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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퇴직 후 생활을 위해 필요한 두 가지는?

by 최환규

퇴직예정자들은 필자가 퇴직을 위해서는 여러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할 때마다 의문을 표한다. 물론 매일 출퇴근을 하던 직장인이 출퇴근만 하지 않을 뿐 주말과 같은 생활이 계속되는데 무슨 준비가 필요하냐고 궁금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퇴직 준비는 취업 준비와는 다르다. 취업 준비는 일하는데 필요한 역량과 자신의 현재 역량을 비교해 부족한 지식이나 역량을 쌓는 과정이라면 퇴직 준비는 새로운 삶에 적합하도록 직장생활 동안 몸에 담아두었던 경험과 지식을 버리거나 새로운 지식으로 대체하는 과정이다. 대표적인 예가 대화 방법이다.


직장에서 하는 대화의 주요 목적은 ‘일’을 하기 위함이다. 직장에서는 업무와 관련된 대화가 주를 이루고, 친근한 관계 형성을 위한 목적보다는 사실과 결과 중심의 대화가 필요하다. 직장과 달리 가정에서는 직장보다 감정적으로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가 이루어지며, 개인적인 얘기나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이처럼 직장에서의 대화 목적이나 방법이 달라야 한다.


퇴직자는 퇴직하기 전과 후에는 대화 방법과 함께 대화 소재가 달라진다. 퇴직하기 전에는 업무와 관련된 이야기, 스트레스나 동료와의 관계 등이 주된 대화 소재가 되면서 가족과의 대화량은 적을 수 있다. 반면, 퇴직 후에는 주를 이루던 직장이라는 대화 소재가 사라지기 때문에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대화의 소재도 다양해지고, 대화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직장에서 하던 대화 방식을 유지한 채 가족과 대화한다면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도 커진다는 것이다. 직장에서는 위계가 있는 관계인 상사와 부하가 대화할 때는 쌍방향 소통이 아니라 상사가 지시하고 부하가 따르는 일방통행식 소통이 주로 일어난다. 하지만 가정에서는 가장이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방식으로 대화를 시도하면 가족들은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 직장에서는 상사가 지식이나 경험이 부하보다 많기도 하고, 상사가 급여나 승진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사의 지시가 부당하더라도 따를 수 있다. 하지만 가정에서는 퇴직한 가장이 배우자나 자녀보다 가사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하기도 하고, 자신의 지시를 거부하는 배우자나 자녀에게 줄 수 있는 불이익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일방적인 지시가 반복될수록 가족과 충돌을 일으키면서 가족으로부터 고립될 가능성만 커질 뿐이다.


사람은 자기 생각을 온전히 상대에게 말로 전달하기가 쉽지 않다. 대화량이 많아질수록 단어의 선택이나 표현 방식에서 생략이나 왜곡이 일어나기 쉬워 상대의 의도를 잘못 해석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오해는 갈등으로 이어지게 된다.


직장에서의 갈등은 주로 업무와 관련된 문제, 역할분담이나 의사소통의 부족 혹은 왜곡 등으로 일어난다. 가정에서는 가사분담이나 경제적 문제 그리고 사생활 침해로 인해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갈등이 일어났을 때 해결하는 방법도 직장과 가정에서는 차이가 있다. 직장에서는 당사자가 갈등 해결을 시도한 다음에도 해결이 어려우면 상사나 관련 부서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이렇게 한 다음에도 갈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갈등 당사자를 다른 부서로 이동시켜 갈등 원인을 제거할 수도 있고, 갈등 당사자가 회사를 그만두면서 갈등이 사라지기도 한다.


직장에서의 갈등과 가정에서의 갈등은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해결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가정에서는 부부 사이에는 이혼이라는 마지막 방법이 있지만, 부모와 자녀 사이에는 이혼이나 퇴사와 같은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할 수 없다. 즉, 가족 관계는 계속되어야 해서 갈등 후에도 관계는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에 직장에서의 갈등 해결 경험은 가정에서 활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처럼 퇴직 후 삶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기존 지식이나 경험에서 변화와 함께 새로운 지식의 습득이 필요하다. 퇴직자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변화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대화 방식의 변화이다. 직장에서는 전문적인 언어와 공식적인 표현이 사용되며, 감정적인 표현은 최소화되는 경향이 있다. 반면, 가정에서는 비공식적이고 친근한 언어가 사용되며, 감정 표현이 자유롭다.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지지하기 위한 표현이 자주 사용된다. 즉, 직장에서는 언어적 소통 중심의 대화였다면, 가정에서는 비언어적 소통이 더 빈번하게 일어난다.


직장인이 가족과의 소통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감정 표현’ 때문이다. 감정은 의사소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자신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를 상대에게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감정이 담긴 의사소통은 상대가 말하는 사람이 표현하려는 메시지를 더 잘 이해하고 기억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퇴직자가 감정 표현이 서툴 때 가족과의 대화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퇴직자가 자기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면 가족은 퇴직자의 진심이나 상태를 오해하면서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감정 표현이 서툴면 마음속에 표현하지 못한 감정들이 쌓이게 된다. 이렇게 되면 불만이 커지면서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


둘째, 관계 맺는 방식의 변화이다. 직장 내 관계는 주로 업무 중심으로 형성된다. 상사나 동료와의 관계는 전문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며, 공식적인 규칙과 절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직장에서의 관계는 형식적이고 규범적이다. 가족 간의 관계는 동료와의 관계보다 훨씬 친밀하다. 가족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기반이 되며, 개인적인 역사와 경험이 공유되어 있다. 이러한 관계는 종종 비공식적이고 자연스러운 대화를 촉진한다.

직장에서는 업무 성과와 효율성이 중시된다. 이로 인해 동료끼리의 지지와 협력이 중요하지만, 감정적인 지지는 상대적으로 덜 강조된다. 직장과 달리 가족은 서로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역할을 한다. 힘들 때 정서적인 지지가 중요하다.


이처럼 가정과 직장에서는 대인 관계의 성격, 의사소통 방식, 갈등 처리 방식 등 여러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퇴직자는 이러한 차이를 이해하고 상황에 맞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퇴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의사소통 방식이나 갈등 해결 방식 등에 대한 자신의 역량이나 습관 등을 성찰하고 역량 강화가 필요하거나 변화가 필요한 역량에 대해서는 역량 향상 교육 등을 통해 준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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