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전과 퇴직 후의 차이 중에는 갈등 후 해결하는 과정이나 방법의 차이도 있다. 직장에 다닐 때는 배우자와 다투더라도 출근을 해야 해 잠시라도 두 사람 모두 냉각기를 가질 수 있었다. 잠깐이지만 이 시간에 갈등의 원인을 찾고 해결을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할 수도 있다. 갈등이 멈춘 이런 틈들은 갈등이 더 심해지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
갈등으로 인한 다툼이 시작되면 비극으로 끝날 수 있다.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속담을 믿는 사람도 있고, 실제로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끝날 수도 있지만. 그런 결과는 운이 좋거나 임시로 봉합된 상태지 갈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퇴직자에게 가장 먼저 맞이하는 갈등은 ‘가사분담’과 관련된 것이다. 실제로 퇴직자가 하소연하는 어려움의 주요 원인은 집안일과 관련된 것이다. 퇴직자가 남편인 경우는 정도가 더 심하다. 퇴직 전에는 직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자긴데 퇴직 후 하찮은 집안일을 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고 생각하면서 분노나 자격지심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퇴직 후에는 출근하지 않기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이로 인해 부부 혹은 가족 사이에 다툼이 일어난 상황들이 자주 일어난다. 어떤 일로 인해 부부 싸움이 시작되면 서로에게 상처를 주면서 “같이는 못 살겠다”라고 말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까지 갈 수 있다. 부부 싸움을 해본 사람은 이해하겠지만, 부부 싸움이 시작되면 상대를 이기는 것이 목적이 된다. ‘공격이 최상의 방어’라는 말처럼 상대를 이기기 위해 배우자에게 무자비하게 공격한다. 이럴 때는 서로의 아픈 부분을 철저하게 공격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공격을 시작하면 멈추지 못하고 한쪽이 항복 선언을 할 때까지 전쟁이 계속된다.
부부 사이에 일어나는 대표적인 갈등 원인이 ‘집안일을 누가 할 것인가?’이다. 퇴직 후에는 퇴직자가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 일상에서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로 인해 퇴직자든 배우자든 퇴직 전보다 가사 부담이 늘어나거나, 퇴직자 배우자의 자유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 예를 들어, 퇴직자가 퇴직 전에는 퇴직자의 배우자는 퇴직자가 퇴근 전까지 친구를 만나거나 쇼핑을 하는 등 자유롭게 시간 사용이 가능했다. 하지만 퇴직 후에는 퇴직자의 점심도 챙겨야 하고, 퇴직자만 두고 자유롭게 외출하기에는 눈치가 보일 수 있다. 퇴직자의 퇴직으로 인해 배우자의 가사 부담이 는 것이다.
이런 사례와 달리 퇴직자가 퇴직 후 가사 노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배우자로서는 퇴직자가 직장에 다닐 때보다 오히려 가사 부담이 줄어 퇴직자의 존재 자체가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 배우자로서는 퇴직이 자신의 집안일을 줄여주는 계기가 되었고, 퇴직으로 인한 갈등 요소가 줄었다. 결국, 퇴직자의 선택에 따라 퇴직 후 배우자 혹은 가족과의 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
퇴직 후 가사분담으로 인한 부부 갈등은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몇 가지 구체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다.
1. 배우자의 개인 시간 부족
퇴직한 남편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아내는 개인적인 시간을 갖기 어려워진다. 남편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지만, 아내는 남편과 달리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처럼 퇴직 후 남편이 아내에게 의존하게 되면서 아내는 그 부담을 크게 느끼게 된다. 아내는 자신의 개인 공간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남편은 함께 하는 것을 원하므로 불만이 쌓인다.
2. 부부의 기대 불일치
배우자는 퇴직 후 더 많은 시간을 집에서 보내게 되는 퇴직자가 집안일을 더 많이, 더 적극적으로 해주기를 기대하게 된다. 그러나 남편은 퇴직 후 여전히 퇴직 전과 같은 집안일 대신 여가를 즐기고 싶어 하고, 지인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가사 일을 소홀히 하게 되면 배우자는 실망감과 불만을 느끼게 되면서 부부 사이의 관계가 나빠질 수 있다.
하지만 퇴직자가 집안일을 분담하기로 합의했더라도 실제로는 자신의 관심사에만 집중하고 집안일을 소홀히 하면 배우자의 불만을 살 수 있다. 예를 들어, 퇴직자가 유튜브를 시청하면서 집 안 청소나 요리는 전혀 하지 않는다면 배우자는 가사분담이 불공평하다고 느낄 수 있다.
또한, 가사분담에 관해 충분한 논의 없이 각자가 생각하는 대로 일을 하게 되면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남편은 청소를 잘한다고 생각하지만, 아내는 남편의 청소 방식이나 청소 결과에 불만을 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럴 때 서로의 기대와 기준을 명확히 하지 않고 자기 나름의 기준으로 청소하거나 청소 결과를 평가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갈등이 커질 수 있다.
3. 정체성의 변화
퇴직 후 남편이 경제적 주체에서 벗어나게 되면서 아내가 주된 경제적 책임을 지는 경우가 생긴다. 남편은 더는 경제적 지원자의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자아 정체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는 우울감이나 무기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경제적 책임을 져야 하는 아내 또한 부담을 느끼고, 남편은 자신의 무가치함을 느끼며 불만이 쌓인다. 이로 인해 서로에게 불만을 표출하게 되면서 갈등이 발생한다.
퇴직자는 퇴직 후 배우자나 가족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특히 배우자와의 관계는 퇴직 후 삶의 적응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배우자와 시간을 보내면서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부족했던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한다면 퇴직자는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 취업 혹은 창업을 계획한다면 성공 가능성을 더 높일 수 있다.
다음 목록은 부부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점검표입니다.
다음 문항을 읽으면서 최근에 비슷한 상황을 얼마나 자주 경험했는지 자신에게 해당한다고 생각되는 정도에 ○표 해 주시기 바랍니다.
점수가 높을수록 자신에 대한 배우자의 사랑과 관심, 권력, 인정, 헌신, 신뢰 및 수용에 문제가 있다고 지각한 정도가 큰 것을 의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