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예능 프로그램에 50년 경력의 세계 최고 암 전문의 김의신 박사가 출연했다. 이 분은 방송에서 ‘암의 가장 큰 원인 유발 인자는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몸에 산이 많이 생기고, 이 산이 장으로 내려가 장에 있는 좋은 균을 죽인다. 유해균이 장에서 빠져나와 간이나 패로 가고, 위나 식도를 부식시켜 위암이 생기고, 췌장으로 들어가면 췌장염을 일으켜 췌장암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스트레스만 줄여도 암 발생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퇴직자가 퇴직 준비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경제력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는 사람이 여전히 가장 많다. 돈이 많으면 설사 암이 발생하더라도 완치할 수 있지만, 돈이 없으면 암을 치료하지 못하기 때문에 경제력이 중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심한 스트레스는 퇴직 후 삶을 위해 준비한 경제력을 가치 없게 사용하게 만들 수 있을 가능성에 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이 많다. 예를 들어, 주변 사람이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벌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마음이 초조해진다. 이럴 때 급하게 투자를 결정할수록 투자금을 손해 볼 가능성이 커진다. 이렇게 마음이 초조한 상태는 스트레스를 경험한 것이다.
스트레스는 대인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퇴직자가 스트레스를 느끼게 되면 불안을 느끼고, 짜증을 내기 쉽다. 스트레스 상태에서는 감정 조절이 어렵기 때문에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게 된다. 퇴직자가 짜증을 낼수록 가족은 퇴직자와의 소통을 줄이게 되고, 관계도 멀리하게 된다. 심하면 배우자와 헤어질 수도 있다.
퇴직자 중 이혼을 하는 사람도 많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서 전체 이혼율은 감소하고 있지만, 60대 이상의 황혼이혼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결혼 30년 이상 부부의 이혼 비율은 전체 이혼 건수의 17.6%를 차지했다. 이는 2011년의 7.0%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고령화 시대와 가치관 변화가 맞물리면서 황혼이혼은 이제 낯설지 않은 사회 현상이 되는 것이다.
황혼이혼은 노후 파산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4년 금융기관의 부속 연구소에서 노후 파산의 주요 원인으로 중대 질병(40%), 은퇴 창업(37%), 자녀 문제(20%), 황혼이혼(12%)을 꼽고 있다. 중대 질별이나 자녀 문제 그리고 황혼이혼에도 스트레스가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스트레스는 사람의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 스트레스는 인지적 자원을 소모한다. 높은 스트레스 상태에서는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져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정보 처리 능력이 떨어지는데 이는 이성적 판단을 방해한다. 또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감정이 이성적인 판단을 압도할 수 있다. 불안, 두려움, 분노 등의 감정이 강해지면, 논리적 사고보다는 즉각적인 감정적 반응이 우선시 된다. 이로 인해 상황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워지면서 문제 해결은커녕 더욱 나빠질 수 있다.
스트레스로 인해 감정이 우선되면 정보가 왜곡될 수 있다.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은 부정적인 정보에 더 집중하고, 긍정적인 정보는 간과할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결정을 내릴 때 편향된 시각이 작용하게 되면서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스트레스는 퇴직자의 퇴직 후의 삶을 파괴할 수도 있다. 퇴직자의 퇴직 후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력, 사회적 관계, 재취업이나 재창업 그리고 외로움 해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퇴직자가 스트레스 대처 능력만 향상하더라도 퇴직 후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스트레스 대처 능력 향상을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평상심을 유지해야 한다. 흔들리는 발판 위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한 것처럼 스트레스 대처 능력을 위해서도 평상심 유지를 위한 큰 노력이 필요하다. 만약 이런 노력으로 평상심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굉장히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스트레스 대처 능력 향상을 위해서는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는 자극을 받을 때 ‘멈춤’이 필요하다. ‘참을 인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라는 속담처럼 부정적인 자극에 대해 바로 반응하지 않고 심호흡과 같이 멈춘 다음 반응을 한다면 부정적인 결과에서 벗어날 가능성도 커진다. 이것은 길을 건너기 위해 잠깐 멈춘 다음 좌우를 살피면서 건너면 사고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과 같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퇴직 전 직장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에 대한 지식을 익히는 것이다. 여러 번 강조하지만, 재직 중에는 무료로 이런 교육을 받을 기회가 많지만, 퇴직 후에는 무료 교육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과 소통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커뮤니케이션 스킬에 대한 교육을 받지 않더라도 상대와 대화할 때 평상심만 유지할 수 있다면 큰 무리 없이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퇴직자는 스트레스 대처 능력이 퇴직 후의 삶에 영향을 주는 가장 큰 요인임을 이해하고, 이에 대한 대처 능력 향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