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은 긍정적인 속성과 부정적인 속성이 있다. 퇴직은 직장인이 무거운 책임, 의무와 역할로 인한 갈등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자유를 느낄 기회이다. 퇴직은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자아 성찰의 시간과 새로운 삶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도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또한, 퇴직 후 만들어지는 시간 여유는 잃어버린 신체 건강과 정신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이런 것들이 퇴직으로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속성이다.
이와는 달리 퇴직에는 부정적인 속성도 분명히 있다. 퇴직하는 순간부터 개인과 가정이 직업을 통해 얻었던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안정을 더는 유지할 수 없게 된다. 퇴직은 수입을 줄어들게 만들어 소비생활의 위축을 가져오고, 사회적 지위와 인정 그리고 동료나 고객과의 유대관계를 잃게 만들어 자존감과 사기를 떨어뜨리고 외로움과 소외감을 느끼게 만든다. 이와 함께 퇴직은 사회적 역할을 줄어들게 하거나 하지 못하게 만들어 자아 정체성을 잃게 하고 자기효능감을 떨어뜨린다.
퇴직의 의미는 퇴직을 받아들이는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퇴직을 긍정적으로 인식해 퇴직 이후의 삶을 차분하게 준비해 온 사람은 퇴직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새롭게 시작할 기회’라고 여길 수 있다. 이와는 달리 퇴직을 미리 준비하지 않고 퇴직을 맞이한 개인은 퇴직 후의 삶을 ‘수입원의 감소로 인한 생활 위험을 느낄 수 있고, 사회적 지위 및 역할 상실로 인한 심리적 불안을 견뎌야 하는 어려운 시기’라고 인식할 수 있다. 이렇게 인식하는 사람은 퇴직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처럼 사람마다 퇴직을 바라보는 시선도 다르고 퇴직을 받아들이는 태도도 다르다.
직장인이 퇴직을 받아들이는 단계는 심리적 변화와 관련이 있다. 이 단계를 다음과 같이 구분하여 설명할 수 있다.
1단계: 부정
퇴직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단계이다. 퇴직이 현실도 다가오지 않으며,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날 리가 없다”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퇴직의 필요성이나 이유를 부정하고, 현재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도 믿는다.
2단계: 분노
퇴직에 대한 불만이나 분노를 느끼는 단계이다. 주로 퇴직의 원인에 대한 불만이 클 때 나타난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직장이나 상사 그리고 동료에 대한 불만이 커질 수 있다.
구조조정이나 해고와 같이 퇴직이 자발적이지 않고 강제로 이루어지면 불공정하다는 느낌이 커진다. 이로 인해 자신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삼은 상사나 회사에 대한 원망으로 분노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자신의 노력과 헌신이 무시당했다고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분노가 일어난다. 이와 함께 직장 생활에서의 정체성과 사회적 위치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분노를 느낄 수 있다.
3단계: 타협
퇴직을 피하기 위한 노력이나 협상 단계이다. “이런 조건이라면 계속 일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퇴직을 연기하거나 다른 방법을 찾으려 시도한다. 이 단계에서는 자신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한다.
4단계: 우울
퇴직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로 인해 느끼는 슬픔과 상실감을 경험하는 단계이다. 직장 생활이 끝남에 따라 고립감, 불안감, 우울증과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이 시기에는 과거에 대한 그리움이 커질 수 있다.
직장인이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직장 생활은 일정한 루틴과 안정감을 제공한다. 퇴직 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이전의 일상적인 삶이 그리워질 수 있다. 이와 함께 추억이 미화되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과거 경험이 미화되어 기억되는 경향이 있다. 힘들었던 일들도 긍정적인 시각으로 회상하게 되면서 그리움이 커지게 된다. 이러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퇴직자는 과거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게 되며, 이는 퇴직 후의 적응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5단계: 수용
퇴직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퇴직 후의 삶을 계획하고, 자신에게 적합한 새로운 목표나 활동을 찾기 시작한다, 이 단계에서는 긍정적인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생길 수 있다.
이 단계에서 나타나는 구체적인 예는 재정적 준비, 새로운 목표 설명, 사회적 관계 재구성, 자기 계발, 정서적 안정 찾기와 일상생활의 재구성이다. 이런 사례들은 퇴직자가 수용 단계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방식의 적응 과정이다.
위에서 설명한 다섯 가지 단계는 개인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여러 단계를 반복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특정 단계에서 오래 머물기도 한다. 퇴직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개인의 경험과 심리적 상태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