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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 대인관계에서 주의해야 할 태도는?

by 최환규

퇴직 후 시간 여유가 생긴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만들어진 많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질 수 있다. 퇴직자가 여유 시간을 생산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본능과 싸워야 한다.


사람의 본능은 생존을 위해 에너지를 보존하고 아끼는 쪽으로 발달해 왔다. 열심히 일할 때는 에너지 소모가 많이 되지만, 일 대신 코미디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는 에너지 소모가 적기 때문에 재미를 찾게 된다. 이런 이유로 직장에서 실시하는 자기 계발 강의가 어느 순간부터 유익함보다는 재미를 추구하는 경향으로 변했다. 문제는 직장 생활 동안 재미있는 시간을 많이 보낼수록 노후 생활이 힘들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많은 퇴직자가 퇴직 후 가족과 갈등을 빚게 된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하나는 ‘가정에 대한 기여 부족’과 ‘의사소통 능력 부족’ 때문이다. 이런 필자의 주장에 대해 동의하지 못하는 퇴직자가 많다는 것도 알고 있다.


많은 퇴직자는 퇴직 전 월급과 같이 금전적으로 가정에 도움을 주었다. 당연히 퇴직하고 나면 월급과 같은 고정 수입이 사라지기 때문에 돈으로 가정에 도움을 주기는 어렵다. 그런데 가족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반드시 ‘돈’만이 아니다. 자녀가 성장하는 동안에는 보살핌도 필요하고, 자녀가 어느 정도 성장했다면 직장 선배로서의 조언 등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것 대신에 친구들과 노는 시간을 많아도 가정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으면 가족으로서는 ‘부모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가족에게는 돈 말고도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또한, 배우자의 입장에서는 퇴직자가 자기를 위해 가사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이럴 때 도움을 준다면 가족은 감사함을 느낄 것이다.

다음으로 의사소통 부족으로 가족과 대화가 단절되는 경우가 많다.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한 부모와 대화할 때마다 마음에 상처를 입는 자녀도 꽤 된다. 이럴 때 자녀는 극단적으로 ‘부모가 없었으면 이런 상처를 입지 않았을 텐데….’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부모의 존재 필요성을 부정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큰 노력이 필요하다.


직장인이 두 가지 부정적인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노력의 필요성을 알고 있지만, 실제로 실천에 옮기는 사람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그 이유는 실제로 배우기 시작해 결과를 얻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들기 때문이다. 필자도 퇴직자들이 이런 힘든 노력까지 해야 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도 알고 있지만, 일단 시도는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퇴직자는 이런 노력을 하지 않더라도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다른 사람의 사생활에 대한 과도한 관심 두기’와 ‘뒷담화’이다. 물론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두는 것은 인간관계에 도움도 되고, 자신의 사회적 고립을 막는 방법일 수 있다. 문제는 ‘과도한’ 관심을 둘 때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즉, 선을 넘을 때 부작용이 일어나 사회적 고립을 막기 위한 관심이 도리어 고립을 촉진하는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누군가나 자신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고 상상하자. 아마도 주시의 대상은 관심이 아닌 감시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지나친 관심을 상대의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상대가 다른 사람과 갈등 상황에, 특히 부부 관계에 문제가 있다면 이걸 구경거리로 삼아 재미를 느끼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은 시간이 남아 돌아가기 때문에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가치 있게 사용하지 않고 불필요하게 낭비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감시를 통해 알게 된 내용을 뒷담화의 소재로 삼는 것은 최악이다. 다른 사람의 험담을 듣는 사람은 처음에는 흥미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뒷담화하는 빈도가 높아지거나 강도가 세질수록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이다. 누군가의 뒷담화를 듣는 사람은 ‘저 사람은 내 얘기도 저렇게 하겠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뒷담화를 말하는 사람을 신뢰하지 않게 된다. 또한, 뒷담화를 한 상대로부터 법적 조치를 당할 수도 있는 결과까지 각오해야 할 수도 있다.


뒷담화와 같은 말을 하는 순간 자신을 스트레스 상태에 빠지게 한다. 사람은 입에서 말을 하면 그 말을 가장 먼저 듣는 사람은 ‘자신’이다. 상대에게 스트레스를 안겨주는 부정적인 말은 자신이 가장 먼저 듣게 된다. 즉, 상대가 듣기 전에 자신이 먼저 듣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먼저 받는 것이다. 더욱 문제는 상대는 그 말을 무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상대에게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한 채 자신만 스트레스를 겪게 되는 것이다.

주변 사람에 대한 불필요한 관심이나 뒷담화와 같은 건강하지 못하고 건설적이지 못한 행위는 시간이 많아 생기는 일이다. 이런 행동은 일시적으로는 쾌감과 말을 옮기는 상대의 주목을 받을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주변 사람들의 신뢰를 잃어 자신을 고립시키는 바보 같은 행동이다.

이런 사람이 가족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리 없다. 따라서 퇴직자는 자신이 시간 보내는 방법을 보면서 생산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살피고 건강하지 않은 방법이라면 즉시 건강한 방법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이때 일시적으로는 변화에 따른 고통과 좌절을 경험할 수도 있지만, 자신의 성장을 위한 고통이라고 생각해 참고 견딘다면 분명히 가치가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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