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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자의 재취업을 가로막는 장벽은?

by 최환규

최근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퇴직자가 많다. 퇴직자가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과 맞물려있다. 얼마 전 일자리 3개 당 일자리를 구하려는 사람이 10명이라는 뉴스가 있었다. 구정 때 서울 인근에서 글램핑장을 운영하는 지인이 새해 인사를 하면서 15년 전 창업한 이래 작년에 처음으로 적자를 봤다고 말했다. 필자도 가끔 구직 사이트에 들어가 가능한 일자리를 찾아보는데 작년 하반기와 비교해 올해 구인 광고가 더 줄었다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이런 불경기에서는 퇴직자는 물론 젊은 사람도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나이와 관련이 있는 독특한 문화와 편견이 퇴직자의 취업을 어렵게 만든다. 필자가 쓴 책인 ‘스트레스를 조율하는 리더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직원’에서 우리나라 조직에만 있는 독특한 스트레스 원인이 있는데 그것이 ‘서열 문화’이다. 서열 문화로 인한 스트레스는 외국 학자들에게는 연구 대상도 되지 않을 정도로 서열 문화는 우리나라 직장인만 경험하는 스트레스의 독특한 원인이다. 우리나라의 서열 문화가 퇴직자의 재취업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다.


우리나라와 외국의 서열 문화는 다르다. 우리나라의 서열은 첫 만남에서 정해진다. 첫 만남에서 나이를 따지고 그렇게 정해진 서열은 평생 변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정해진 서열은 역전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학교 선배나 군대 선임이 회사에서 부하가 되더라도 부하인 선배는 상사인 후배에게 반말하는 사람도 있다. 반면, 외국에서의 서열은 ‘일을 위한 일시적인 관계’로 여긴다. 영구적인 서열인 우리나라와는 달리 다른 나라에서는 일이 마무리되면 서열 관계는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이런 이유로 직장인은 ‘자기보다 나이가 젊은 상사’를 피하고 싶어 한다.


퇴직자가 재취업을 하게 되면 거의 모든 상황에서 자기보다 젊은 상사를 모시게 된다. 퇴직자야 별다른 불편함을 못 느낄 수도 있지만, 나이 많은 부하를 모시게 된 상사는 보이지 않는 불편을 겪게 된다. 몇 년 전 필자가 도배 교육을 무료로 실시한다는 학원 광고를 보고 그 학원에 전화했다. 필자의 나이를 말하고 수강이 가능하냐고 문의했더니 전화를 받은 학원 담당자가 “건설 현장에서는 50대가 넘으면 초보는 받지 않는다”라고 말하면서 “무료 교육은 받을 수 있다. 다만, 취업 자리를 소개하기 어려우니 기술을 배워 집 인테리어할 때 사용하라”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런 대답을 들은 이유도 서열 문화와 관련이 있다. 건설 현장에서 나이 많은 사람을 가르치면서 화도 내고 심하면 욕도 할 수 있는데 자기보다 나이 많은 사람에게 잔소리하는 것이 불편하므로 아예 나이 많은 초보 채용을 꺼리는 것이다.


퇴직자 중에는 중장비를 배우는 사람도 있다. 이 사람도 배우는 것은 돈만 내면 되니까 별다른 문제가 없는데 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게 문제이다. 초보는 중장비를 자비로 사더라도 공사현장에서 이 사람에게 일거리를 주지 않는다. 이 사람은 중장비를 운용하는 선배에게 배워야 하는데 가르치는 사람이 서열 문제로 인해 가르치기를 피하려는 경향이 있어 실제로 현장 업무를 배우기가 어렵다. 이처럼 퇴직자는 서열 문화도 이겨내야 취업에 성공할 수 있다.


나이로 인한 또 다른 어려움은 ‘나이 많은 사람은 업무 능력이 떨어진다’라는 편견이다. 나이 많은 퇴직자에 대한 편견이 몇 가지 있다. 나이가 많은 퇴직자는 기술이나 지식이 구식일 것이라는 편견을 경험할 수 있다. 이는 특히 기술 발전이 빠른 산업에서 두드러진다. 나이가 많아 새로운 환경이나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고정관념도 있다. 이런 편견은 퇴직자가 새로운 직장이나 역할에 쉽게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선입견으로 이어지면서 재취업에 방해가 된다.

이와 함께 퇴직자의 건강 문제도 재취업의 걸림돌이다. 필자가 공장에서 생산직으로 일할 때 야간 근무도 배치해야 하는데 파트장이 야간 근무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먼저 제안을 했다. 아무래도 필자에게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자신들에게 책임이 돌아오니까 이를 예방하기 위해 야간 근무에서 배제했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나이가 많은 퇴직자는 건강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편견이 있으며, 이는 나이 많은 퇴직자를 채용하는 데 주저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퇴직자의 재취업을 어렵게 만드는 또 다른 이유는 ‘퇴직자의 경험 혹은 역량 부족’ 때문이다.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많은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기도 한다. 만약 자신이 퇴직 직전 근무한 부서의 장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이 적은 이력서를 평가할 때 ‘이 사람이라면 다른 후보자보다 경쟁력이 있다’라고 자신하면서 뽑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렇게 객관적으로 자신을 평가했다면 자기 계발에 노력해야 한다. 불경기에도 서열 문화를 이겨낼 경쟁력이 있어야 취업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럴 때 원인에 따라 대처가 달라야 한다. 만약 재취업이 어려운 이유가 불경기만이라면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자기 계발을 하면서 기다려야 한다. 마치 겨울잠을 자는 것처럼 지출을 최소화하면서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견뎌야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


만약 경기가 활황일 때도 재취업이 어렵다면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향상해 어떤 면접자가 서류를 심사하더라도 매력적인 취업희망자라는 것을 알게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원하는 포지션을 정확하게 정하고, 그에 따른 직무 교육을 받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재취업 희망자를 좌절하게 만드는 공고는 ‘경력자 우대’라는 문구이다. 퇴직자가 재취업 원서라도 넣을 수 있는 일은 ‘몸으로 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이럴 때도 경험이 있는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담당자로서는 남을 가르치는 과정을 생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도 마찬가지였지만 채용하는 사람은 사람을 뽑을 때 능력이 비슷하다면 ‘자신과의 관계’를 먼저 보는 경향이 있다. ‘저 사람과 일하면 내가 편할까?’라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라는 답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을 먼저 채용하는 것이다. 물론 후보자가 특정 분야의 전문가라면 다른 기준으로 평가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업무 능력과 경험에 대해서는 변별력이 크지 않다. 업무 대부분은 5년 정도의 경력만 있으면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퇴직자가 이런 편견을 능력으로 이겨낼 수 있을 때 재취업에 성공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과정을 견디기 어려운 퇴직자가 하는 선택이 창업이다. 하지만 창업은 재취업보다 성공하기 더 어렵다. 따라서 재취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역량 향상을 위한 교육 기간을 갖는 것과 동시에 무급이라도 업무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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