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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자에게 자녀와의 관계가 중요한 이유는?

by 최환규

퇴직자는 퇴직하는 순간부터 생존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다. 재취업이나 창업과 같이 새로운 직장이나 직업을 구하더라도 지금까지 모아둔 자금은 남겨야 노후 생활에 대한 걱정을 줄일 수 있다고 여긴다. 이런 생각으로 인해 ‘돈’을 지켜야 노후가 어느 정도 보장된다는 믿음이 강해진다. 이와 관련해 퇴직자가 조심해야 하는 것은 ‘퇴직자 자신의 욕심’과 ‘가족’이다.


지금 퇴직했거나 퇴직을 앞둔 거의 모든 사람은 노후 자금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필자도 노후 자금이 부족하고 막내 결혼까지 상당 기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경제활동을 해야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고민하고 있다. 실패한 벤처 기업에 투자하고, 그 기업 경영에 참여해 실패를 맛봤던 이유에는 노후 자금 마련도 있다. 필자처럼 부족한 노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이나 부동산 혹은 사기꾼에의 꼬임에 빠져 노후 자금을 날리는 퇴직자가 생각보다 많다. 이렇게 되면 조금 부족했던 노후 자금이 엄청나게 부족해지면서 퇴직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따라서 퇴직 후 투자에는 ‘성공했을 때의 결과보다 실패했을 때의 어려움’을 먼저 고려할 필요가 있다.


퇴직자의 노후에 영향을 주는 가장 또 다른 요인은 ‘가족’이다. 노후 자금과 관련해 퇴직한 선배들로부터 직간접적으로 듣는 말은 ‘가족을 조심하라’라는 경고가 많다. 창업하려는 자녀는 ‘내가 성공해 부모님을 모시면 된다’라고 생각하면서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하게 되고, 이사나 결혼을 앞둔 자녀는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나중에 내가 모실게”라고 약속하기도 한다. 자녀로부터 요청을 받은 부모는 ‘혹시나 망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으로 자녀를 경계하면서 도움을 망설이게 된다.


부모가 자식을 경계하기 시작하면 부모와 자녀의 마음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기게 된다. 자녀는 부모가 도움을 주기를 망설이는 모습을 보면서 ‘내 능력을 의심하네’라고 생각하면서 서운함을 느끼게 된다. 부모는 도움을 요청하는 자녀를 보면서 ‘돈을 날리면 노후가 걱정인데 우리 걱정은 하지 않네’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녀가 야속하게 느껴진다. 이런 시간이 오래될수록 부모와 자녀 사이의 벽은 더욱더 두꺼워지면서 관계에도 금이 가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는 자녀가 성공해도, 실패해도 문제가 생긴다. 성공한 자녀는 자신을 믿지 못한 부모에 대해 서운함을 느끼면서 ‘도움이 필요할 때 거절해도 된다’라는 것을 학습하게 된다. 그래도 자녀가 성공하면 부모는 마음의 짐을 조금은 덜 수 있지만, 자녀가 형편이 어려워질수록 거기에 비례해 마음의 부담은 상당히 커진다. 부모의 이런 마음을 몰라준 채 망한 자녀는 ‘부모가 도와주지 않아 실패했다’라고 여기면서 서운한 감정을 가지기 때문에 부모와의 관계는 멀어지게 된다.


부모와 자녀 관계에 금이 갈 때 부모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부모가 건강할 때야 자녀들의 도움 없이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지만,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하면 자녀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건강하지 못한 부모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자녀와 같은 가족이든 요양보호사와 같은 외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만약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나쁠수록 부모는 자녀의 도움을 받기 어려워진다. 만약 부모가 주기적으로 병원에서 검진을 받아야 한다면 자녀의 도움을 받기 어렵다면 병원에 가기까지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 이처럼 부모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녀의 도움을 받아야 할 일들이 많아진다.


또한, 경조사도 마찬가지이다. 경조사의 경우 부모가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때 자녀가 기꺼이 도와준다면 편안하게 참석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힘들게 가야 한다. 이럴 때 주변 사람들이 부모를 불편하게 만든 자녀를 보면서 잔소리를 할 수도 있는데, 이런 모습 또한 부모에게는 불편한 상황이 될 수 있다.


부모로부터 신뢰 대신 의심을 받으면서 기분 좋게 부모를 돌볼 자녀는 없다. 돈을 받으면서 하는 일하는 요양보호사도 고맙다는 말 대신 자신의 모든 말과 행동에 의심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일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도와주는 사람이 하나둘씩 곁을 떠나면 아픈 사람은 생존이 더욱 어려워진다. 자녀들에게 도움을 청하더라도 자녀가 직접 도와주기보다는 돈을 보탤 가능성이 크다. 결국, 부모가 다시 사람을 구해야 하는 악순환이 되는 것이다.


이런 불행한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부모는 자녀를 믿어야 한다. 누군가를 믿는다는 뜻은 자신의 목숨까지도 걸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통령은 경호원을 믿기 때문에 총기를 소지한 채 자신의 옆에 있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다. 법인의 대표이사는 법인 인감을 조직원에게 주면서 계약을 대리하게 한다. 이 직원이 다른 마음을 먹게 되면 법인이 망하는 경우가 있지만, 조직원을 의심하기보다는 신뢰해야 하는 이유는 자신이 모든 것을 다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녀들로부터 재산을 지키려고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자녀가 안 좋은 마음을 먹으면 부모는 방법이 없다. 어떤 자녀는 부모의 돈을 탐내 부모를 정신병원에 감금하는 나쁜 수단을 동원해 부모의 돈을 갈취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려는 방법은 자녀를 믿는 것이다. 자녀는 부모가 자신을 온전히 믿는다고 여길 때 자신의 마음을 다해 부모를 돕게 된다.


필자가 만난 퇴직자 중에는 ‘건강 수명 이후의 자신의 모습’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는 퇴직자가 많다. 퇴직자 대부분은 퇴직 직후 직면할 문제에 관심을 두고, 20년 후의 자신의 모습에 대해서는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는다. 퇴직할 때 건강하던 사람도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나 판단력이 떨어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생존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누군가는 부족한 기억력이나 판단력을 보완해 주어야 한다. 이 역할은 자녀들이 할 수밖에 없다.

부모와 자녀와의 신뢰 관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부모는 자녀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부모의 수고를 이해하고, 부모가 자신들에게 어떤 정성과 노력을 기울이는지 보여줄 필요가 있다. 부모의 사랑을 느끼면서 자란 자녀는 그렇지 않은 자녀보다 부모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할 가능성이 훨씬 작다.

부모의 진정한 퇴직 준비는 자녀와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자녀와의 관계가 돈독할수록 부모는 행복하고 편안한 노후 생활을 즐길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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