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 A 그룹에서 S그룹 출신들을 몇 년 동안 대거 채용한 적이 있었다, A 그룹의 회장이 우수한 인력이 많다고 소문난 S그룹 출신들을 영입한 것이다. 필자는 A 그룹의 인사 전략에 대해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졌었다. 필자의 의문은 얼마 전 해소되었다. A 그룹에서 S그룹 출신의 영입을 포기한 것이다.
필자가 S 그룹 출신들의 성공 가능성에 의문을 품게 된 이유가 있다. S 그룹 출신 중 A 그룹에 몸담았던 사람과 대화하면서 A 그룹 인력이 S 그룹 인력보다 업무 능력이 부족해 일하기 힘들다는 하소연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 사람이 이런 불만을 말한 이유는 새로운 조직에서 가능성을 찾은 것이 아니라 ‘업무 성과를 올리기 어려운 이유’부터 찾았기 때문이다.
필자에게 불만을 말한 사람은 A 그룹에서 자신을 채용한 목적을 잊은 사람이다. A 그룹에서는 S 그룹 출신을 영입해 조직원 전체의 업무 역량을 올리겠다는 목적으로 영입한 것인데, S 그룹 출신들은 기존 조직원의 능력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면서 ‘A 그룹 조직원의 역량이 떨어져 자기가 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라고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이것은 성적 향상을 위해 능력이 뛰어나다고 소문난 감독을 영입했더니 “지금 선수들의 능력으로는 내 전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성적을 낼 수 없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이런 감독을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는가? 이런 이유로 인해 A 그룹의 인사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회사에서 부서를 옮길 때 C 부서로 발령 난 D가 주변 사람에게 C 부서의 상사나 구성원에 관해 물으면 주변 사람은 자기가 수집한 정보를 D에게 전달한다. 이렇게 전달받은 정보 대부분이 부정적인 내용이라는 것이 문제이다. D가 알게 된 부정 정보로 인해 편견을 갖고 C 부서를 바라보면 사람이나 업무처리 방식 등 모든 것이 부정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필자도 과거 회사에서 부서를 옮길 때 업무를 인계받는 과정을 거쳤다. 이때마다 전임자가 필자에게 부서원에 관해서도 말하는데 대부분 부정적인 정보였다. 그래서 필자는 전임자에게 “사람에 관해서는 제가 판단할 테니 업무에 관해서만 설명해 주세요.”라고 요청하면서 부서원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필자가 편견을 갖지 않고 부서원을 대하면서 부서원의 숨겨진 능력을 발견할 때가 많았다.
부서 이동은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과 새롭게 일하라는 것이다. 즉, 과거에 있었던 사건이나 정보는 모두 잊고 새롭게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 상사가 아무리 유능하다고 해도 함께 일하는 조직원의 도움이 없으면 눈에는 안대를 끼고, 귀에는 소음방지용 귀마개를 하고 일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함께 일하는 사람에게서 긍정적인 능력이 아니라 부정적인 행동부터 먼저 찾게 되면 그 사람은 온전히 자기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되기에 성과 향상은 기대하기 어렵고, 부서에서도 목표 달성은 어렵게 된다.
부서장은 부서원의 무능력을 찾는 탐정이 아니다. 설사 부서원의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가능한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만들거나 부족한 능력을 채워주는 것이 부서장의 역할이다. 만약 우수한 인력만 있어 누가 부서장으로 오더라도 실적을 낼 수 있다면 굳이 부서장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부서장이 필요한 이유는 부서원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서장이 부서원의 활용 가능한 자원이나 능력보다 부족한 능력부터 찾는다면 스스로 부서장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모든 사람이 게으르다고 평가하는 조직원에게도 활용 가능한 능력이 분명히 있다. 모든 조직원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어 업무를 할 때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는데 이런 조직원의 역량을 찾는 것이 부서장의 역할이다.
우수한 부서원은 부서장이 만든다. 부서장이 조직원에게 관심을 두고 조직원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예상보다 많은 장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장점들을 발휘할 수 있도록 충분히 기회를 주고, 어려울 때는 도와주고, 게을러지면 야단도 치면서 격려한다면 부서원은 예상보다 빨리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부서장은 부서원의 무능력을 평가하는 사람이 아니다. 부서장은 부서원에게 부모와 같아서 어떤 경우에도 부서원의 가능성을 믿고, 부서원이 성장하도록 도와야 한다. 이럴 때 부서장으로서의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