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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전까지 직장 생활에 충실해야 하는 이유는?

by 최환규

어느 나라나 ‘무명용사의 묘’가 있다. 무명용사의 묘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과 미국에서 세워지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에도 국립현충원 안에 무명용사의 묘가 있다. 이들은 전쟁에서 나라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마쳤다.

직장인은 무명용사처럼 목숨까지는 아니지만, 자신의 반평생을 직장에서 보낸다. 직장인은 자신의 조국을 위해 아무런 대가도 없이 목숨을 바친 무명용사와 달리 직장에 다니는 동안 어느 정도 보상을 받았다. 하지만 직장인에 따라 직장에서 받는 보상에 만족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능력에 비해 높은 보상을 받았다고 여기지만, 어떤 사람은 조직에서 자신의 피와 땀을 착취했다고 여길 수도 있다. 실제로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퇴직을 계획하거나 앞둔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퇴직하느냐에 따라 퇴직 후의 삶은 달라질 수 있다.


직장인이 일하고 얻을 수 있는 보상은 몇 가지 있다.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보상은 ‘돈’과 같이 숫자로 표현되는 경제적인 보상이다. 직장인이 얻을 수 있는 보상에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경제적인 보상과 달리 눈에 보이지 않는 보상도 있다. 일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성취감이나 보람 그리고 업무에 관한 지식과 경험이다.

직장인에게 가장 큰 재산은 업무와 관련한 지식과 경험이다. 업무를 하면서 얻은 지식이나 경험 그리고 성취감은 온전히 자기 것이다. 퇴근할 때도, 퇴직할 때도 직장에 두고 오는 것이 아니라 항상 자신과 함께 하는 가장 소중한 것이다. 이것이 직장인의 경쟁력이자 평생 함께하는 무기가 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경험이나 지식은 같은 일을 하더라도 성취 수준에는 차이가 난다. 어떤 사람은 일하면서 수시로 최신 정보나 지식을 업데이트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원 때 익힌 지식으로 평생 써먹는 사람도 있다. 직장인의 별명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직급이 ‘대리’인 이유는 대리 시절 많은 실무를 경험하면서 업무에 대한 지식을 익히고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사람일수록 퇴직을 앞두거나 퇴직 일자가 정해지면 일에 더는 관심을 두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직장인은 마지막 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 사람은 처음 만날 때의 모습보다는 헤어질 때의 모습만을 기억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입사할 때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일했지만, 떠날 때 동료들에게 민폐를 끼쳤다면 ‘나를 힘들게 한 보기 싫을 사람’으로 기억할 가능성이 있다. 동료들에게 이렇게 기억된 사람은 받는 ‘받은 월급과 비교해 약한 강도로 일을 했기 때문에 이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잃은 게 더 많은 어리석은 선택이다.


직장인이 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업무에 관한 지식과 경험을 얻을 수 있어 재취업 가능성을 높인다. 퇴직을 앞둔 사람은 ‘나는 이 회사에서 더는 일 하지 않는다’라는 생각으로 더는 열심히 게으름을 피우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퇴직 후에도 일하려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재직하던 회사와 가장 유사한 회사에 취업을 희망하게 된다. 이럴 때 퇴직 직전까지 업무를 하면서 최신 지식을 익힌 사람일수록 재취업에 유리하다. 이런 사람일수록 동종 업체에서 스카우트를 제의를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더는 일 하지 않고 남은 삶을 놀면서 보내겠다고 결심한 사람을 제외하면 마지막 순간까지 업무에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급여를 받는 조직원의 도리이며 자신을 위한 것이다.


둘째, 모범적인 역할 모델이 될 수 있다. 부모는 자녀의 역할 모델이다. 만약 퇴직을 앞둔 부모가 마지막까지 열심히 일하는 대신 성실하지 못한 태도를 보일 때 자녀에게는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되는구나’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이런 부모와 달리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부모를 보면서 자녀는 긍정적인 영향을 얻을 수 있다. 또한, 부모의 성실한 모습을 보면서 노력을 중요성을 깨달을 수도 있다. 자녀는 부모를 보면서 긍정적인 자극을 받아 더 열심히 공부하거나 일하게 된다. 이로 인해 긍정적인 노력의 결심을 맛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것은 자녀의 삶에 큰 도움이 되는 경험이다.


셋째, 든든한 지원군이 될 수 있다. 전 직장에서 관계를 맺은 동료는 자신의 든든한 자원이 된다. 재취업을 하더라도 업무에 관한 정보를 편안하게 얻을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면 든든하기만 하다. 만일 전 직장에서 인심을 잃어 도움을 구할 수 없다면 새로운 정보원을 찾아야 하는데 이것은 쉽지 않다. 어쩔 수 없이 정보원을 새롭게 확보해야 한다면 정보원 확보를 위해 큰 노력과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지출이 필요하다. 이런 불필요한 지출을 방지할 가장 쉬운 방법이 마지막까지 자신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창업할 때도 도움이 되기는 마찬가지이다. 만약 서울에서 근무하던 사람이 지방으로 내려가 창업을 했다고 하자. 전 직장동료들과 친했다면 창업을 한 지역에도 동료의 지인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 소개해준다면 고객 확보에 상당히 큰 도움이 된다.


넷째, 산뜻한 기분으로 퇴직 후의 삶을 맞이할 수 있다. 이직을 위한 퇴직이 아니라 정년으로 인한 퇴직은 직장인으로서 마지막 직장일 수 있다. 특히 정년을 맞이하기 직전의 기억이 그동안 직장 생활의 마지막 기억이 될 수 있다. 최선을 다하지 않은 채 될 수 있으면 일을 적게 하려고 상사나 동료의 눈치를 보다 퇴직을 했다면 마음 한편에는 아쉬움이 남게 된다. 이로 인한 부작용이라도 경험한다면 더욱 후회하게 된다.

반면, 최선을 다한 채 퇴직을 한다면 자신에게 자랑스러울 수 있다. 또한, 동료들과의 관계도 친밀감을 유지한 채 퇴직을 맞이하기 때문에 퇴직 후 누구를 만나더라도 편안하고 떳떳하게 만날 수 있다.


이처럼 직장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은 긍정적인 영향뿐이다. 따라서 직장인은 ‘인명호피’라는 말처럼 자신이 몸담은 직장을 떠날 때 어떤 자취를 남길 것인지 늘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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