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상사’에 다니고 있는 ‘신 여성’이 있다. 신여성과 ‘시댁상사’의 ‘구 남성’은 가끔 만나 서로의 회사 업무나 직원들에 대한 내용들을 서로 공유하고 있다. ‘구 남성’은 ‘신 여성’과 대화를 나누면서 ‘신 여성과 함께 일하면 회사에 많은 도움이 되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구 남성’은 자기 생각을 ‘신 여성’에게 얘기하고 싶었지만 ‘함께 일하자는 얘기를 했는데 ‘신 여성’이 거절하면 어쩌지?’라는 걱정에 용기를 내 말하지 못하고 가슴에 담아두기만 했다.
‘신 여성’과 함께 일하고 싶다는 ‘구 남성’의 열망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졌다. ‘신 여성’이 결정을 망설일수록 ‘구 남성’이 ‘신 여성’에게 하는 약속은 범위도 넓어지고, 강도도 세졌다. “시댁상사로부터 인정받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 도와주겠다.”, “귀찮은 일은 자신이 대신하겠다.” 그리고 “상사가 하는 모든 잔소리는 자신이 막아주겠다.”와 같은 말을 하면서 결심을 재촉했다. ‘구 남성’의 이런 말들을 들으면서 ‘신 여성’의 마음도 조금씩 움직였다.
어느 날 ‘신 여성’도 ‘구 남성’에게 함께 근무하고 싶다는 마음을 슬쩍 내비쳤다. ‘신 여성’의 이런 마음을 읽은 ‘구 남성’은 ‘신 여성’에게 용기를 내어 회사를 옮겨 함께 일하자고 권유했고, ‘신 여성’도 기꺼이 응했다. 하지만 ‘신 여성’이 ‘시댁상사’로 옮기기로 한 순간부터 자신의 예상과 다른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구 남성’이 ‘신 여성’을 자신의 상사 ‘시 상무’에게 소개하는 자리에서 ‘시 상무’는 ‘신 여성’에게 ‘시댁상사’에 관해 자랑을 했다. ‘시 상무’가 ‘친정상사’에 비해 크게 잘난 것도 없고, 어떤 면에서는 '친정상사'보다 더 못한 ‘시댁상사’의 자랑을 태연하게 하는 모습을 보면서 놀랐다.
‘신 여성’이 ‘시댁상사’에서 업무를 시작하면서 ‘구 남성’의 태도도 변했다. ‘구 남성’이 ‘신 여성’에게 한 약속과는 달리 ‘구 남성’은 ‘다른 부서와의 업무 협의’란 핑계로 귀찮은 일은 모두 ‘신 여성’에게 떠넘겼다. 또한 ‘신 여성’과 ‘구 남성’이 제품을 함께 개발하면서 ‘제품이 출시된 다음에도 제품과 관련된 일은 함께 해결하자’고 약속했지만 ‘구 남성’은 그 약속이 없었던 것처럼 행동했기 때문에 출시된 제품의 뒤처리 또한 ‘신 여성’의 몫이 되었다.
‘신 여성’을 괴롭히는 것은 ‘구 남성’의 무관심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부서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은 공채출신이고 ‘신 여성’은 경력채용이란 이유로 ‘신 여성’에게 자신들의 업무도 해달라고 요구했다. ‘구 남성’의 선배인 ‘시 누이’뿐만 아니라 ‘구 남성’의 후배인 ‘시 동생’까지도 이런 요구를 했고, ‘신 여성’은 이런 부당함을 ‘구 남성’에게 하소연했지만 ‘구 남성’은 회사의 관행이기 때문에 이해하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신 여성’은 자신에게는 무관심하면서 다른 부서원에게는 친절한 ‘구 남성’을 보면서 ‘시댁상사’에서 일하겠다고 한 자신의 결심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이런 ‘구 남성’의 태도에 실망하던 ‘신 여성’이 분노하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 회사 설립자가 돌아가신 날을 기리기 위한 ‘추모식’에서 벌어졌다. 기념식장이 지방에 있어 이동이 필요했고, ‘구 남성’이 운전을 했다. 그날이 주말이라 차가 많이 막혀 ‘구 남성’이 운전하는데 고생을 했다. ‘구 남성’은 막힌 길을 운전해서 많이 피곤하다는 이유로 창립기념식 준비를 모두 ‘신 여성’에게 미뤘다. 이런 상태에서 ‘구 남성’의 도움도 없이 묵묵히 일하던 ‘신 여성’에게 ‘시 상무’의 잔소리가 더해졌다. ‘시 상무’는 “커피가 맛이 없다.”라는 소리에서부터 “기념품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라는 소리까지 ‘시댁상사’의 업무와 관계없는 일로 ‘신 여성’에게 지적질을 했다. ‘신 여성’은 ‘시댁상사’에 입사하던 날부터 쌓였던 감정이 폭발하면서 기념식이 끝나자마자 ‘구 남성’에게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통보했다.
위의 글처럼 추석이나 설과 같은 명절이 지나면 많은 주부가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아내의 이혼 요구가 늘어난다는 통계가 있다. 민족의 축제라고도 할 명절이 어떤 사람에게는 고통스러운 시간이 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 진정한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상대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거의 모든 며느리는 ‘시집’에게 ‘시부모님’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어려워한다. 이런 며느리에게 하는 시어머니의 잔소리와 아내에 대한 남편의 무관심은 그동안 쌓인 분노를 폭발시키는 뇌관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가족 모두가 서로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명절은 축제다. 부모님은 자신들에게 인사드리기 위해 먼 길을 온 자식들이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사랑으로 대할 필요가 있다. 설사 며느리에게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야단보다는 애쓰는 모습을 격려해야 한다. 남편은 피곤한 아내에게 “고생했어.”라는 말과 “고마워. 사랑해.”라는 말로 자신의 마음을 담아 전하자. 아마도 명절의 따뜻함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