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직장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관행들이 있다. 필자가 근무했던 부서에서도 그런 관행이 있었는데 지방으로 현장 점검을 나가면 팀원 모두가 아침 8시쯤 숙소 앞에 모여 식당에서 함께 아침을 먹고, 현장으로 출근하는 것이었다. 선배들은 이렇게 하는 이유로 팀의 단합된 모습을 현장에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현장 직원들은 점검을 언제 어떻게 하는지에 관심을 두지 밥을 함께 먹었는지 따로 먹었는지에는 관심을 주지 않았지만, 업무와 전혀 관련이 없는 관행이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었다. 사실 이런 관행은 갈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 부서에 아침잠이 많은 A가 있었다. A와 함께 출장을 가는 팀은 아침마다 숙소 앞에서 A를 기다리기 일쑤였고, 이럴 때마다 고참들은 A를 게으르다고 나무랐다. 필자는 A가 아침 일찍 일어나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제주도 출장을 위해 공항에서 A의 짐을 검색하던 직원이 A에게 가방을 열라고 요구했고, 가방 안에는 알람용 큰 시계가 3개가 들어있었다. A는 휴대폰 알람 소리만으로는 원하는 시간에 일어나기 어려워지자 자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것이다.
필자의 글을 읽는 사람 중에는 ‘같이 아침을 먹고 함께 출근해야 한다’라는 보이지 않는 규칙이 능력 있는 조직원을 게으르고 무능력한 사람으로 낙인을 찍을 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런 관행이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선배들은 A의 어려움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았고, 다른 하나는 업무와 관련이 없는 관행을 없앨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업무와 관련이 없는 관행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로 인해 조직원은 업무에 써야 할 에너지를 불필요한 곳에 사용함으로써 업무성과 저하라는 부작용을 맛볼 수 있다.
리더는 조직원을 바라볼 때 상대의 ‘업무 능력’에 집중해야 한다. A는 아침잠이 많은 사람이지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아니다. 리더가 아침잠이 많은 A를 야단치는 대신 A가 함께 아침을 먹지 않아도 괜찮다고 허락했다면 후배는 능력을 발휘해 조직의 발전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상사가 부하를 대하는 태도에 따라 부하는 능력 있는 조직원이 될 수도 있고, 무능력하고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상사는 부하의 성장을 돕는 사람이다. 아이가 걸음마를 할 때 부모는 아이를 지켜보다 아이 앞에 돌부리처럼 아이에게 방해가 되는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처럼 상사는 부하가 능력을 발휘할 때 방해가 되는 장애물을 미리 제거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원에게 관심을 기울이면서 수시로 대화할 필요가 있다. 상사는 대화하면서 부하의 부족한 지식이나 경험으로 업무 처리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도움을 주고, 불필요한 업무 관행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없앨 때 부하는 마음껏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런 상사가 되기 위해서는 사람의 본능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사람은 생존을 위해 두 가지 본능이 발달했다. 하나는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상대의 약점을 공격하는 것이다. 첫째, 에너지 절약에 관한 것이다. 상사가 부하의 사소한 실수에도 정도 이상으로 화를 내는 이유에는 ‘자기를 귀찮게 하기 때문’이라는 속마음이 담겨 있다. 하지만 진정한 리더는 부하를 위해 아낌없이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나눠주는 사람이다. 이를 위해서는 부하보다 상사가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는데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절약이라는 본능과 다르게 행동해야 하는 것이다.
둘째, 상사는 부하의 약점을 공격하는 대신 부하의 강점을 살려야 한다. 부하의 강점을 찾기 위해서는 약점을 찾는 것보다 더 큰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 이런 노력을 통해 부하의 강점은 살리고 부족한 능력을 채울 수 있도록 배려한다면 모든 직장인은 자기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노력이 모든 조직원에게 적용된다면 부하는 최상의 컨디션에서 일하게 되면서 업무성과는 저절로 높아질 수 있다.
직장은 다양한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유능한 리더는 부하의 능력을 충분히 활용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부하의 능력 중 업무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와 ‘어떻게 하면 업무에 활용할까?’라는 질문에 대해 답을 찾는다면 업무성과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