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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 생활자금에 대한 평균의 함정에 빠지지 마라

by 최환규

많은 금융기관에서 노후자금으로 월 300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024년 기준으로 평균 국민연금 수령액은 65만 4471원, 20년 이상 가입자는 108만 4708원이었다. 평균 300만 원에 맞추기 위해서는 국민연금 외에도 거의 매월 200만 원 이상을 다른 소득으로 메워야 한다.


퇴직 후에도 재취업이나 창업을 통해 월 200만 원 정도 소득을 올려야 하는데 사실 쉽지는 않다. 퇴직 후에도 건강수명까지는 소득 활동이 가능하지만, 건강수명 이후에는 소득 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퇴직자는 이런 노후자금 규모로 인해 좌절감을 경험하기 쉽다. 그 이유는 ‘평균의 함정’ 때문이다. 평균의 함정은 데이터의 평균값이 전체 데이터를 대표하지 못하거나 특정한 상황을 왜곡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즉, 평균값만으로는 데이터의 분포나 개별 요소들의 특성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회사에서 주장하는 300만 원을 계산한 근거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불안감을 느끼기도 한다. 물론 노후자금을 충분히 마련할수록 상대적으로 마음은 편안하게,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생활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실질 소득이 300만 원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이들은 아무리 아끼고 아기더라도 노후자금으로 금융기관에서 말하는 300만 원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필자는 금융회사에서 노후자금 규모를 예측하는 이유는 두 가지 정도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퇴직예정자들이 노후생활에 필요한 자금 규모를 예상하고, 가능한 이 금액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목적이다. 다른 하나는 금융상품 판매 촉진 목적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보험설계사를 비롯한 금용기관에 소속된 세일즈맨들은 이런 자료를 가지고 고객들에게 노후자금 부족에 따른 불편함을 강조함으로써 고객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세일즈를 촉진하기 위한 목적이 있을 것이다.


금융기관에서 주장하는 금액인 평균 300만 원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극단적인 값의 영향이다. 데이터 세트에 극단적인 값(아웃라이어)이 포함되어 있으면 평균값이 실제 상황을 왜곡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0명의 소득이 각각 30만 원, 40만 원, 50만 원, 60만 원, 70만 원, 80만 원, 90만 원, 100만 원, 110만 원, 1억 원인 경우, 평균 소득은 1,030만 원이 되지만, 10명 중 9명은 평균 소득보다 훨씬 낮은 소득을 얻고 있다. 둘째, 데이터 분포이다. 데이터가 고르게 분포되어 있지 않거나, 비대칭적인 경우에도 평균값이 실제 상태를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소득이 각각 50만 원, 55만 원, 60만 원, 65만 원, 70만 원, 100만 원이라면 평균은 66.67만 원이지만, 대부분은 60만 원 이하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금융기관에서 주장하는 노후자금은 참고자료로 정도로 받아들여야 한다.


영업하는 사람이 고객에게 상품을 팔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의 하나가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이다. 사람은 불안감을 느끼는 순간 그 불안감을 해소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평균보다 적은 노후자금을 마련한 사람은 노후자금을 더 마련하기 위해 금융상품을 구매하면서 금융회사는 이익을 남기게 되는 것이다.


불안감 마케팅은 고객에게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불안 마케팅의 유혹에 넘어가 노후를 위한 금융상품을 구매하기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음주 횟수를 줄이거나 좋아하는 취미활동도 줄여야 한다. 특히 금주나 금연으로 마련한 자금으로 금융상품을 산다면 술이나 담배로 인한 질병을 예방해 건강하고 풍요로운 노후를 보낼 수 있어 퇴직자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빨리 시작해야 하는 순간이다. 퇴직자가 퇴직 준비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을 찾는 것’이다. 자원을 먼저 찾아야 하는 이유는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고, 자원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함이다. 예를 들어, 타고 있던 배가 침몰하면서 무인도에 혼자 도착했다고 하자. 아마 거의 모든 사람은 삶을 포기하지 않고 섬을 조사하면서 구조될 때까지 생존에 필요한 물건부터 먼저 챙길 것이다. 이렇게 구한 물품 중 생존에 꼭 필요한 물건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 대체품을 구하거나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이처럼 퇴직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노후자금이 부족하다고 불안해하기보다 활용 가능한 지원을 탐색한 다음 부족한 자원을 보완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퇴직자에게 필요한 자원에는 재무적 자원과 비재무적 자원이 있다, 재무적 자원은 당연히 돈과 관련이 있는 것이고, 비재무적 자원에는 경험, 기술 그리고 인맥 등이 있다. 이런 자원과 함께 자신의 다양한 역량도 중요한 자원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과의 소통 능력, 가족과의 화합, 스트레스 대응 능력 등도 중요한 자원이다. 자신이 어떤 경험과 능력이 있는지 먼저 충분히 탐색한 다음 이렇게 찾은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다음에 해야 할 일은 건강수명과 건강수명 이후의 삶을 계획하는 것이다. 건강할 때는 생활비를 절약할 수 있고, 근로활동 등을 통해 소득을 올릴 수 있다. 사람들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았다면 지인의 사업을 도우면서 생활비를 벌 수도 있고, 관련 직종에 대한 경험도 쌓을 수 있다. 건강도 훌륭한 자원이기 때문에 신체나 마음이 건강하면 병원비 지출도 줄일 수 있다. 예상보다 적은 돈으로 생활할 수 있는 것이다. 건강할 때 낭비하지 않고 돈을 모으면 건강을 잃었을 때 필요한 비용을 감당하기가 수월해진다.


퇴직자는 ‘대처할 수 있는 상황’과 대처할 수 없는 상황’을 잘 구분해야 한다. 노후에 필요한 퇴직자금의 규모는 퇴직 후의 삶을 어떻게 꾸려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사람은 100만 원으로도 가능하지만, 어떤 사람은 500만 원으로도 힘들 수 있다. 자금 부족은 불편을 감수할 용기만 있다면 충분히 견딜 수 있다. 생존에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족 혹은 지인과의 관계이다. 돈이 많아도 함께 쓸 사람이 없다면 그 돈은 가치는 그다지 높지 않다. 오히려 그 돈을 지키기 위해 주변 사람을 의심하고, 돈을 빼앗길까 두려워하는 동안 스트레스로 인해 평온한 삶을 살기 어렵게 된다.


만약 퇴직 준비를 할 수 있다면 가장 먼저 퇴직 후 어디서 누구와 어떤 삶을 살 것인지 정하자. 그리고 그 삶에 필요한 소통 능력이나 대인 관계와 같은 보이지 않는 자원을 활용한다면 평온하고 행복한 노후 생활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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