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은 사람이 모여서 일을 하는 곳이다. 퇴직을 한다는 뜻은 일과 사람으로부터 헤어진다는 것과 같다. 퇴직한 다음 더 많은 일을 할 수도 있고, 실제로 하는 사람도 있지만, 일과 사회적인 관계는 축소되면서 여유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많은 직장인이 퇴직 후 삶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우선순위로 두는 것은 ‘돈’이다. 퇴직 후의 생활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퇴직금 이외에도 연금보험, 저축과 투자 등을 통해 재테크를 한다. 포털에서 ‘노후 준비’라고 검색할 때 퇴직 후 필요한 자금에 대한 정보가 검색 결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유도 그만큼 많은 사람이 퇴직자금에 관해 관심을 두기 때문일 것이다.
경제적 여력이 퇴직 후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경제력은 퇴직하고서도 재취업이나 창업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유지할 수도 있다. 경제력과 달리 사회적 관계는 퇴직하는 순간 축소되는 것이 정해진 운명이다. 즉, 직장 생활을 할 때만큼 동료나 지인과의 상호작용이 줄어든다. 사회적 관계는 자신이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과거와 같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사회적 관계의 축소는 삶의 질에 긍정적인 영향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을 더 크게 미친다. 사회적 관계 축소에 따른 주요 변화는 다음과 같다.
1. 웰빙(well-being)의 저하
웰빙은 개인의 건강, 행복, 삶의 만족도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웰빙은 여러 측면에서 정의될 수 있으며 주로 다음과 같은 요소로 구성된다.
신체 건강과 관련된 신체적 웰빙, 스트레스 관리, 자아존중감, 긍정적인 경험 등과 같은 심리적 건강을 의미하는 정신적 웰빙, 긍정적인 대인 관계와 가족, 친구, 지역 사회와의 관계가 포함된 사회적 웰빙, 종교적 신념이나 개인적인 철학이 포함된 영적 웰빙으로 개인의 가치관과 신념,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과 관련이 있다. 이와 함께 경제적 웰빙도 필요한데 재정적 안정성과 경제적 지원의 접근성을 의미하며, 경제적 웰빙은 생활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회적 관계가 줄어들면 고독함을 느낀다. 이는 우울증이나 불안 증세로 이어질 수 있다. 감정적 안정성을 해치고 일상생활의 질을 떨어뜨린다. 이처럼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더라도 가족이나 지인과의 관계가 축소되거나 나빠지면 외로움을 느끼면서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낄 수 있다.
2. 사회적 고립
가족이나 지인과의 소통이 줄어들면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마치 홀로 외딴섬에 갇혀 있는 것과 같은 고립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럴 때 심리적 고통을 더 크게 느끼게 된다.
외로움은 신체적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외로움은 신체의 스트레스 반응을 활성화해 코르티솔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의 수치를 증가시킨다. 코르티솔 수치가 높아지면 면역 체계 기능 저하, 심혈관 질환 등의 위험을 높인다.
외로움은 수명의 질을 떨어드릴 수 있다. 이로 인해 불면증이나 수면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수면 부족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모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은 외로움을 느끼기 쉬우며 알코올 중독의 위험에 더 쉽게 노출된다.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외로운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알코올을 사용할 수 있다. 술은 일시적으로 기분을 좋게 만들거나 외로움을 잊게 해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가족이나 친구와의 관계를 나쁘게 만들어 더 큰 외로움을 느끼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
3. 신체 건강 악화
가족이나 지인 그리고 커뮤니티와 같은 사회적 지지 체계가 무너지면 스트레스가 증가한다. 퇴직으로 인해 사회적 지지망이 약해지면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해소할 방법도 줄어들면서 만성 스트레스 상태에 놓일 수 있다. 이 결과 면역력 저하나 심혈관 질환 등 신체 건강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고립된 생활로 인해 일상생활의 습관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의 단절 혹은 고립된 생활로 인해 운동 부족, 불규칙한 식사, 수면 패턴의 변화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이 무너지기 쉽다.
4. 삶의 만족도 감소
사회적 관계가 축소되면 개인의 목표 설정이나 성취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 결과 삶의 의미를 상실할 수 있다. 또한, 가족과 지인과의 활동이 줄어들면서 취미나 여가활동의 기회가 줄어들면서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5. 경제적 영향
사회적 관계가 줄어들면 정보와 지원을 받을 기회가 줄어들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다시 삶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회적 관계의 축소에 따른 이런 여러 가지 변화는 개인의 성격, 환경, 사회적 지원 체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관계가 축소되면 삶의 질이 저하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퇴직자는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
퇴직 준비를 할 때 경제력 확보에 관심을 두는 것도 분명히 필요하다. 하지만 경제력 확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사회적 관계 축소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퇴직 후 느끼는 외로움 혹은 고립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가족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이것이 퇴직 준비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