하게 될 위험이 있다. 이런 선택들은 장기적으로 개인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퇴직한 사람들이 경험하는 자금 이외의 걱정거리는 다음과 같다.     


1. 삶의 목적 상실이다     

직장에서는 일상적으로 정하는 목표와 업무가 있다. 하지만 퇴직과 함께 익숙하던 삶의 목표와 목적이 사라지면서 삶의 방향을 잃어버릴 수 있다. 이로 인해 삶의 의욕을 떨어뜨리고 새로운 삶에 대한 동기를 감소할 수도 있다.     

특히 많은 사람이 일을 통해 자신을 발전시키고 자아를 실현한다. 그러나 퇴직 후에는 이런 기회가 줄어들면서 무기력감을 느낄 수도 있다.     


2. 외로움이다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회의나 팀 프로젝트와 같은 정기적인 활동은 퇴직 후 사라지게 된다, 또한, 동료들과 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시는 것과 같은 일상적인 만남도 퇴직 후에는 횟수가 줄어들거나 기회가 사라질 수 있다. 즉, 대화하고 소통할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다.     

또한, 가족과의 대화 기회도 줄어들 수 있다. 자녀가 독립하거나 배우자와의 대화가 줄어들면서 가족과의 관계가 약해질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직장에 다니는 동안 가족과의 유대관계가 강했다면 그나마 소통의 기회는 유지될 수 있지만,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다면 퇴직 후에는 가족과의 관계가 완전히 멀어지는 경우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이다.     

가족과의 관계가 멀어지고 함께 할 동료가 사라지면 외로움만 남는다. 이런 외로움은 돈으로 해결할 수 없다. 일부 퇴직자 중에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알코올이나 약물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건강을 해치는 사람도 있고, 쇼핑이나 온라인 게임 등으로 외로움을 달래면서 재정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이와 함께 TV 시청이나 소셜미디어에 지나치게 몰두해 시간을 보내면 실제로는 외로운 기분이 해소되기는커녕 더 깊은 고립감을 느낄 수도 있다.      

노인들이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혼밥’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파고다 공원 근처 무료급식소에서 점심을 제공하는데,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도 이곳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이곳에서 다른 사람과 함께 밥을 먹으면 혼자서 밥을 먹을 때 느끼는 외로움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사례처럼 외로움은 퇴직 후의 삶을 힘들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이다.     

외로움을 느끼면 자신을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사람과의 관계를 피하거나 스스로 고립되면 상황은 더욱 악화하게 된다. 대인관계에 대한 두려움이나 회피가 생기면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유발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3. 지루함이다     

퇴직자는 퇴직 후 직장에서의 규칙적인 일정과 업무가 사라지면서 명확한 목표나 일정이 없기 때문에 지루함을 느끼기 쉽다. 이와 함께 오랜 시간 함께 했던 동료들과의 소통이 줄어들면서 사회적 관계가 약해지면서 지루함과 고립감을 느낄 수 있다.     

지루함은 우울증이나 불안감을 유발할 수 있다. 지루함을 계속 느끼게 되면 생활 만족도를 떨어뜨리고, 정신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4. 건강이다     

퇴직자는 직장에서의 활동적인 생활이 사라지면서 신체 활동이 줄어들게 된다. 운동 부족은 비만, 심혈관 질환, 당뇨병 등 만성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또한, 퇴직 후 일상적인 일정이 사라지면서 수면 패턴이나 식습관이 불규칙해질 수 있다. 이는 비만, 수면장애, 소화불량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신체 활동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관리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퇴직 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스트레스가 계속되면 면역력이 약화하면서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문제에 노출될 수 있다.     


이처럼 퇴직자가 퇴직 후 직면할 수 있는 삶의 목표 상실, 외로움과 지루함 등은 돈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따라서 퇴직 후 생활자금 마련도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삶의 명확한 목표 수립하고 외로움과 지루함을 극복할 방법을 찾는 것 또한 퇴직 전 반드시 해결해야 할 직장인의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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